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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까톡] 역대 가장 존경받은 금감원장에 쏟아지는 관심

  • 송고 2017.03.26 00:20 | 수정 2017.03.27 08:57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


취업은 단순히 일자리를 얻는다는 사실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첫 직장은 사회생활의 첫 단추를 꿰는 것이나 다름없지요. 상사와 동료를 만나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게 되고, 일을 배우면서 삶의 영역과 향배가 결정됩니다.

버는 돈의 규모를 떠나 직장이란 한 인간의 주체성과 생각의 폭을 결정짓는 중요한 밑거름으로 작용하지요. 발전 가능성이 별로 없는 조직을 떠나는 이유도 누구나 어제보다 나은 삶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한 정부 부처에서 실시한 ‘닮고 싶은 상사’를 뽑는 투표결과가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회자됐습니다. 팀장 이상 간부에 대한 ‘비공식 인사평가’이기도 한 이 투표는 일회성 이벤트로 생각하기엔 파급력이 만만찮다고 합니다. 결과가 장·차관에게 보고되기 때문이고, 조직 안팎에서의 평판을 좌우한다는군요.

업무능력과 인간성을 함께 인정받았다는 면에서 귀감이 되기 때문에 다른 부처에서 따라 하기도 했습니다. 금감원 노동조합에서도 비슷한 투표를 과거에 실시한 바 있구요.

금감원은 은행·증권·보험업권별로 조직이 나뉩니다만, 전직 A임원은 업권을 막론하고 많은 후배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복수의 관계자 말에 따르면 A임원은 직원과 후배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지 않고 모두가 고유한 성향과 영역을 가진 개개인임을 존중해줬다고 합니다.

업무 전문성에 있어선 두말할 필요없이 베테랑이었고, 큰 사태 앞에서는 먼저 나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후배들을 보호했다고 하죠.

그는 불가피한 일로 조직을 떠났지만, 후배들 가슴속에서는 영웅으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A임원에 대해 한 관계자는 "국장 시절 그분은 업무보고를 위해 들어오는 직원들을 항상 따뜻하게 맞아주셨다"면서 "그 분과 같은 국장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습니다.

관계자들의 말을 모아봤을 때 A임원은 후배들이 맡은 역할을 존중해 주며 전문성을 배가할 수 있도록 이끈 조력자로 비쳐집니다. 하루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는 직장인에게 일터란 꿈을 이루는 무대이면서 주체성과 전문성을 만들어가는 '산실'이라 할 수 있는데요. 롤모델 선배, 힘이 되는 상사가 있다면 힘든 시기를 이겨내기 수월할테니까요.

내친 김에 노동조합을 통해 역대 원장 중 금감원 직원들이 '가장 존경하는 원장'은 누구였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대세 의견을 종합한 노조는 "굳이 꼽자면, 가장 일하기 좋았던 윤증현 원장 시절(2004~2007년)을 다들 그리워하는 분위기"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합니다. 많은 이들이 그를 결단력 있고 선이 굵은 리더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당시는 윤 금감위원장이 금감원 수장을 겸하면서 금융정책을 행동(검사감독)으로 보여줄 수 있었기에 리더십이 주목받은 경우라고 설명합니다. 분명하게 세워진 '정체성'은 자신의 본질을 깨닫고 일관된 영향력을 발산하게 합니다.

이후 금감위에서 분리된 금감원에는 김종창·권혁세·최수현 원장이 거쳤지만 '존경하는 상사'에 꼽히는 이는 한명 정도라고 합니다. 현재는 진웅섭 원장이 지휘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닮고 싶은 상사' 투표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존경하는 선배가 있다면 ‘같이 일하고 싶은 후배’, ‘같이 일하기 싫은 후배’도 있기 마련이니 이 또한 같이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리더십이 제시한 '비전'을 현실화시키는 힘이 바로 팔로우십이기 때문일텐데요. 종합해보면 리더십과 팔로우십이라는 노를 어떻게 젓느냐에 따라 조직의 향배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겠네요.

다소 어색해진 관계를 새롭게 시작하기 좋은 계절, 봄이 왔습니다. 마음의 거리를 좁히기에 충분해 보이는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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