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까톡]"큰 집으로 이사해 볼까"...카카오의 고민

송고 2017.04.23 00:00 | 수정 2017.04.21 17:49
최은화 기자 (acacia@ebn.co.kr)

카카오 코스피 이전상장 검토 공시…코스닥종합지수 타격 우려

기관 포트폴리오 비중 확대 가능성…주가 흐름 안정화 기대도

최은화 EBN 경제부 증권팀 기자

코스닥 시가총액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카카오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으로 이전상장을 ‘삼고초려(三顧草廬)’하고 있습니다. 코스닥에서 상징적 의미를 지녀왔던 기업이 코스피로 이전상장을 하는 경우가 드문 일이어서 단연 증권업계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시총 6조원에 달하는 종목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옮겨간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지닙니다. 우선 코스닥 시총 순위가 바뀌겠지요.

현재 코스닥에는 시총 11조원 규모 제약주인 셀트리온이 1위 자리를 석권하고 있습니다. 2위가 카카오, 3위가 CJ E&M입니다. 2위인 카카오와 CJ E&M의 시총은 무려 3조원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카카오가 빠진 후 코스닥 시총 상위권에는 11조원의 셀트리온에 이어 3조원대의 CJ E&M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겠지요.

코스닥종합지수에 미치는 파장도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종가기준 코스닥종합지수 시총은 207조5969억3700만원입니다. 여기서 6조원이 빠지면 201조원 수준으로 줄게 됩니다.

반면 같은 기준으로 코스피종합지수는 1401조7397억7400만원입니다. 여기에 6조원이 더해지면 1407조원으로 커집니다.

이 가운데 카카오의 코스피 이전상장이 가장 아쉬운 부서도 있습니다. 바로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입니다. 코스닥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시총 비중이 3%에 달하는 만큼 코스닥본부의 실적에도 좋을 리가 없겠지요.

거래소는 지난 2015년 7월 금융위원회와 함께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코스피·코스닥 등 시장별 경쟁구도를 만들어 거래소의 경쟁력을 높이고자하는 목적에섭니다. 실제 기업공개(IPO) 유치 실적을 시장별로 공개하거나 연초 사업계획 관련 기자간담회를 각 시장별로 개별 추진하는 등 시장별 구분을 명확히 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카카오의 이전상장이 호재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일단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옮겨갈 경우 기관이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는 비중이 더 늘어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나는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일정 비율 이상을 못 가져가게 막는 규정이 있다”며 “카카오가 코스피로 이전상장을 하게 되면 기관이 포트폴리오에 카카오 주식을 좀 더 많이 담을 수 있으며 기관 비중이 늘어나면 카카오 주식 흐름이 더 안정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스피냐 코스닥이냐, 사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업 자체의 밸류에이션(기업 평가 가치)이 어느 정도 수준이고 사업이 잘돼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투자 포인트니까요.

카카오의 코스피 이전상장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 더 관심을 받아야 하는 건 ‘실적’일겁니다. 제조업과 달리 인터넷업이 꾸준한 이익성장 기반을 가지고 사업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약 2년 6개월 전 다음과 합병한 카카오는 이후 주력을 꼽은 O2O(온·오프라인 연계)사업에서 크게 두각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스피든 코스닥이든 상관없으니 이제는 좋은 성적표로 증권업계에 조명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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