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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의 반성

  • 송고 2017.09.06 14:05 | 수정 2017.09.06 14:56
  • 구변경 기자 (bkkoo@ebn.co.kr)

국민 간식→공공의 적 1호 기피 먹거리로 전락

햄버거 프랜차이즈, 식품안전 경각심 고취해야

ⓒ맥도날드 홈페이지 캡쳐

ⓒ맥도날드 홈페이지 캡쳐

"이거먹고 '햄버거병' 걸리는거 아냐?", "이 햄버거 패티 정상인가요?",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고 속이 안좋네"

최근 나에게 쏟아지는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중 일부다. 내가 누구냐고? 나 햄버거야. 난 80년대만해도 강남의 부유층 어린이만 즐겨먹는 간식이었지.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남녀노소 구분없이 좋아하는 국민간식으로 신분이 급상승했지.

이뿐인가? 몇년전부턴 밥 대신 나를 찾는 마니아들이 많아졌고, 일부 대기업에선 수제라는 이름으로 한끼 밥값보다 비싼 귀족형 동생도 나왔지.

이 때만해도 난 정말 잘나갔어. 피자와 샌드위치 등 내 친구들은 나를 항상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고 게중엔 시기하는 친구도 있었어. 콜라는 나하고 궁합이 맞는다며 지금까지 절친으로 남아있지.

물론 많은 사람들이 나를 향해 '비만의 주범'이다, '건강의 적'이다, '정크푸드'다 등 별의별 말을 다하며 날선 공격을 서슴치 않아.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향해 맹공격하지만 나의 인기를 덮기엔 역부족이었지. 물론 나 때문에 떼돈 번 사람도 많고 기업도 한둘이 아니야. 난 그렇게 잘 나갔어.

내가 요즘엔 정말 죽을 맛이야. 그리고 난 하루하루가 무척 힘들어. 잘못하면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아. 이런 증세가 언제부터 시작됐냐고? 바로 지난 7월 맥도날드에서 어린아이가 나를 먹고 병원에 입원하는 햄버거병 사태 직후 부터야. 국민간식이란 이름은 온데간데 없고 국민건강을 해치는 '공공의 적' 1호로 낙인 찍힌 것 같아 힘들고 무서워.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중엔 '맥도날드발(發) 햄버거 공포'라며 마치 나를 북한의 핵폭탄 취급하는 것 같아. 유럽발 살충제 계란 이슈가 채 끝나기도 전에 '햄버거병'이 터져 나와서 충격파가 더 컸던 탓인지 모르겠어. 나는 요즘 신문 1면을 장식하는 중이야.

불과 1980년대만 해도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산업의 상징'이며 '햄버거 춘추전국시대'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나의 화려한 전성기가 무색해.

심지어 나로 인해 '먹거리 포비아' 논란까지 확산되는 분위기야. 이미 어린아이를 둔 엄마 아빠들은 나를 찾지 않아. 나를 잘못 먹이면 애를 잡는다는 거야. 물론 억울하지만 대놓고 반박할 수도 없는 게 요즘 솔직한 나의 처지야.

패스트푸드를 판매하는 회사들은 나 때문에 매출이 곤두박질친다며 막무가내로 손가락질이야. 그래서 난 항변 조차 못해. 그리고 얼굴도 못들고 다녀. 그래서 어떤 업체는 아예 문제의 불고기 햄버거를 메뉴판에서 빼버렸나봐.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그래도 문제의 햄버거를 없앤다니 불행중 다행인 것 같아.

얼마전 부턴 일부 유명업체를 중심으로 햄버거병발(發)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식재료를 바꾸고 위생안전 교육을 강화한다는 소리가 들려. 안전은 백번 강조해도 부족하다고 하지. 정말 그런것 같아. 난 더이상 햄버거병이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국민간식', '식사대용'이란 말을 다시 들었으면 좋겠어.

내가 옛날처럼 '국민간식', '식사대용'으로 불리는 그런 날이 다시 오길 손꼽아 기대할께. 나도 그런 날이 빨리 올 수 있게 많이 노력할께. 그리고 실수는 이번 한번으로 끝낼께. 그동안 하고 싶었는데 못한 말이 있어. 친구들아 정말 미안해, 그리고 계속 친구로 사랑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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