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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다다른 정몽구 부자 경영…“토요타·폭스바겐 잊었나”

오너일가 품질경영 구호에도 수년간 품질시비 및 리콜 끊이지 않아
경직된 조직문화 따른 비(非)전문화… 전문가 “삼성 대응사례 배워라”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등록 : 2017-05-16 10:31

▲ 서울 양재동 소재 현대·기아차 사옥.ⓒ현대자동차
국·내외에서 현대·기아자동차 차량의 리콜조치가 잇따르면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주도하는 오너 경영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몽구 회장 부자가 수년간 품질경영을 외쳐왔음에도 결국 내부직원의 고발로 제작결함 문제가 불거지면서 품질관리의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토요타자동차 리콜 및 폭스바겐 연비 파문을 사례로 들며 현대·기아차가 사태를 축소만 하려 들기보다는 대국민 사과에 준하는 자정선언과 함께 근본적인 쇄신작업을 통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말로만 품질경영?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현대·기아차 차량 제작결함 5건에 대해 국내 자동차업계 최초로 강제리콜 명령을 내렸다. 동시에 현대·기아차의 제작결함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수사를 의뢰한 상황이다.

당초 현대·기아차가 리콜권고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자진리콜 기회를 스스로 날리자 국토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지난달까지 세타엔진 결함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150만대에 육박하는 차량을 리콜 조치하기도 했다.

이같은 일련의 리콜사태는 지난해 9월 내부직원이 제보한 32건의 제작결함 의심사례에서 비롯됐다.

제작 결함 은폐 여부는 제쳐두더라도 현대·기아차는 이번 리콜사태와 관련해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그동안 정몽구 회장이 내세워온 품질경영 및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 현대차 울산공장 선적 모습, 본문과 관련 없음.ⓒ현대자동차

150여만대 리콜사태 원인이 된 세타엔진만 해도 지난 15년간 현대·기아차의 수출에 결정적 역할을 해온 만큼 기업의 상징과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작동 멈춤 문제로 미국에서만 리콜하고 국내에서는 이를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내부직원에 의해 제기됐다.

현대·기아차는 이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은폐 의혹과 결함사실을 부인해 왔으나 막상 국토부 조사가 본격화되자 올해 자진리콜을 발표했다. 최근 사상 초유의 강제리콜도 당초 국토부의 리콜권고를 거부했다가 긁어 부스럼을 만든 사례다.

현대·기아차와 관련된 품질논란은 이번 뿐이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싼타페 누수 및 에어백 결함, 미국 연비과장 등으로 인한 200여만대 리콜 등 무수한 품질시비는 물론 내수·수출 품목차별 비판 등에 시달려왔다.

정몽구 회장은 논란 때마다 국내영업본부장을 교체하는 등 문책성 인사를 실시해왔으나 단기 처방에 그쳤을 뿐 문제는 거듭 발생했다.

◆전문가들 “오너와 조직 모두 꽉 막혀”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의 거듭되는 품질논란의 최대 원인에 대해 한 목소리로 경직된 조직문화를 꼽았다.

현대·기아차는 대부분의 현안에 대한 결정이 정몽구 회장 부자의 의견에 좌지우지되는 구조다. 따라서 품질문제 발생 가능성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나 부서간 소통을 통한 정보공유가 되기 어렵다. 즉 비대한 덩치에 비해 품질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판매 후 5~6년 이후까지 내다보고 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으면 백지화 내지 보완작업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자동차 품질”이라면서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경우 오너의 뜻에 따라 언제 인사가 날지 모르기 때문에 장기적 계획을 짜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현대자동차

이 교수는 이어 “폐쇄된 조직문화도 품질문제가 개선되지 않게 하는 요인”이라며 “가령 개발과 홍보부서의 경우 제품개발 진전도와 품질 관련 소비자 민원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야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경우 서로에 유리한 정보만 오픈하거나 일방적 통보에 그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도 “당장 오너의 문책을 받지 않기 위해 해당부서는 보여주기식 성과를 낼 수 밖에 없고, 성과를 내더라도 최종적으로 전문성 없는 오너와 부서장들에 의해 개발계획 등이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부고발자가 발생할 정도면 해당사의 검증 및 감사 절차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상명하복식 조직문화와 부서간 성과 및 정보를 서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의 부재가 품질논란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에 배우고 토요타·폭스바겐 타산지석 삼아야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의 품질경영이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잇따른 리콜에 대해 진정성 있는 유감표명을 하고 전문성을 갖추는 방향으로 조직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필수 교수는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거나 입을 가능성이 있는 소비자들에 대한 유감 표명은 이른바 ‘흉기차’라는 오명을 씻고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 단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발화사태 초기부터 전 물량 폐기 및 전 소비자를 대상으로 보상을 실시한 것이 좋은 벤처마킹 사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훈 대표는 “오너의 관점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품질 등의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 및 전문경영인에게 일임하는 등 자율성과 중장기적 관점에 기초를 둔 조직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삼성전자 측은 지난해 제품에 대한 발화사태가 불거진 직후 발빠르게 제품 단종 및 피해자 보상을 발표했다.ⓒ삼성전자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이번에도 사과와 쇄신 없이 그냥 넘어갈 경우 토요타자동차와 폭스바겐의 실패 사례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0년 대규모 리콜사태를 겪은 토요타의 경우 급발진 등의 문제로 소비자들의 민원이 폭주하자 부인 및 책임회피로 일관하는 등 초기 대응에서 문제점을 보였다. 2015년 연비조작 파문을 일으킨 폭스바겐은 처음에는 잘못을 시인했지만 이후 거짓해명 및 한국 등 일부시장에 대한 차별보상 등으로 문제를 키웠다.

글로벌 시장은 물론 자국 시장에서도 정상급 위치였던 이들의 대형사고에 대한 안이한 대응방식은 현재의 현대·기아차와 닮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토요타는 리콜 이듬해인 2011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두자리수 성장을 할 때 1%대 성장에 그쳤으며, 이를 회복되는데 수년이 걸렸다. 폭스바겐의 경우 한국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다시피 해 현재까지 이전의 입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김종훈 대표는 “리콜만으로 문제를 한정하면 현대·기아차의 대응방식도 문제지만 정부의 '눈 가리고 아웅'식 리콜 관행도 문제”라며 “국토부 담당자가 전문성이 없거나 그나마도 한두명에 불과해 업체에 끌려가는 경우가 많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