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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희의 증권랜드]'분할통치'와 '동상이몽'...금투협회의 고민

박소희 기자 (shpark@ebn.co.kr)

등록 : 2017-09-04 09:30

▲ EBN 경제부 증권팀 박소희 기자.
"분할하여 통치하라(divide and rule)."

분할통치는 제국주의 국가의 식민 통치에 이용돼 온 지배 기술입니다. 분할시켜 놓으면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의지가 생기기 어렵고, 이로 인한 강력한 응집력도 기대할 수 없어 지배하기가 용이합니다.

올해 초 금융투자업계와 은행권은 증권사의 고유 업무인 신탁업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리 공방을 벌였습니다. 지난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과정에서도 '전업주의'를 두고 양측간 갈등이 표출되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증권과 은행 양 업권간 이해관계가 충돌, 대치 상황이 이어지면서 증권가에서는 금융투자협회가 은행연합회에 비해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습니다.

반면 은행연합회는 하나의 목표가 생기면 사활을 걸고 전방위로 뛰어들어 업권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를 금융투자협회만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요.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의 기준을 3조, 4조, 8조원 등 자기자본 별로 세분화해 구분하고 중소형 증권사에는 별도의 중기특화 증권사 라이센스를 부여하면서 금융투자협회 회원사인 증권사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가 애매한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상호 이해관계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제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할 수 있는 사업이 달라 사업 목표와 방향이 각각 달라진 상황입니다.

지난 5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들의 부동산 투자 한도가 발행어음의 10%에서 30%로 대폭 완화됐는데, 10%는 너무하다는 업계의 의견을 당국이 수용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 부동산 투자 한도 완화라는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4조원 이상인 5개 정도의 증권사만 단결했을 겁니다. 이들은 또 서로 경쟁 관계기도 해서 끈끈한 결속은 기대하기 어렵겠습니다.

이처럼 증권사 간 계층화로 인해 금융당국은 금융투자업계를 지배하기(?) 더욱 쉬워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당국의 불합리에 반기를 들기 위해 증권사들은 강력하게 뭉칠 수 없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결집해도 그 파급력은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단연 증권사들에게 유리한 환경은 아니겠습니다. 머릿수, 집단으로 힘을 모으긴 힘들어졌고 이제는 각자도생해야 하니 수수료 인하와 같은 제 살 깎아먹기식 정책도 불사할지 모르겠습니다.

대형 증권사는 글로벌 투자은행과 유니버설뱅크 도약을 꿈꾸고, 여기서 밀린 증권사들은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차별화에 힘쓸거라 믿습니다. 그 만큼 증권사들이 본업으로 재평가 받을 기회가 많아졌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머릿수로 승부하기 보다는 경영능력과 실적, 고객 만족으로 평가받을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분할됐지만 지배하기 쉬워지진 않는 증권업계 말입니다.

아울러 이해관계가 달라진 증권가의 모습을 보면서 금융당국의 관리는 더욱 용이해 진 반면 업계 이익 대변 기구로 설립된 금융투자협회는 각기 다른 회원사들의 요구 처리는 물론 각종 지탄도 불가피해 보입니다. 또한 이 같은 변화는 향후 기관의 위상 및 존립에 위협적인 요인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