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도시바 현장 보겠다"…인수전 돌파구 모색

송고 2017.04.24 17:31 | 수정 2017.04.24 17:32
최다현 기자 (chdh0729@ebn.co.kr)

도시바 방문해 SK그룹 반도체 비전 설명할 듯

WD·일본계 FI 등 인수전 참여기업 협력 모색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부문 인수 현황을 둘러보기 위해 24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최 회장은 이날 김포국제공항에서 전용기 편으로 출국했다. 출장에는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과 인수합병 전문가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동행했다.

최 회장은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당장은 할 말이 없다. 다녀와서 얘기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가서 현장을 보겠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출국금지가 해제된 후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출사표를 던진 도시바 인수전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업계의 이슈로 떠오른 만큼 그룹 차원에서의 지원이 절실했다. 최 회장이 출국금지 해제 후 첫 해외 행선지로 일본을 선택한 것도 이러한 요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은 일본에서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를 위해 다각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도시바 인수전은 지난 1월 공식적으로 시작됐지만 '최순실 게이트' 관련 특검 조사와 맞물려 최 회장의 발이 묶이면서 이제야 현장을 둘러보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 회장이 도시바 경영진을 만나 SK그룹의 반도체 사업 비전을 설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인수전이 시작된 후 도시바를 처음 방문하며 욧카이치공장에 투자와 고용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도시바의 오랜 사업 파트너 웨스턴디지털(WD)과 접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WD는 도시바 욧카이치 공장에 투자하는 등 도시바와 오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때문에 WD는 최근 도시바에 독점협상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WD가 도시바로부터 반도체를 납품받는 만큼 도시바가 타업체로 매각될 경우 안정적인 반도체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이에 따라 현재 일본을 방문 중인 마크 롱 WD CFO 등과 만나 제휴를 제안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WD는 최근 일본의 산업혁신기구, 정책투자은행 등과 손잡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 최태원 회장과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협력관계 구축에 진척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불어 최 회장은 일본계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활동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정부가 산업의 핵심 기술인 반도체를 해외에 넘기기 꺼려하고 있어 일본 측의 우려를 더는 동시에 자금 부담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베인캐피털과도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내에서는 그 동안 여러 건의 대형 인수합병을 성사시킨 경험과 SK텔레콤 주파수 경매 노하우 등이 이번 인수전에 활용될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9일 마감된 도시바 1차 입찰에는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 미국의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반도체회사 브로드컴 연합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일본 정부계 자금인 산업혁신기구, 정책투자은행 등도 미국 또는 자국 기업과 손잡고 인수전에 뛰어드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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