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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까톡] '공부방'의 한은과 '자부심'의 금감원…동시 합격생들의 최종선택은?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7-07-09 00:01

▲ EBN 경제부 증권팀 김남희 기자
올 초 실시한 신입사원 공채 모집에서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두곳에 모두 동시 합격자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배출됐습니다. 총 5명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들 중 1명은 본인의 전공을 살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을, 나머지 4명은 모두 한국은행(이하 한은)을 택했다고 합니다.

금감원과 한은이 오랫동안 알력 관계를 형성해온 사정 때문에 이들 사원의 한은 선택은 한은의 승리로 일견(一見) 보입니다.

한은의 위상이 금감원을 뛰어넘은 것으로 간주할 법한 일이니까요. 인재를 빼앗겼다고 생각한 금감원은 패인(敗因)분석과 지원자 울타리 마련에 나섰습니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은은 통화정책 수립과 집행, 국제금융, 국고관리, 발권 업무 등을 수행하는 곳으로 높은 인지도와 안정적인 조직 문화를 자랑합니다. 통화와 거시경제 흐름을 연구하는 부분이 많다보니 금융권에서는 한은의 특징을 ‘안락한 공부방’같은 분위기라면서 금융권 내 가장 편한 일자리로 꼽습니다.

반대로 금감원은 속칭 ‘짠내’나는 생존력을 필요로 한다고 합니다. 상위권 연봉과 높은 자부심을 가진 조직이지만, 금융사 일거수일투족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만큼 치열한 분야로 분류되고 있지요.

가뜩이나 금감원과 한은은 오랜 기간 긴장관계를 형성해왔습니다. 90년대 말 한은의 은행 감독과 검사권이 금감원으로 이관되면서 한은은 고유업무 강탈로 받아들여 불만을 드러냈고, 이때부터 두 기관의 갈등은 본격화됐지요.

금융과 경제 전공자라는 공채 인력풀도 겹치다보니 금감원과 한은을 포함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은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이른바 A매치를 결성했습니다. 한날한시에 공채 시험을 실시하는 것으로 동시합격자 발생을 예방해왔던 것이죠.

하지만 지난해 말 금감원은 이같은 구도에서 탈피해 독자적인 공채 발탁 프로세스를 가졌고 부득이하게 한은에 동시 합격한 신입사원이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은의 위상이 높아진 것인지, 아니면 개별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 한은의 임원은 동시합격자들에게 한은을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과연 그들은 어떤 대답을 했을까요. 그 임원은 혈기왕성한 후배들의 포부와 열정을 한편으로는 기대했지만 직업 선택에 있어선 누구나 현실적인 이유를 우선하기 마련입니다. 금융 시장 가까이서 다이나믹한 업무를 소화해내는 금감원 업무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누구나 편한 일, 익숙한 일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만, 금융 선진화를 꿈꾸는 한국 금융기관이 다른 한편으로는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팽배해 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