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7년 09월 24일 16:57
EBN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뉴스스탠드
실시간 News

‘연례행사’ 한국지엠 철수설…실체 있나

2대주주 산은 거부권 상실 및 업종 불확실성에 ‘뜬소문’
지엠내 한국시장 위상 여전히 높아… ‘완전철수’ 비현실적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등록 : 2017-09-05 15:42

▲ 자료사진.ⓒEBN
글로벌 자동차회사인 지엠(GM)이 과연 한국시장을 포기할 것인가. 연례행사처럼 제기되던 한국 철수설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지엠의 2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지분매각제한 주주총회 특별결의권(비토권) 상실을 한달 앞두고 지엠의 한국 철수설이 다시 나돌고 있다. 불투명한 경영환경에 따른 실적부진까지 장기화되면서 어느 해보다 철수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회사 측은 언제나 그랬듯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근거 없는 낭설’로 치부하고 있다.

◆철수설의 세가지 근거

최근 한국지엠의 철수설이 자주 거론되는 근거는 세가지다.

우선 지엠을 한국에 붙잡아 둘 제도적 장치가 곧 사라진다. 물론 산은이 보유한 한국지엠 지분은 17.02%로 80%에 가까운 지엠 본사 지분에 한참 못미친다.

산은은 지난 2010년 지엠과 자산매각 거부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내용의 주주계약서를 교환했다. 당시 지엠 본사의 유상증자로 ‘먹튀’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수출용 생산기지로 운영돼온 한국지엠이 본사 방침으로 제조 중심 운영으로 변모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 거부권의 효력이 다음달로 소멸되지만 현재 정부 내지 산은 측은 이를 부활시킬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둘째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암울한 분위기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그동안 경기침체 및 출혈경쟁으로 인한 수요 부진과 개별소비세 인하 중단 등으로 전반적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려 왔다. 한국지엠의 경우 2013년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라는 초대형 악재까지 겹치면서 최근 들어서는 자본잠식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난 2015년 제임스 김 사장이 한국지엠 CEO로 부임하고 이듬해 말리부 등의 신차효과를 보면서 철수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마저 올 초 호언장담했던 크루즈 신차효과를 보지 못한 채 임기 2년을 못채우고 사장직을 돌연 사임했다.

여기에 날로 거세지는 노동조합의 요구와 통상임금 소송 패소 등에 따른 노동비용 부담 증가는 향후 경영에도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카허 카젬 한국지엠 신임사장의 존재다.

지엠 본사 차원에서 세계 곳곳에서 사업 통·폐합을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5월 인도지엠 사장으로서 지엠의 인도시장 철수를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간담회에서 “한국지엠의 경쟁력과 비용구조를 향상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온실가스 규제 등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를 촉구했다.

이는 곧 철수비용보다 한국시장 유지비용이 더 든다고 판단될 경우 철수가 가능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당장 한국지엠의 수익을 주도해갈 만한 모델이나 신차계획은 없으며, 통상임금 소송 패소 등으로 노동비용 부담은 갈수록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부정책은 제시되지 않았으나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배출가스 규제 추세에 따라 디젤차 판매 제한정책을 쓸 가능성도 높다.

◆“실제 한국시장 철수 비현실적”

한국지엠 철수설이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우선 관련설이 나돌기 시작한 것이 한두해의 일이 아니지만 막상 실체는 없었다. 이번 위기설도 도화선을 따지자면 국회에 제출된 산은의 ‘한국지엠이 실제로 철수하면 막기 어렵다’라는 내용의 보고서 내용뿐 구체적인 동향은 파악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지엠 측은 최근 “지엠 본사가 한국에서 철수할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심지어 본사 소속 스테판 자코비 해외사업부문 사장도 지난 7월 “지엠은 수익성에 중점을 두고 글로벌 사업을 유지하는데 한국도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곳”이라며 관련설을 일축했다.

‘장기적 관점’에 역점을 둔다면 카허 카젬 한국지엠 신임사장의 최근 산업부 간담회 발언도 지엠 본사의 이러한 입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지엠 본사에서도 한국지엠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라며 “한국 내 쉐보레 브랜드 생산 및 수출 전면중단 등 국내에서 우려하는 개념의 완전철수는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엠이 글로벌 구조조정을 단행 중인 것은 사실인 만큼 해당 방침이 내려오더라도 한국 내에서 집중해야 할 사업군에 변화를 주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엠이 진행 중인 구조조정의 큰 그림은 중형차나 경차 대신 SUV 등 글로벌 자동차업계 추세로 자리잡은 대형차종 중심으로의 수익구조 변화이다. 그동안 지엠이 철수를 선언했던 인도 및 태국, 호주 등 국가에서 주로 생산했던 차종도 경차가 주를 이룬다.

반면 한국지엠의 생산라인은 경차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차종에 걸쳐 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소형 SUV 트랙스만 해도 한국지엠에서 개발 등을 주도한 차종이다.

더욱이 한국지엠처럼 연산 100만대 이상의 판매량(2016년 기준)을 기록 중인 곳도 지엠 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쉐보레 브랜드 기준으로 한국은 미국, 중국, 브라질, 멕시코 등에 이어 세계 5위 규모의 시장이다.

이만한 규모라면 지엠이 실제로 한국 철수를 결심한다고 해도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다. 한국지엠은 이미 국내에서만 4개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 데다 연구·개발(R&D)센터나 디자인센터 등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완전철수를 단행하려면 이 자산을 모두 매각해야 하는데 공급과잉이 진행 중인 글로벌 자동차업계 특성상 제값을 받기는커녕 구매자를 찾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관건은 정부나 산은이 국내에 드리워진 경영상 불확실성을 얼마나 걷어내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