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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 해운업 경쟁력 위한 '빅픽처' 그릴 때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등록 : 2017-08-0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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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하는 작은 얘기가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한 해운 전문가는 최근 해양수산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해운연합' 등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해수부는 이달 안으로 국적선사간의 협력체인 한국해운연합(KSP)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우리나라 14개 선사를 참여시켜 중복노선을 통폐합하고 신규노선을 개척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공급과잉 심화로 선사들의 영업이익 감소와 중복노선에서 출혈경쟁이 계속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취지는 좋다. 하지만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시킬 정도인지는 의문이다.

이미 현대상선은 올초 근해선사인 장금상선, 흥아해운과 함께 'HMM+K2'를 결성했다. KSP와 유사한 형태다. 해수부는 KSP를 선사 간 자발적 협력체라고 주장하지만 해운업계에서는 해수부가 KSP 가입대상 선사를 정해놓은 상태라고 지적한다.

특히 수십개에 달하는 선사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가 문제다. 현재 근해노선에서 몇몇 선사들은 과점을 유지하고 있다. 이 선사들이 중소선사들을 자리잡게 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오히려 힘의 논리로 인해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노선은 우리가 할 테니 다른 시장으로 가라"고 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자발적 협력체지만 동등한 협의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한국해운업 강화를 위한다지만 방식에 있어 문제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업계에서도 "한국해운산업 재건으로 이어질 지 우려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동안 정부는 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해운업 특성을 무시한 채 한계기업을 솎아내는 데 급급했다. KSP도 결국 중소선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될까 우려스럽다.

정부는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간기업이 해야 될 일을 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선사들 간의 협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대형선사 육성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입화물 중 99% 이상을 해상으로 운송하지만 이중 국적선사가 수송하는 비중은 턱없이 부족하다.

또 해운업계가 주창하는 조선사와의 '상생'은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일본의 조선사는 자국발주 비중이 60%가 넘는 반면 한국은 10% 초반에 불과하다. 수주절벽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수주잔량이 한국을 바짝 뒤쫓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글로벌 선사들 간의 인수합병이 잇따르면서 상위 7개 선사들의 독식 역시 불가피해졌다. 업계에서는 100만TEU급 선사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한국 해운업 현실을 보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글로벌 선사들이 규모의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정부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을 살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자조적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정부는 위기가 터지고 대책만 얘기해 왔다. 정부의 해운업 대책이 눈앞의 경기침체에만 초점을 맞출게 아니라 중장기적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선구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세계 5위 해운강국이란 목표에 걸맞는 정책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