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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의 아트+머니] 예술가와 기업인

  • 송고 2017.10.21 01:21 | 수정 2017.11.02 09:43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예술경영에 관심 많고, 그림에 투자하는 기자입니다. 금융감독원과 증권사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예술과 관련된 돈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재테크는 <좋아하는 대상>과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하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메디치 가문과 같은 금융사의 행보를 기대합니다.[편집자]

결과적으로 예술가과 경영자는 컨텐츠(결과물)로 하여금 우리 삶이 더 나아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컨텐츠(예술) 혹은 가치. 그것을 위해 예술가과 경영자 역시 좋은 사람이 돼야 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의 한계와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 같다.ⓒEBN

결과적으로 예술가과 경영자는 컨텐츠(결과물)로 하여금 우리 삶이 더 나아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컨텐츠(예술) 혹은 가치. 그것을 위해 예술가과 경영자 역시 좋은 사람이 돼야 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의 한계와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 같다.ⓒEBN


돈과 예술의 경계를 고민한 기업가가 있다. 시인 김광균(1914~1993)이다.

‘와사등’ ‘기항지’의 시인인 그는 기업 경영을 했던 예술가다. 지금 생각해보면 융합적(Convergence) 관점을 지향했던 한국 최초 하이브리드형 경영자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무형의 것을 유형화하는 능력'이 탁월했다"는 찬사를 받았던 김광균은 <보이지 않는 가치>에 <실체>를 입힐 수 있는 창조적 인물이었다는 인상을 준다. 한국전쟁 직후 기업경영에 뛰어든 그는 예술과 돈의 경계를 생각하며 ‘제3지대’를 발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물의 외관과 본질을 정교한 회화적 이미지로 담아내기로 유명한 모더니스트이기도 하다.

그를 두고 한 시인 구상의 말이 인상적이다. 구상은 "현대시의 '맏형'인 T.S. 엘리엇이 은행원으로서도 훌륭했다더니 김광균 이야말로 한국의 엘리엇이 아닌가?”라고 칭송했다. 시인 김기림은 “김광균은 소리조차 모양으로 번역하는 기이한 재조(才藻)”를 가졌다고 찬사를 보냈다.

예술 지상주의자이지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시인의 어깨를 눌렀다. 김광균은 '개성상인’의 후예다. 경기도 개성 출신인 그는 송도상고를 졸업한 후 회사에 취직했으며 생업에 뛰어든 채로 시를 써내려갔다. 시인으로서 데뷔는 1926년 중외일보에 '가신 누님'을 발표하면서다. 이후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을 통해 정식 예술가로 떠오른다. 식민 시대에 제1시집 ‘와사등(瓦斯燈)’(1939)을, 해방기에 제2시집 ‘기항지(寄港地)’(1947)를 냈다.

이후 한국전쟁(1950)이 운명을 바꿔놓는다. 그는 시인으로만 남고 싶어 아우가 하는 사업에 투자해 생계를 이어갔으나, 불시에 닥친 전쟁은 그를 사업으로 내몰았다. 동생 익균이 납북되자 그를 대신해 사업을 맡아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는 30년이 넘는 세월을 경영으로 보낸다. 1951년 건설기업 '건설실업주식회사'의 사장으로 취임하며 60년대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킨다. 이후 김광균은 무역협회 부회장직을 맡았고, 70년대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임원에 오른다. 노년에 이르러 사랑했던 문단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머물 수 있었던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말년에 시집 ‘추풍귀우(秋風鬼雨)’(1986)와 ‘임진화(壬辰花)’(1989)를 남겼다.

시인의 삶과 기업인으로서의 삶을 넘나들며 두 개의 운명을 산 김광균. 예술가는 일단 남들 눈에는 경제력 없고 현실감각 없는 '루저'처럼 비쳐진다. 예술가는 육체가 고단해도 그 영혼이 도달해야만 하는 순간을 향해 걸어 나가는 존재다.

그러면서도 예술가는 자유를 보여주는 존재들이다. 상상력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세계를 확장시켜가기 때문이다. 아무도 사주지 않는 그림을 그리며 고독한 예술혼을 태우는 화가 이미지는 19세기에나 형성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기업인은 어떤가. 구상한 사업을 도전하기 위해 디테일을 실행하는 과정이 지난하다. 따라오는 이익이 있어야 유지되는 업이다. 그러면서도 경쟁 환경 속에서 사활 걸린 운명을 헤쳐 나가는 존재다. 조직을 이끌면서 매일 매일의 의사결정을 통해 장기적인 방향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아이디어를 실체로 구현하고 나아가 이를 비즈니스로도 만들어야 한다.지속해나가는 자기 성장과 혁신이 전제조건이다. 기업인들을 보면 '가장 위대한 콘텐츠는 경영자의 도전'이라는 말이 생각날 때가 많다.

예술과 기업인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창조가'란 점에서다. 팝 아트의 교황이라고 불리는 예술가 앤디 워홀은 '돈 버는 것도 예술이고 노동도 예술이지만, 사업을 잘하는 것은 최고의 예술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의 저자 김형태 경제전문가는 예술과 경제 간에는 공통된 힘이 있다고 했다. 현상 너머의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투시력’, 상황을 새롭게 정의하는 ‘재정의력’, 항상 성장하고 소용돌이치는 ‘생명력’ 같은 것이다.

이같은 힘을 통해 예술가와 기업인은 자신만의 규칙으로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것 아닐까. 같은 맥락에서 '좋은 인생을 사는 게 최고의 경영'이란 생각도 해본다. 결과적으로 예술가과 경영자는 컨텐츠(결과물)로 하여금 우리 삶이 더 나아지도록 하는 일종의 구원자다.

인간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컨텐츠(예술) 혹은 가치. 그것을 위해 예술가과 경영자 역시 좋은 사람이 돼야 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의 한계와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예술가와 경영자는 같은 운명이다. 그리고 새롭게 상황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질문을 던져 새로운 답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예술과 경제는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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