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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도둑일까?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등록 : 2017-05-02 09:14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위기를 가져올 '일자리 도둑'일까?

이 같은 우려는 4차 산업혁명이 가지는 '자동화'라는 속성으로부터 기인한다. 로봇이나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데이터 처리와 반복적인 업무에 활용됨으로써 결국 사람의 노동이 필요 없게 되는 직업군이 생겨난다는 전망이다.

이런 전망은 일견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이 AI, 로봇 앞에 무릎 꿇고 순순히 노동의 주도권을 넘겨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은 놀랍게 발전하고 있지만, 인간의 '업무 숙련도'는 쉽게 따라잡기 힘든 영역이다.

사람의 일을 모두 0% 혹은 100% 양극단으로 나눌 수 없듯, 자동화로 대체 가능한 업무의 수준도 각 직업군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인 추론이다. 미 보스턴대 로스쿨 교수인 제임스 베센은 어떤 직업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고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부분적으로 자동화가 이뤄지는 직업이라면 오히려 관련 노동이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19세기 말 영국에서 방적기가 등장한 뒤 직조공의 98%가 기계로 대체됐다. 그러나 방적노동자 고용인원은 오히려 증가했다. 자동화가 면직물의 값을 내리면서 거대한 수요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인간의 모든 직업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빅데이터를 분석, 계산해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결과를 도출해내는 과정은 AI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성과물을 내는 직업은 AI가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기술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불안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옥스퍼드 대학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 박사와 마이클 오즈번 조교수가 미국의 702개 직업을 분석한 결과 47%가 기술진보에 의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하면서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직업을 기준으로 한 분석은 과대 추정의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며 직무(task)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예컨대 소매 판매원은 직업 기준으로 보면 자동화로 인한 직업 대체 위험도가 92%나 되지만, 직무 기준으로 대면 업무 등 컴퓨터로 대체하기 어려운 작업을 하는 소매 판매원이 96%나 된다. 실제 컴퓨터로 대체가 가능한 인력은 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직무 기준으로 분석한 뒤 프레이·오스본 연구처럼 직업으로 재구성했을 경우, 자동화로 대체될 확률이 70%를 넘는 직업은 9%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4차 산업혁명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패러다임이다. 기존의 기술을 융합하고 새로 재조합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조하는 시대다. 우버, 오큘러스, DJI 등 공유경제, VR, 드론 등 미래 기술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달성한 기업들은 매우 빠른 시간에 기존 산업군에서 패권을 쥐고 있었던 기업들과 동등한 경쟁구도를 이루고 있다.

결국 기술적 혁신으로 국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에 있어서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고 관련한 정책을 밀도 있게 수립해야 한다. 이런 논의 없이 우려만 하고 있다가는 도태되고 만다. 올바른 정책과 유연한 대응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도둑이 아닌 '일자리 혁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