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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권오준 2기 출범' 포스코, 무엇이 두려웠을까?

황준익 기자 (plusik@ebn.co.kr)

등록 : 2017-03-13 10:24

지난 10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는 오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포스코 정기주주총회가 예정된 이날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연임을 최종 확정짓는 자리였다.

오전 10시에 열리는 주총에 앞서 빌딩 입구에서는 새벽부터 삼엄한 경비 속에 입장이 이뤄졌다. 하지만 일부 주주들은 포스코센터에 들어가지 못했다. 취재하러 온 기자들도 건물 안에 들어가려면 몇번의 신원확인을 거쳐야했다.

특히 오전 9시 30분부터는 주총 시작 전인데도 불구, 센터의 모든 출입구를 봉쇄하고 보안요원들이 막아섰다. 주주들이 입장하려고 하면 다른 출입문으로 가라고 하는 등 어떤 곳으로도 주주들을 통과시키는 곳은 없었다.

입장이 제한된 주주들과 보안요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지만 회사측은 요지부동이었고, 그렇게 주총은 시작됐다. 센터 정문에는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포스코 주주들이 "주총 참여를 방해하고 있다", "불법파견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내용의 시위를 벌이기기도 했다.

포스코는 권 회장 연임에 반대하려는 금속노조 주주들을 막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총장 안에서는 권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권 회장인 만큼 일부 주주들의 반대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기자들도 의아해했다. 센터 입구까지 막아가며 진행했던 포스코의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포스코 측은 이번 주총을 앞두고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일부 매체가 권 회장의 의혹과 관련해 단독기사를 보도할 때마다 포스코는 느닷없이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뿌렸다. 모든 보도자료 제목에는 '권오준 회장' 이름이 포함됐다.

특히 권 회장이 포항제철소 냉연조업 40주년을 맞아 직원들을 격려했다는 보도자료에는 권 회장이 4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처럼 돼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26일부터 3월 초까지 독일과 미국 등 해외출장 중이었다.

당연히 포스코의 이러한 행동들에 물음표가 생긴다. 권 회장은 왜 주주들을 두려워했는지, 왜 별 내용도 없는 보도자료를 뿌리며 의혹을 제기하는 단독기사의 확산을 막으려 했는지 말이다.

포스코의 역대 회장들은 한결같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퇴 압박에 시달리다 결국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는 수순을 밟아야 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 1월 이사회에서 권 회장의 연임 안건은 통과된 상태였다. 그렇다면 주주들의 입장을 막을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주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특히 반대 의사를 가진 주주들을 향해 자신의 포부와 포스코의 비전을 발표했어야 했다. 모든 안건이 표결도 없이 진행되는 분위기 속에서 그간의 성과와 포부를 발표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어 보였다.

탄핵 인용으로 5월이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권 회장과 관련된 의혹은 이어질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권 회장은 이번 의혹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포스코가 권 회장의 말처럼 전화위복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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