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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기자의 유통이야기] "내가 연극 보려고 주총장에 갔나?"

  • 송고 2017.04.06 11:07 | 수정 2017.04.06 11:09
  • 이동우 기자 (dwlee99@ebn.co.kr)

아모레퍼시픽 주총서 주주들 생략 제청으로 속전속결 마무리

참석 주식 비율 82.8% 넘어서며 모든 의사결정에 갈등 없어

지난달 아모레퍼시픽 주주총회에 갔을 때다. 앞서 회사 관계자는 거듭 "재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가보는 초짜 티를 내기 싫었다. 짐짓 여유 있는 얼굴로 이미 알고 있다는 표정을 했다. 내심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실망하기까지 단 10분 도 채 걸리지 않았다.

주총은 심상배 대표가 의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회의장 맨 앞줄부터 1/3가량의 주주들이 자리를 열맞춰 잡았다. 출입 기자들은 맨 뒷좌석에 자리를 채웠다. 여럿 모인 홍보팀 관계자들이 반가워 가볍게 인사를 했다. 사회자가 국기의 대한 경례를 알렸다. 참석자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막이 올랐다.

사회자는 제 1호 의안에 대한 사항을 보고했다. 제11기 재무제표에 관한 승인 건이다. 말이 끝나자 무섭게 누군가 손을 들었다. '찰나'의 순간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가 깃든 기가막힌 타이밍이다.

그는 우선 주주들을 대표해 아모레퍼시픽 임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는 "재무제표에 관한 사항은 이미 홈페이지에 기재돼 있고 빠른 진행을 위해 생략을 제청한다"고 말했다. 자리에 앉아 있던 무리들은 일제히 "동의합니다"고 답했다. 심 대표는 "감사하다"고 말했다.

1호 의안이 처리됐다. 설마 했다. 이날 상정된 5개 의안이 모두 이와 같이 처리될 것이라고는 사실 생각지도 못했다. 말로만 듣던 속전속결 주주총회의 모습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독일의 법학자 칼 슈미트(Carl Schmitt)는 정치란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사회의 모든 의사결정이 결국 각자의 이익을 위한 상대와의 협의와 타협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것이 곧 정치요, 대승적으로 많은 이들의 이익을 대변해 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갈등 속에서 더 큰 평화가 만들어 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서 이 말을 좋아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의 주주총회에서는 어떠한 갈등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날 주주총회 참석주식 비율은 82.8%로 소액주주를 비롯해 다수가 이미 의사결정을 위임하는데 동의했기 때문이다. 내심 사드문제를 비롯해 경영에 관한 주주들의 거침없는 질문과 이사진들이 진땀 흘리는 공방을 기대했던 것이 실수였다.

주총은 잘 짜인 대본에 맞춰 배우들이 연기하는 하나의 연극무대 같았다. 이 같은 상황의 절정은 제 3호 의안을 처리하는 과정에 발생했다.

사회자는 세 번째 의안을 알렸고 또 한 명의 주주가 생략 제청을 위해 손을 들었다. 그는 한 손에는 마이크를, 또 다른 손에는 미리 적어놓은 대본을 읽어 내려갔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언하는 것이 떨렸던지 문장을 읽어 내려가다 계속 첫 문장으로 돌아갔다. 말이 꼬인게 분명했다.

답답했다. "임원진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의안 보고는 빠른 진행을 위해 생략 제청합니다" 이 간단한 문장을 왜 그렇게 반복하는 것인지 대신 말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이해는 갔다. 연극무대에 오른 신인 배우는 언제나 떨리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그를 응원했다.

세번째 의안이 끝나고 마지막 제 5호 의안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 처리까지 20분 도 채 걸리지 않았다. 아마 3호 의안 생략 제청이 보다 원활했다면 1분쯤은 단축 됐을 듯싶다.

처음 참석한 주주총회는 그랬다. 초등학교 시절 욕을 입에 달고 살던 친구들이 토요일 오전 학급회의 시간 존대말로 발언하던 모습이 너무나 어슬프게 들렸던 생각이 났다.

아모레퍼시픽만의 문제도 아니다. 주주총회 과정을 단순히 '요식행위'라고 말하기에는 이미 기업들 사이에서 관례로 고착된 것 같다. 때문에 대신 첨언을 하나 하고 싶다. 총회를 위한 보다 능숙한 배우출신 주주 섭외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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