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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中사드보복에 무기력한 정부…출구전략은 없나

정부 실효성 있는 대책 없고, 소극적인 자제로 일관 '비난' 고조
중국 경제의존도가 절대적 '발목'…시장다변화 통해 위기탈출해야

서병곤 기자 (sbg1219@ebn.co.kr)

등록 : 2017-03-21 10:31

▲ EBN 경제부 세종팀 서병곤기자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이 노골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에 비판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중국에 강력한 항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중국의 사드보복에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법적 대응에도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17~18일(현지시각)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주요 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샤오제(肖捷) 중국 재무부장을 만나 사드 관련 조치에 대해 우리 측의 입장을 전달하려 했지만 중국 측의 회담 거부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특히 유 부총리는 회의 기간에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사드보복 문제에 대해 "한한령은 어딘가 실체가 있지만 법적 실체는 없다"며 "법적 실제가 없는 것을 가지고 국가 간에 얘기할 수 없다"고 말해 WT0(세계무역기구) 제소에 한걸음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사드보복에 따른 업계 피해 상황을 뒤늦게 파악에 나선 것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5일 면세점, 여행·관광업체, 전자업체 등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피해상황과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달 말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발표 직후 본격적으로 사드보복이 시작된 지 보름이나 지나서야 업계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이처럼 지난해 7월 한미 양국의 사드배치 결정 발표 이후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해 여전히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모습에 우리 기업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날로 심화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에 대해 우리 정부의 대응이 이렇게 무기력한 정도인지 참으로 암담하기만 하다"며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누구를 의지해야 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물론 중국의 사드보복에 이러지 저러지도 못하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경제의존도를 고려할 때 섣불리 맞대응에 나설 경우 오히려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려 더 큰 화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체부와 산업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방한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은 46.8%로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

외국인 면세점 매출 중 유커 매출로 추정되는 비중은 71.8%에 달한다. 최근에는 중국의 관광제한 조치가 한 해 동안 지속되면 한국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대중 수출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 역시 최고다.

2005년 14.5%를 기록한 대중 수출의존도는 매년 꾸준히 늘면서 2015년에는 26.8%로 확대되는 등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같은 대중 경제의존도 때문에 정부가 중국의 사드보복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만약 정부가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의식해 사드보복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면 단기적으로는 희생이 따르겠지만 중장기로는 시장 다변화를 통해 대중 경제의존도를 줄여 나갈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5년 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갈등으로 촉발된 중국의 대일 경제보복 사례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당시 중국의 경제보복 여파로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한달 사이에 30% 줄어들고, 일본의 대중 수출액은 10% 이상 급감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대중 경제의존도를 줄이는 정책을 펼쳤다. 중국에 대부분 의존했던 희토류 공급망을 인도, 베트남 등으로 다변화했으며 중국에 설립한 공장을 동남아 등지로 분산시켰다.

특히 일본은 인구 13억명의 거대 시장인 인도에 대해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펼치면서 고속철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 및 무기 수출이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최근 우리 정부도 중국의 사드보복 대응 일환으로 아세안, 인도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국가들을 중심으로 시장 다변화를 추진해 대중 경제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장 다변화는 당장 성사되기 어렵겠지만 향후 수출 등 우리 경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라는 점에서 정부로서는 긴 호흡을 갖고 시장 다변화에 정책적 역량을 쏟아 부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