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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든 직장 떠난 지 벌써 20년…”

  • 송고 2017.03.04 00:01 | 수정 2017.03.04 09:57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신주식

ⓒ신주식

“IMF 한파가 몰아치기 시작하면서 희망퇴직을 신청했던 게 1998년이니 회사를 떠난 것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고 있어. 후배들 보고 떠나라고 할 수 없어 내가 나오긴 했는데 달리 할 일을 정하고 나올 시간적 여유 같은 건 없었거든.”

얼마 전 현대중공업 임시주주총회 취재를 위해 현장을 가던 택시 안에서 나이 지긋하신 기사분이 불쑥 한마디 내던졌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수출용 차량을 자동차운반선으로 선적하는 일을 담당했었다고 하는 이 기사분에게는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 소식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당시 현대자동차가 IMF 한파로 대대적인 인력감축에 나선 반면 같은 울산에 위치한 현대중공업은 구조조정 없이 선박 수주와 건조를 이어갔다.

외환위기로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달러 기준 선박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원화 기준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면서 IMF 한파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현대차 노조가 매년 파업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 노조가 20년간 무파업 노사협상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현대중공업은 국가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사람은 줄이지 않는 평생직장”이라는 인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IMF 이후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남의 일처럼 여겨졌던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이란 단어는 현대중공업에도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지키려는 자’와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일자리를 줄이려는 자’의 투쟁은 더 이상 물러서거나 양보할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닫고 있으며 이날 임시주총에서 사업부문 분사 안건이 의결된 이후 ‘일자리를 지키려는 자’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도 울산의 1인당 개인소득은 2001만원으로 1997만원인 서울을 제치고 1위에 오르며 국내 최대 공업도시로서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국내 최대 공업도시에서 희망퇴직 등의 이유로 평생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게 되면, 특히 떠나가는 사람한테서 보이는 흰머리가 어색하지 않을 나이가 됐다면 울산은 할 일을 찾기 힘든 여느 도시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막상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나오긴 했는데 여기서는 정말 할 일이 없어. 그래서 택시 운전대를 잡기 시작한 것이 여태까지 하고 있지. 현대중공업을 떠난 사람들도 아마 현대자동차를 떠나던 당시의 나처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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