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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정부담·경제손실 키우는 '공시' 광풍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응시자 22만8365명..역대 최대
정부, 민간기업 고용여건 악화로 공무원 채용 인원 늘려
공시족 확산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 때문..中企 근무환경 개선 시급

서병곤 기자 (sbg1219@ebn.co.kr)

등록 : 2017-04-14 15:00

▲ EBN 경제부 세종팀 서병곤기자
지난 8일 국가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이번 9급 공채 필기시험에는 역대 가장 많은 22만8365명이 응시해 46.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수치는 많은 취준생들이 공직에 입문하려는 '공시' 광풍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오히려 심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올해 응시자가 유독 많은 것은 국가공무원 채용 규모가 전년보다 늘어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올해 국가공무원(5급·외교관후보자·7급·9급) 공채 선발인원을 지난해보다 651명(12.1%) 늘어난 6023명으로 확정했다.

여기에 지방직공무원, 경찰·해경, 교원 등을 포함하면 올해 전체 공무원 신규채용 인원 규모는 4만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공무원 재직자 수는 더욱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전체 공무원 현원은 2014년 말 101만6181명에서 2015년 말 102만6201명으로 늘었다.

이중 국가공무원 현원은 같은 기간 63만4051명에서 63만7654명으로, 지방공무원은 35만7492명에서 36만3691명으로 증가했다.

정부가 공무원 채용 인원을 늘리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민간기업의 고용 여건 악화, 지난해 사상 최악 치달은 청년실업률(9.8%)과 무관치 않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은 올해 상반기 대졸 공채 규모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2862명) 줄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청년들의 취업문도 좁아질 전망이다.

결국 정부로서는 공공부문이라도 일자리를 늘려 조금이라도 고용의 숨통을 터주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이러한 행보는 정년보장이라는 안정성과 퇴직 후 높은 연금을 지급 받을 수 있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시에 몰리는 취준생에게는 반가운 일이겠지만 국가재정 측면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최근 정부가 심의·의결한 '2016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서 잘 나타나 있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국가부채가 전년보다 139조9000억원 급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4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부채 증가분 139조9000억원 중 66%(92조7000억원)가 공무원·군인연금의 연금충당부채 증가분이었다.

연금충당부채는 현재 연금 수급자와 재직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현재가치로 추정한 재무제표상 부채다.

정부가 직접 빌린 돈은 아니지만, 연금조성액이 지급액보다 부족할 경우에는 정부 재원으로 메워야 한다.

공시생 수가 늘면 경제적 손실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제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공시생 수가 2011년 18만5000명에서 지난해 25만7000명으로 급증한 가운데 이들이 시험에 매진하면서 사회적으로 연 17조1429억원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생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은 자신의 미래보장을 받을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청년들이 중소기업 입사를 꺼리고 공시나 대기업 공채에 몰리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시 광풍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낮은 임금 등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해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긴호흡을 가지고 중소기업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만들어 26만명에 달하는 공시생의 시선이 이쪽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많은 청년들이 공시에 몰리는 것은 향후 국가재정 부담과 사회적 손실을 고려하면 그리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특히 급속도로 도래하는 4차 산업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현 시점에선 더 더욱 그렇다.

다음 달에 들어서는 새 정부에서는 청년들이 '중소기업 직원 역시 공무원 못지않게 좋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힘써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