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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차세대 車강판 승부"…'쇳물 보다 뜨거운 열정'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6번 압연공정 통해 고품질 철강재 생산
기술연구소, 모기업과 자동차 개발 초기단계부터 협업 '장점'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김지웅 기자 (jiwo6565@ebn.co.kr)

등록 : 2017-03-29 15:30

▲ 당진제철소 1고로.ⓒ현대제철
[당진= 황준익·김지웅 기자] "쇳물(원료)에서 자동차(완제품)까지. 현대제철의 숙원사업을 향한 열정이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지난 28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에서 차로 1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송가원 당진제철소 의전홍보팀 과장은 이 한마디에 제철소의 모든 의미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당진제철소는 여의도 3배 면적인 267만평 규모다. 2010년 1월 1고로 가동을 시작해 총 3기의 고로에서 연간 1200만t톤의 쇳물을 생산한다. 현대제철은 전기로 1200만t 생산능력을 포함해 연산 2400만t 체제의 일관제철소를 갖추고 있다.

차를 타고 정문을 통과해 공장으로 가는 길. 빨리 갈 법도 하지만 차는 시속 30km 이하로 서행했다. 송 과장은 "공장에 있는 모든 차량은 시속 30km 이하로 운전해야 한다"며 "이를 어길 시 진입 자체를 막는 등 중징계가 내려진다"고 설명했다.

이제야 도로 곳곳에 30km 제한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공장 밖에서 부터 안전을 강조하는 현대제철의 안전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제철소 서쪽 끝에 위치한 하역부두에서는 철강 원재료 철광석과 석탄 등을 하역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연간 3000만t을 호주와 브라질에서 대부분 수입한다고 송 과장은 귀띔했다.

하역작업을 마친 원재료는 100km(지상 60km, 지하 40km)에 달하는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저장시설로 옮겨진다. 컨베이어벨트와 저장시설은 모두 밀폐돼 있었다. 이동과 저장 중 발생할 수 있는 원재료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저장시설은 돔 형태다. 총 7개로 높이 60m, 지름 120m 크기와 37m×130m 등 두 종류다. 높이가 높은 것은 돌멩이 형태와 가루(분광) 철광석 보관용으로, 낮은 것은 원재료를 섞는 용도다.

돔 안에는 높이 만큼에 철광석들이 쌓여 있었다. 잠실야구장 포수석에서 중간 펜스까지 거리가 125m이니 야구장 안에 철광석이 쌓여 있다고 생각하면 실로 엄청난 양이다.

돔 지붕은 부식방지와 하중을 적게 받기위해 알루미늄 소재가 적용됐다. 당진제철소의 돔 형태 저장시설은 원재료를 야적하는 일반 제철소와 가장 차별화된 점이다.

송 과장은 "친환경 밀폐형 원료처리 설비를 통해 높이 쌓을 수 있어 야적과 비교해 많이 보관하고 원재료 손실이 없다"며 "비와 바람 등 계절적 영향에도 끄떡없다"고 자랑했다.
▲ 돔 형태의 친환경 밀폐형 원료 처리 설비.ⓒ현대제철

▲ 돔 지붕은 부식방지와 하중을 적게 받기위해 알루미늄 소재가 적용됐다. 당진제철소의 돔 형태 저장시설은 원재료를 야적하는 일반 제철소와 가장 차별화된 점이다. ⓒ현대제철
원재료는 고로에서 1500도의 쇳물로 나온다. 이 쇳물은 고구마처럼 생긴 '토페도카(300t)'에 담겨 철길을 따라 제강공정으로 이동한다.

열연공장에서는 △제선 △제강 △연주 △압연 등 4가지 공정을 거친다. 제선은 쇳물을 만드는 공정이다. 제강공정에서 쇳물에 있는 불순물을 제거하고 이후 연주공정을 거친다. 연주공정은 쇳물을 식혀 슬래브를 만든다.

압연공정은 슬래브 등을 회전하는 여러 개의 롤 사이를 통과시켜 힘(6000t)을 가함으로써 늘리고 얇게 만드는 공정이다.

연주공정을 끝낸 슬래브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압연설비를 지나갈 때 나오는 열기(1200도)는 10m 밖에서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뜨거웠다. 압연공정에서는 열연강판, 후판 등 판재류를 고객사 주문에 맞춰 생산해 낸다.

압연을 끝마치면 공업용수로 냉각시킨 후 동글게 감는 권취작업이 진행된다. 감긴 제품을 열연코일이라 한다. 무게는 25t으로 총 길이는 1000m에 이른다. 10m의 슬래브 길이가 압연공정을 거쳐 100배로 늘어난 것이다.

열연공장에서 나온 열연코일은 그대로 판매되기도 하지만 냉연공장에서 냉연강판으로 생산되기도 한다.
▲ 슬래브 등을 회전하는 여러 개의 롤 사이를 통과시켜 힘(6000t)을 가함으로써 늘리고 얇게 만드는 압연공정.ⓒ현대제철

▲ 2냉연공장 내 압연설비.ⓒ현대제철
지난해 2월 가동에 들어간 2냉연공장은 C열연공장과 달리 한산했다. 송 과장은 "도금을 하는 냉연공장은 벌레와 먼지 등의 유입을 막아야 해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공장 내 여러 개의 출입문을 설치해 출입통제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이날은 2냉연공장의 대보수 기간(다음달 2일까지)으로 가동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냉연공장에서는 열연코일의 얼룩과 불순물을 제거하고 다시 압연을 통해 두께 0.25mm~1mm의 냉연코일을 만든다.

6개의 롤이 장착된 압연설비를 지나면 나오는 제품이 고장력강판이다. 압연공정으로 가기 전 냉연코일 간 연속작업을 위해 코일 맨 끝단과 다음 코일 맨 앞단 간 레이저용접이 이뤄진다.

송 과장은 "기존 전기저항용접 보다 용접부위의 이음새가 깔끔하다“며 ”두 코일간의 이질감을 최소화 한다. 고장력강판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냉연도금복합라인(CVGL) 또는 아연도금라인(CGL)을 거치면 자동차 내·외판에 쓰이는 냉연강판과 도금강판이 만들어진다.

CVGL은 한 개의 라인에서 도금강판과 도금을 하지 않는 냉연강판을 혼용해서 생산할 수 있다. 지난해 No.2CGL을 증설한 2냉연공장에서는 연간 200만t의 냉연강판을 생산한다.

당진제철소에는 지난해 준공한 특수강공장도 자리하고 있다. 100만t 규모의 특수강공장은 자동차부품 생산의 상공정에 속하는 봉강·선재를 생산한다. 내년 본격 양산할 예정이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쉿물'에서 '자동차'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현대제철 심장부 '기술연구소'…미래 차량용 강판 개발'한창'

현대제철 당진공장에는 열연·냉연 생산라인만큼 중요한 곳이 있다. 바로 2007년 설립된 현대제철의 심장 ‘기술연구소’다. 고객 중심의 제품 개발과 함께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내기 위한 작업이 이뤄졌다.

실제 열연강판을 만드는 열간압연설비를 10분의 1 규모로 축소한 미니 연구 설비를 보유해 수백 번 실험을 거쳐 보다 완성된 제품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눈으로 보니 연구원들에게서 장인의 손길마저 느껴졌다. 특히 젊은 연구원들과 노련한 선배들이 자유롭게 기술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것이 현대제철을 자동차소재 전문 제철소로 만든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현대제철은 차세대 자동차용 강판에 승부를 걸고 있다. 미래 차량용 소재인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TP),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처럼 현대제철도 차량용 부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었다.

기술연구소로 올라가는 언덕길 옆에 자리 잡은 압연시험동에는 3세대 차세대 강판인 '다상복합조직강(AMP)'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 기술연구소에서는 실제 열연강판을 만드는 열간압연설비를 10분의 1 규모로 축소한 미니 연구 설비를 보유해 수백 번 실험을 거쳐 보다 완성된 제품을 만들어 간다. ⓒ현대제철
AMP강은 2019년 개발을 완료하고 2020년 양산차 적용을 목표로 현대제철이 개발 중인 차세대 자동차용 강판이다.

민순기 기술전략팀 과장은 "강도는 현재 쓰이는 자동차용 강판보다 강하면서 연신률을 높여 자동차 경량화 추세에 한 발 앞서갈 수 있다"며 "합급설계방식도 최적화 툴인 '휴리스틱'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민 과장은 "휴리스틱을 통한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기존 'Try&Error'식 실험 방식 보다 실제 검증 횟수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차량 외판에 적용할 경우 자동차의 품질 향상에 일조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자동차 개발 초기 단계부터 현대·기아차와 협업으로 자동차 부품사업에 나설 경우 자동차부품 인증 등 개발 시기를 크게 앞당길 수 있다”며 “모기업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타 철강사보다 유리한 점이다"고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극지운항 쇄빙 LNG선용 고강도 저온용 후판 등 조선사 요구에 맞는 조선용 후판 개발도 한창이다. 건설분야에선 초고장력, 내진용 철근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통합개발센터에서는 자동차, 건설용 이외 기계부품 등에 사용되는 특수강 개발이 이뤄져 철강제품의 활용범위를 넓히고 최고 품질을 구현하기 위해 연구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현대제철은 기술연구소 연구개발 인력을 현재 600명에서 오는 2020년 800명, 2025년 1000명까지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그야말로 이곳이 현대제철의 심장부임을 또 한 번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