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최대 8000억원 규모의 ‘제약 펀드’ 계획안 줄이어
미국선 신개념 ‘메가펀드’ 모델로 신약 성공확률과 수익률 높여
전략적인 투자로 고수익을 올리는 ‘펀드’ 기금이 신약개발에 몰려들고 있다. 천문학전 연구비용이 필요한 제약사와 새로운 수익모델이 필요한 금융 투자자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신개념 ‘제약 펀드’가 떠오르고 있다.
13일 제약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신약개발을 지원하는 정책 펀드 계획안이 줄을 잇고 있다. 최소 500억원에서 최대 8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기금 활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국보건사업진흥원 연구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13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성장동력 바이오 메디컬 펀드’(500억원/4년투자·4년회수), 서울시는 ‘서울시 바이오메디컬 펀드’(750억원/4년투자·4년회수), 정책금융공사 ‘제약산업 프로젝트 펀드’(5000억원/5년투자·5년회수) 정부기관 주도의 제약 펀드 계획안을 내놓고 있다.
자금 지원의 핵심은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및 해외 기술과 설비·판매망 노하우를 들여오는 데 집중돼 있다. 자금을 투자해 신약개발에 성공하면 일정 수익을 투자펀드기관이 회수하는 방식이다.
제약산업을 주축으로 한 펀드의 형태도 진화하고 있다. 유망한 신약 프로젝트에 동시다발적인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성공 확률을 높이는 ‘메가펀드’가 관심을 받고 있다.
통상 신약개발에는 평균 10∼15년의 긴 시간과 한화 1조4000여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1만개의 후보물질 중 1개의 확률로 신약개발에 성공한다. 투자 위험 때문에 R&D에 대한 자금지원도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MIT 슬로안 경영대학원의 앤드류W로 교수는 지난 2012년 금융공학적 방법을 활용해 신약개발 R&D에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메가펀드’ 방안을 제시했다. 프로젝트당 5%의 성공확률을 가진 150개 독립 프로젝트에 각 2억 달러씩 10년간 장기 투자를 하는 문어발 투자 방식이다.
미국제약협회에 보고에 따르면 이 메가펀드 방식을 적용하면 적어도 2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은 99.6%, 5개가 성공할 확률은 87.5%다. 2개 이상 성공할 시 기대수익률은 11.9%로 단독 프로젝트와 동일하지만 수익의 표준편차가 35%로 급감하는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메가펀드’ 모델의 국내 도입에 대한 연구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혁신적 신약개발에 있어 자금운용이 제한적인 정책 펀드보다 민간부문의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투자->수익->재투자’라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을 거쳐 시장에 판매되기까지 제약사는 조단위를 넘어서는 천문학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신약개발과 금융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모델이 정착된다면 제약산업의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