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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텅빈 SPP조선, 적막함만 남아…

  • 송고 2017.03.24 00:01 | 수정 2017.03.24 08:15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사천조선소 20여명만 출근, 의장공장은 인적 없어

한때 MR탱커시장 ‘빅2’ “채권단 결정 아쉬움 크다”

텅빈 SPP조선 사천조선소 모습.ⓒEBN

텅빈 SPP조선 사천조선소 모습.ⓒEBN

지난해 여름 이후 약 8개월 만에 다시 찾은 SPP조선 사천조선소는 고요한 적막감만 남아있었다. 조선소를 등지고 바닷가를 바라보고 있으면 등 뒤에 조선소가 있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한 어촌마을에 불과했다.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24일 5만DWT급 MR(Medium Range)탱커 ‘야사 시걸(Yasa Seagull)’호를 마지막으로 사천조선소에서는 용접소리, 골리앗크레인이 작업 중임을 알리는 단조로운 멜로디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사천조선소에서 50여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덕포의장공장도 남아있는 근로자 없이 멈춰서 있다.

사천대교 등 다리를 지나가야 하는 위치적인 단점으로 인해 사천조선소에서는 대형 선박의 건조가 불가능했으며 MR탱커를 건조하더라도 데크하우스 등 선박의 높이가 올라가는 의장작업은 사천조선소 내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SPP조선은 중소형 선박 위주로 수주와 건조가 진행돼왔으며 때마침 불어오기 시작한 조선업계 황금기와 석유제품선 수요의 증가는 조선소를 단기간 내 성장시키는 밑바탕이 됐다.

선박 건조를 책임지는 조선소장실에는 바다의 만조와 간조를 알려주는 물때표달력이 항상 걸려있었으며 건조한 선박이 의장공장으로 이동 시 선박 상부와 교각이 부딪히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도 조선소장의 주요 임무 중 하나였다.

아직 사천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일부 남아있긴 하나 외부인의 출입은 통제되고 있으며 기자의 방문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천조선소 관계자는 “현재 스무명 정도의 직원이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으나 기자를 만나 해줄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다”며 “크레인을 비롯한 생산설비들에 대한 매각이 추진되고 있지만 완전히 정리하는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2년 선박용 메가블록을 제작하는 동양조선으로 시작한 SPP조선은 2년 후인 2004년 터키 선사인 게덴라인(Geden Line)으로부터 MR탱커 4척을 수주한 이후 같은 터키 선사인 야사시핑(Yasa Shipping)에 마지막 선박을 인도할 때까지 300여척의 선박을 건조했다.

2006년 9월 첫 선박인 ‘모닝(Morning)’호를 인도한 SPP조선은 4년여 만인 2010년 11월 5만9000DWT급 벌크선 ‘델리시스(Thelisis)’호로 100번째 선박 건조기록을 세웠다.

이후 채 3년도 지나지 않은 2013년 8월 MR탱커인 ‘레오파드 씨(Leopard Sea)’호로 200번째 선박을 인도한 SPP조선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생산차질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00번째 선박까지 인도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2010년 선박 건조가 한창이던 사천조선소 풍경.ⓒEBN

지난 2010년 선박 건조가 한창이던 사천조선소 풍경.ⓒEBN

동일선형 반복건조로 짧은 기간에 급속히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기 시작한 SPP조선은 2010년대 초반 글로벌 중소형 선박시장 강자를 자부하는 현대미포조선을 제치고 글로벌 MR탱커 발주량의 절반 이상을 수주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지난 2013년 자체 개발한 3세대 MR탱커는 기존 선박 대비 약 26% 향상된 연비를 기록함으로써 고유가에 시름하던 글로벌 선사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글로벌 MR탱커 시장에서 현대미포와 각축을 벌이며 ‘빅2’로 인정받던 SPP조선도 결국에는 장기화된 경기침체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SPP조선은 지난해 초 삼라마이더스그룹이 사천조선소에 대해 적극적인 인수의지를 밝힘에 따라 마지막 희망을 걸었으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인수금액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계약이 무산됐다.

이에 앞선 2015년 SPP조선은 글로벌 선주들로부터 총 8척에 달하는 선박 발주계약을 확보하고 우리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발급을 요청했다.

회계법인으로부터 수익성이 있는 수주건이라는 검증도 받았던 만큼 SPP조선은 추가적인 일감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조선소 운영을 기대했으나 채권단 중 하나인 한국수출입은행이 RG 발급에 최종적으로 부동의 의사를 밝히면서 단 한 척의 선박도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당시 RG 발급을 동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수출입은행은 실질적인 계약서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전에도 선주사와 계약식까지 체결한 수주 건에 대해 채권단의 RG 발급 거부로 무산된 사례가 있어 선주사가 계약 체결 전 RG 발급 여부부터 확인하려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중소조선소들에 이미 발주한 선박들까지 채권단에 의해 계약이 해지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글로벌 선사들의 불안감은 높아져갔고 조선소들의 수주는 더욱 힘들어졌다”며 “우리은행을 비롯한 다른 채권단들이 RG 발급에 동의한 상황에서 수출입은행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채권단 간 갈등이 심화되며 수출입은행이 RG 발급을 부동의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높다”며 “이와 같은 갈등으로 글로벌 중형 석유제품선 강자가 사라지게 됐다는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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