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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희의 증권랜드] 반복되는 재벌개혁 구호, 기회 놓친 삼성

박소희 기자 (shpark@ebn.co.kr)

등록 : 2017-04-12 16:26

▲ EBN 경제부증권팀 박소희기자
재벌 그룹의 운명은 정권에 따라 뒤바뀌기가 부지기수 입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치던 롯데는 지난 박근혜 정부때 유독 난타를 맞았습니다. 정권 교체의 한 가운데 있는 지금은 삼성 등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한 기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삼성은 작년 11월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화했습니다. 그동안 지배구조 개편에 소극적이던 삼성이 진일보한 발언을 내놓자 시장은 즉각 지배구조 수혜 종목을 골라냈습니다. 하지만 삼성의 돌연 지주회사 전환 연기 발표에 관련 종목들은 상승분을 반납해야 했습니다.

삼성은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많이 발견됐다고 언급했습니다.

진보 성향의 후보가 차기 대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 역시 지주회사 전환 연기에 큰 영향을 미친 사안 중 하나일 겁니다.

삼성의 이같은 논지는 진보 성향의 대선 후보들이 가진 반기업 정서를 재부각 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는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보류에 대해 어느정도 수긍할만 하다는 여론도 조성됐으니까요.

자사주에 의결권을 주지 않는 상법 개정안이 입법될 경우 지배구조 개편의 유력 시나리오인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이 어려워 질 수 있습니다. 상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을 주축으로 바른정당, 국민의당 3당이 입법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이번에 한 차례 기회를 놓친 것 같습니다. 이번 이사회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구체화 했더라면 개편의 주 목적이 경영권 승계가 아니라 주주환원과 투명 경영을 위한 작업이라는 데 오히려 힘을 실어줬을 것입니다.

이번 지주회사 전환 보류는 재벌 개혁이 차기 정부 경제 정책의 기치가 되는 빌미도 만들었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합병비율 논란이 안그래도 여론을 악화시켰는데 이번 보류 결정까지, 기업이 듣기 싫은 소리가 또 나오도록 자초한 모양이 됐습니다.

오너 지분율이 낮은 현대차 역시 언젠가는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 착수해야 합니다. 이번 삼성의 보류 결정은 현대차 등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해야 하는 여타 기업의 힘을 뺐습니다.

지배구조 개편 프리미엄을 눈여겨 보고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어찌해야 할까요. 꽤나 진중하게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것 처럼 공시까지 해놓고 돌변한 건 이번 한번 뿐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