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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군산조선소-1] “70여척 중에 서너척도 못주나”

  • 송고 2017.07.06 14:02 | 수정 2017.07.06 14:06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군산조선소 마지막 2척도 울산조선소로 넘기며 가동 중단

협력업체 대표 한명 자살 “사실상 폐쇄절차…배신감 느껴”

군산조선소에 설치된 국내 최대 규모의 1650t급 골리앗 크레인.ⓒEBN

군산조선소에 설치된 국내 최대 규모의 1650t급 골리앗 크레인.ⓒEBN

[군산=신주식 기자] 지난 5일 찾아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깡깡 울리는 망치질 소리, 용접소리, 골리앗 크레인이 이동할 때 울리는 경고음소리 등 일반적인 조선소라면 끊이지 않고 들리는 모든 소리들이 사라지고 정적만이 남았다. 바다가 인접한 서문 근처까지 가서야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면서 내는 묵직한 바람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소를 둘러싸고 있는 왕복 6차선 도로는 인접한 부두나 공사장에서 나오는 차량이 간간이 지나갈 뿐 눈치 안보고 대로 한복판을 걸어가도 안심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전날인 4일 아직 완공되지 않은 두 척의 배가 울산조선소로 출발했다. 군산조선소에 남은 마지막 일감이었으나 7월 1일부로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한다는 방침에 따라 이들 선박은 예인선에 이끌려 남해를 돌아 울산으로 가는 것이다.

“그 큰 배를 옮기려면 기름값도 꽤 많이 들어갈텐데 마무리나 하게 놔두지 그것마저도 허용하지 않는 모기업의 생각을 도통 모르겠다”며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푸념을 늘어놨다.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과 함께 네 개의 출입문 중 동문을 제외한 세 곳이 폐쇄됐다. 아직 남아있는 직원을 찾았으나 동문을 지키고 있는 보안 관계자는 “남아있던 직영 직원들은 이미 퇴직하거나 모기업 또는 계열사로 자리를 옮겼으며 외부인이 조선소에 들어오는 것은 금지돼있다”고 대답했다.

지난 2008년 군산조선소 착공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군산 뿐 아니라 전라북도까지 지자체 및 지역주민들은 희망과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군산조선소를 비롯해 한국지엠, 세아베스틸이 자리잡은 군산국가산업단지를 바탕으로 군산시는 인구가 7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자체를 비롯해 지역주민들까지 현대중공업에 배신당했다는 의식이 팽배해있다. 특히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계열사들의 선박 수주소식이 이어지면서 이와 같은 배신감은 노골적인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계열사들은 올해 상반기 73척의 선박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중 군산조선소와 맞지 않는 중소형선을 건조하는 현대미포가 수주한 선박 41척을 제외하더라도 32척이라는 선박이 울산조선소와 현대삼호중공업으로 돌아갔다.

한때 지역언론에서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선박들 중 4척을 군산조선소에 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지역주민들은 기대감을 높였으나 사실무근인 것으로 확인됐고 현대중공업에 대한 지역민심은 더욱 흉흉해졌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군산조선소의 수주잔량은 135척으로 집계됐으며 올해 말까지 약 100척의 선박이 인도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수주한 물량들의 대부분이 내년 말이나 2019년에 인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울산조선소와 현대삼호의 일감부족 문제는 올해 하반기 들어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인부들이 군산조선소 북문을 폐쇄하고 있다.ⓒEBN

인부들이 군산조선소 북문을 폐쇄하고 있다.ⓒEBN

하지만 단 한 척의 일감도 남아있지 않은 군산조선소에 그나마 건조가 마무리되지도 않은 선박 2척을 뺏어가면서까지 가동을 중단했다는 점에서 지역주민들은 “말은 잠정적인 가동중단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조선소를 폐쇄하겠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연간 12척의 선박을 건조하는 공정이 지속됐더라면, 아니 절반인 6척만이라도 건조할 수 있도록 일감을 배정해줬더라면 모 협력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5000명에 달하는 아버지들이 집에서 부인과 아이들의 눈치를 보며 취직걱정을 해야 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현재 군산의 민심이다.

황량한 것은 군산조선소 뿐이 아니다. 군산산단이 위치한 오식도동의 원룸들은 거의 비었으며 짓다 만 모텔에 걸린 ‘6월 중 오픈, 호텔식 인테리어’라는 현수막은 군산산단의 현실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모텔들이 모여 있는 곳의 한 편의점에 들러 괜찮은 식당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더니 편의점 직원이 식당 하나를 가리켰다. “저 식당이 여기서 제일 장사가 잘 되던 곳이었다. 군산조선소 일감이 많을 때는 점심시간에만 1000여명의 사람들이 몰려서 한 끼를 해결하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소개해 준 식당을 들어가니 “죄송하지만 저녁에는 식사메뉴를 다루지 않고 있다. 바로 옆에 위치한 식당을 이용해주기 바란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 식당을 비롯해 대로변에 위치한 모든 식당들은 저녁 8시를 전후로 불이 꺼졌으며 기자가 들어갔던 식당도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불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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