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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숙원 '중간금융지주사 도입'…기약 없이 표류하나

해당 법안 19대 국회 종료로 자동폐기된 이후 재발의 소식 없어
"지배구조 투명화" 공정위 매년 중점과제로 삼았지만 번번이 고배
입법화 극도로 반대해온 민주당 정권 탈환…사실상 '물 건너 가'

서병곤 기자 (sbg1219@ebn.co.kr)

등록 : 2017-06-27 10:25

▲ 기업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연합뉴스

[세종=서병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오랜 숙원인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입법화가 언제 이뤄질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19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해당 법안이 20대 국회에 다시 제출되지 않았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에 극도로 반대해온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입법화를 기대하는 건 현재로선 무리기 때문이다.

27일 공정위와 정치권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시작된 지난해 5월 30일부터 현재까지도 여당이나 야당에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법안을 재발의하지 않고 있다.

19대 국회 종료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법안(새누리당 김상민 의원 발의)이 자동폐기된 이후로 해당 법안의 입법화를 위한 국회 논의가 멈춰 버린 것이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이 법안을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할 것이란 얘기가 나왔지만 얼마 안돼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쏙 들어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당시 해당 법안의 입법화를 중점 추진 과제로 내세운 공정위로서는 속이 타들어 갔었다.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법안은 일반지주회사가 중간에 금융지주회사를 두고, 이 금융지주회사가 주식보유를 통해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행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지주회사 밖에서 계열사 형태로 비정상적으로 금융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이다.

특히 금융회사를 보유한 삼성,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한화, 롯데 등과 같은 대기업 집단을 일반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유도해 이들 집단의 지배구조 투명화를 이끌어 내게 하는 것이 이 법안의 핵심이다.

일반지주회사 전환 시 이들의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요성 때문에 공정위는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입법화를 매년 중점 추진 과제로 삼아왔다. 공정위가 이 법안을 정부 발의로 국회에 제출할 순 있지만 그동안 의원법안으로 발의돼온 만큼 의원발의 존중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해당 법안에 대한 정치권의 재발의가 요지부동인 가운데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입법화 추진이 이번 정권에서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대 국회에 이어 19대 국회에서도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법안을 '재벌특혜' 법안이라며 국회통과를 막은 민주당이 지난 5월 치러진 19대 대선 승리로 정권을 잡음에 따라 공정위로서는 입법화 추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일 열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의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반대 입장이 재확인됐다.

당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중간금융지주회사야 말로 금산분리 원칙을 무너뜨린 특혜이자 삼성이 가장 많이 누리는 삼성특혜제도"라며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이 제도 도입의 반대를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특히 박 의원은 교수 시절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제안한 김 후보자에 대해 "이런 것을 찬성한 김 후보자가 현재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다보니 재벌저격수에서 재벌도우미로 전향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까지 불러 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현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인 만큼 대통령 공약과 여당 당론에 배치되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의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반대 당론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렇다고 중간금융지주사 도입 입법화 추진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재 공정위 수장이 된 김상조 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이 사후 감독으로서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을 논의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사전 규제인 지주회사 제도와 금융위원회의 사후감독인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체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럴 경우 금융그룹 감독이 더욱 명확해져 추후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논의도 가능하다는 게 김 위원장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대기업 집단 소속 금융회사에 대해 공정위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그룹 통합감독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로운 금융그룹 통합감독제가 도입된다하더라도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에 완강하게 거부해온 민주당의 입장이 쉽사리 바뀌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