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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컬럼]한일의정서 그리고 법 위에 서 있는 금감원

  • 송고 2017.02.23 09:15 | 수정 2017.02.23 11:09
  • 김양규 기자 (ykkim7770@ebn.co.kr)

필자가 대학시절 좋아했던 과목 중 하나가 바로 한문이다. 영어는 취직하기 위해 공부했다면 한문은 마냥 좋아서 공부를 했다. 이 중에서도 사자성어를 즐겼다.

이는 네 개의 한자를 묶은 것일 뿐인데 그 뜻을 헤아리면 많은 것을 반성하게 만들고, 심지어 행동거지도 조심스럽게 만드는 신기한 힘을 지니고 있다. 논어나 대학과 같은 학문은 너무도 심오한 반면 사자성어는 간단히 정리하며 음독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항상 입속에서 웅얼거렸던 기억이 난다.

김양규 EBN 경제부장

김양규 EBN 경제부장

새로운 사자성어를 대하다보면 한 순간이나마 내 삶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고, 더 나아가 앞으로의 어떤 삶을 살아갈까라며 고민하는 시간이 숙제처럼 주어진다. 필자의 생각이 그랬다.

최근 필자가 만난 보험업계 지인들의 최대 고민과 관심사는 자살보험금 이슈였다. 이들의 생각을 듣다보니 불쑥 몇가지의 사자성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언뜻 생각하면 자살보험금 이슈와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기도 했으나, 왠지 모르게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우선 '십목소시(十目所視)'다. 十(열 십), 目(눈 목), 所(바 소), 視(볼 시)를 묶어 만든 사자성어다. 뜻을 풀이하면 '열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란 말로, 세상 사람을 속일 수는 없다는 의미다.

또한 以(써 이),掌(손바닥 장), 蔽(덮을 폐), 天(하늘 천)등 네 개의 한자를 묶은 이장폐천(以掌蔽天). 이는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린다'는 뜻으로, 필자가 보험업계를 상대로 평상시 많이 애용(?)하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晩(늦을 만), 時(때 시), 之(갈 지), 歎 (탄식할 탄) 등 네 개의 한자를 묶은 만시지탄(晩時之歎). 때늦은 탄식이란 뜻으로, 이미 기회를 잃은 후 탄식하는 모습을 뜻한다.

자살보험금 이슈는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이 모 외국계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실시한 종합검사 과정에서 촉발된 사안으로, 보험약관 상 자살도 재해로 인정해 재해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나, 일반사망으로 처리해 보험금을 적게 준 사건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전수조사를 통해 상당수의 생명보험사들이 동일하게 처리한 사실을 발견하고, 일반사망보험금과 재해사망보험금간 차액을 계약자에게 추가 지급하도록 행정지도 했다.

금융당국의 강경한 입장에 대부분의 생명보험사들이 백기투항하며, 보험금 차액 전부를 지급했으나, 삼성생명을 비롯해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3사는 배임고소 등 각종 이유를 대며 거부, 금융당국과 수개월간 힘겨루기와 신경전을 벌여왔다.

결국 금융당국은 실력행사에 들어가 이들 3사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이들 회사들이 기초서류 위반 등 보험업법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 그런데 제재수위가 무려 인허가 취소에서 일부 영업정지 및 대표이사 해임권고 등 초강력 징계방침이 나왔다. 최후의 압박카드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들 대형 3사는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금융당국이 권한을 남용해 힘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한다며 속앓이를 하면서도 삼성생명은 사회공헌기금을 출연하겠다고 제안했다.

쉽게 말해 삼성생명의 경우 보험금 차액을 전부 지급하지는 못한다며 일부 보험금(400억원)을 지급한 후 200억원을 따로 사회공헌기금으로 마련해 '우리가 알아서 좋은 곳에 쓰겠다'고 정리한 것이다. 나머지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200억원씩 보험금 자책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으나, 금융당국은 보험금 차액 전액지급이란 당초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수많은 논란과 신경전을 거듭한 끝에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그 공을 제재심위원회에 넘겼다.

이에 금융당국은 물론 3개 대형보험사와 보험업계가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바로 오늘 2월 23일 드디어 제재심의위가 열린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오늘 열릴 제재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이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레 나온다. 그 만큼 사안이 중대하기 때문이다.

제재심의위에 깊이 관여돼 있는 한 관계자는 “법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의 주장도 나름 일리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금융당국의 주장과 달리 제재수위가 낮춰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법적 판단으로만 보면 금융당국이 무리수를 둔 게 사실”이라며 “브리핑을 통해 양측 간 입장을 들어 본 후 최종 결정이 되겠지만 부결될 가능성이 높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제재심의위에 관여된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소비자권익 보호측면도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현재로서는 반반”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재심의위원회는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위원장으로, 법조계와 학계 관계자들로 구성돼 있다. 3개 생명보험사들은 법률 대리인단을 꾸려 제재심의위에 참석해 심의위원들을 상대로 설명에 나설 예정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법무법인 김앤장을, 한화생명은 법무법인 태평양을 법률대리인으로 지정한 상태다.

대형 로펌의 한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이슈는 법적으로 지급해야 할 의무도 근거도 없다”면서 “금융당국이 초법적인 월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이는 법위에 군림하려는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로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제재수위대로 결정 날 경우 행정소송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법적으로 다툴 경우 금융당국이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역시 행정소송 등 법적다툼으로 비화될 경우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제재심의위원들을 통제하고, 심지어 법조계 출신의 제재심의위원의 수를 줄이는 방안까지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전직 금융당국 고위관료는 “자살보험금의 경우 금융당국의 행태가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제재심의원들을 상대로 수차례 사안에 대해 설득하는 과정을 가졌음에도 당사자인 3개 생명보험사와 법률 대리인들에게는 보고서내용을 열람토록만 했을 뿐 방어권을 전혀 보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재심의위원들에게 업계와 법률대리인들과의 접촉을 하지 말라고 하고, 제재심의위 참석여부도 외부에 말하지 말라는 식으로 통제했다”면서 “본인들의 주장은 (제재심의위원들에게)충분히 설명하고, 상대편은 연락도, 만나지 말라고 한 것은 불공정한 행위”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법적 판단 시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에 제재심의위원들 중 법조계 위원수를 줄이려 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로펌 관계자는 “법적 판단으로 보면 금융당국이 패소한다”면서 “그러다보니 법조계 출신 위원들의 참여수를 줄이려 했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공정위도 제재를 내리기 전 충분히 소명할 기회를 준다”면서 “제재심의위에서 브리핑을 통해 설명할 기회를 갖겠지만 어찌됐든 불공정한 게임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자살보험금 이슈는 제재심의위원회 개최 직전까지도 각종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여하튼 주사위는 던져졌다. 제재심의위원들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심의결과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나오길 바란다.

다만 명확한 건, 법과 원칙을 근거로 감독하는 기관이 되레 초법적인 행태를 일삼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금융당국이 부인한다해도 십목소시(十目所視)다.

또한 금융당국은 보험계약자 권익보호 등을 앞세우며 보험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고 있따. 하지만 이번 자살보험금 이슈는 그게 전부가 아닌 듯 싶다. 금융당국의 힘의 논리가 상당히 관여된 결정판이란게 중론이다. 이 역시 금융당국이 부인한다해도 이장폐천(以掌蔽天)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이번 제재심의위의 최종 결정을 떠나 양측의 판단과 그 동안의 행태가 양쪽 모두에게 만시지탄이 되지 않길 바란다.

2월 23일은 역사적으로 볼 때 한일의정서를 체결한 날이기도 하다. 한일의정서는 러시아와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우리나라를 세력권에 넣으려고 공수동맹(攻守同盟)을 전제로 강제로 체결한 외교문서다.

요컨대, 금융당국이 지난 1904년 그 당시의 일본처럼 초법적인 행위를 일삼지 않길 바란다. 앞으로도 힘은 있으나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기관의 면모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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