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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까톡] 옛 대우직원들의 미래에셋 '적응기'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7-02-26 00:32

▲ ⓒEBN 경제부 김남희 기자
"이러다 죽는구나 했어요. 이게 내 끝인가 싶어 절망감에 사로잡혔죠."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정상을 정복하기 위해 탄자니아로 떠났던 어느 산악인의 이야기입니다. 열흘간 해발 5895m의 키보봉을 오르는 일은 고통스러운 ‘지옥’ 그 자체였다고 그는 회고합니다. 고산 증세로 식사는커녕, 두통과 소화불량에 시달려야 했지요. 해발 4700m 지점에서 동료들을 남겨두고 1000m를 다시 내려와야 했던 그는 이틀 동안 적응기를 가진 뒤 다시 등반에 나서 결국 정상을 밟게 됩니다.

환경이 변화할 때, 낯선 길을 갈 때 사람은 적응기를 필요로 합니다. 들어 갈때 "아주 멀다" 싶은 길도 나올 때 보면 "별로 먼 길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죠.

오랫만에 조우한 한 증권맨도 고통스러운 적응기를 맞이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는 “미래에셋이 이렇게 일하는 줄은 몰랐다”는 표현을 자주 썼습니다.

십년여간 넘게 대우에서 일해 온 그로선 대우증권은 견고하고 정확한 업무 프로세스대로 움직인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사관학교’였습니다. 대우증권에서는 설사 업무 추진 경로가 바뀌게 될 땐 부서장이든 임원이든 부원이든 철저히 이유와 논리를 설명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조직과 회사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을 키운 것도 그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미래에셋 방식은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강력한 로열티로 이뤄진 임원들이 종종 업무 방향성을 바꾼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곧 오너, CEO와 같은 결정권자 생각이 바뀌었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 방향과 철학, 취향에 맞게 직원들은 움직여 줘야했고 간혹 목적지가 달라지는 경우 충분한 소통을 나누기보다는 누군가의 '입맛'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만 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업무프로세스도 결국 최고 결정권자를 위한 쪽으로 집결된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이밖에 상담직원들에 대한 차별대우, 휴일·특근수당과 임금 피크제 유무의 차이가 상당하다고 털어놨습니다. 가장 힘들게 하는 점은 일에 대한 각기 다른 두 회사의 철학이고, 그것이 충돌할 때 접점을 찾거나 풀어가는 방식이 지극히 일방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미래에셋대우에서의 펼치고 싶은 야망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미래에셋은 임원까지 오르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면서 "대우 시절에는 3억원까지가 해당 본부 임원 전결이었다면 지금은 5억원까지 상향됐다"고 말했습니다. 임원들의 결정권한이 넓어 진행할 수 있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하더군요. 미래에셋에서 임원 대열에 서는 순간 '오너품의 사람'이 됐다는 의미라고 그는 풀이했습니다.

이같은 이야기들은 미래에셋대우의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는 사소한 일일 것입니다. 기존 미래에셋 직원들에게는 일상이었던 요소들이, 어쩌면 대우 출신 직원들에게는 딴 나라 이야기처럼 신기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산업은행 자회사 신분으로 주인 없는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직원들의 힘으로 지켜왔던 옛 대우증권. 그리고 강력한 오너십의 미래에셋증권의 결합을 두고 금융투자업계가 기대반 우려반의 시선을 보냈던 이유도 이같은 모습 때문일 지도 모릅니다.

한 관계자는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기업 문화, 의사 결정, 임금 체계, 수익 구조 등 이질적인 특성이 강하다”며 “두 회사 간의 물리적·화학적 결합에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렇듯 통합 미래에셋대우는 을지로 센터원으로 찾아온 봄내음과 함께 통합 적응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통합'이란 거대한 산을 지혜롭게 넘을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