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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의 유통이야기] 생리대 놓고 핑퐁게임 할 때인가

깨끗한나라·여성환경연대·식약처 원망·책임 넘기기 공방
진실공방 앞서 소비자 건강 우선하는 사회 분위기 희망

이동우 기자 (dwlee99@ebn.co.kr)

등록 : 2017-08-30 11:15

▲ 생활경제부 유통팀 기자
소설가 아쿠타가와류노스케의 대표작 '덤블속(영화 라쇼몽)'에는 한 남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진실공방을 다루고 있다. 상황은 하나인데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다른 증언과 진술들을 쏟아낸다. 소설은 이 과정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자기합리화 등 본질적인 심리를 잘 보여준다.

최근 벌어진 '릴리안' 생리대의 유해성 논란을 지켜보면서 이해 당사자들이 소설 속 인물들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생리대에서 유해성물질이 검출됐다. 이 '하나'의 상황에 입장이 '여럿'으로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을 생산한 깨끗한나라와 국내 생리대의 독성물질 검출실험을 한 여성환경연대, 그리고 이번 사태의 최종 심급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저마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짧게나마 그들의 입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릴리안 생리대에서 제품을 생산한 깨끗한나라는 최근 대형 포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소비자들의 불만과 앞서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가 발표한 생리대 제품의 유해성 검출결과로 제품 안정성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 고개를 숙였다.

회사는 제품을 수거하고 28일부터 소비자들에게 환불을 시작했다. 환불을 진행한 당일 회사는 또 하나의 공식 입장을 냈다. 여성환경연대가 발표한 생리대 휘발성화합물 검출제품 10곳 중 왜 우리만 발표했냐는 것.

회사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된 10개 제품 중 자사 제품만 공개된 것은 부정적 선입견을 줄 수 있다"며 모든 제품의 공개를 요구했다. 이를 묵과할 경우 법적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비자에게 굽힌 허리에서 고개만은 빳빳이 들고 단체를 뱁새의 눈으로 쏘아붙였다.

여성환경연대는 때 아닌 상황에 맞은 화살에 억울한 입장이다. 단체는 지난 3월 독성물질 22종에 대한 검출 결과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넘겼다. 앞서 우리가 생리대의 유해성 물질 조사를 했으니 식약처가 규명을 해달라는 제스쳐를 취했다는 것이다. 한 업체의 존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보공개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가 공을 받았다. 이들이 내놓은 입장은 정부 기관에서 실시하지 않은 실험결과를 발표할 수 없다며 정보공개에 난색을 표했다. 공은 시한폭탄이 됐다. 그래도 명색이 부처의 심급기관으로 작금의 케미포비아 상황에 뒷짐만 질수는 없었던지 최근 생리대의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깨끗한나라 릴리안 생리대의 유해물질 논란에 대한 현재까지의 상황이다. 구태여 이들의 입장을 정리한 것은 각 당사자들이 처한 상황을 대변하려는 의도만은 아니다. '생리대 파동'을 놓고 서로가 푸닥거리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느끼라는 의미다.

잘못은 했지만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는 업체나, 조사는 했지만 결과에 자신이 없어 부담을 느끼는 단체나, 우리가 다시 조사하겠다며 뒤늦게 나선 정부나 이들 모두에게 사태의 핵심인 '소비자의 안전'은 어디에도 없다.

소비자들은 깨끗한나라 제품에 대한 불만을 넘어 사회 곳곳에 만연한 화학물질 공포에 치를 떨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끊임없이 제품명만 바뀐 같은 내용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번 릴리안 사태의 핵심도 소비자들의 개연성 높은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