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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UP&DOWN 365] 김재식 현대산업개발 사장, 꼼꼼함으로 무장한 승부사

  • 송고 2017.02.21 00:00 | 수정 2017.02.20 20:35
  • 서영욱 기자 (10sangja@ebn.co.kr)

법무·재무통 40년…내실 중시하며 위기관리능력 탁월

취임 3년 만에 창사 이래 최대 실적 달성

김재식 현대산업개발 사장 ⓒ현대산업개발

김재식 현대산업개발 사장 ⓒ현대산업개발

김재식 현대산업개발 사장이 CEO 자리에 오른 2014년은 회사 창사 이래 최대 위기였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은 현대산업개발은 직격탄을 맞았고 직전 해 1479억원이라는 영업적자를 내놨다.

위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오른 김재식 사장은 취임 3년이 지난 현재 '창사 이래 최대 영업실적'을 달성하며 보란 듯 구원승을 거뒀다. 그의 꼼꼼한 경영 스타일이 거대한 성과로 돌아오며 현대산업개발은 제2의 전성기를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법무·재무통으로 다진 40년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김재식 사장은 1978년 현대건설로 입사해 1993년부터 현대산업개발에서 근무하며 법무감사실장, 영업본부장, 경영기획본부장(CFO)을 역임했다. 법학과 출신답게 실무진에 있을 때도 굵직한 소송전에서 승리를 따내며 두각을 나타냈다.

현재 아이파크 랜드마크인 '삼성동 아이파크' 부지는 본래 현대산업개발 부지였으나 1980년 신군부가 한국중공업으로 넘기면서 1999년까지 한국중공업 사옥으로 사용돼 왔다. 현대산업개발은 1988년부터 한국중공업을 상대로 땅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0년간의 오랜 법적 다툼은 김 사장이 법무팀장을 지내던 1998년 법원이 현대산업개발의 손을 들어주며 마무리됐다.

이후 강남권에 고급 주거단지가 들어서며 현대산업개발은 '삼성동 아이파크'를 선보였고 이 단지는 현대산업개발 뿐만 아니라 강남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삼성동 아이파크'의 토대를 마련한 김 사장은 이후 법무감사실장, 영업본부장,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이르기까지 탄탄대로를 달렸다.

2012년부터는 CFO로 경영기획본부장을 지내던 당시에는 재무통으로서의 역량을 톡톡히 발휘했다. 당시 시장 상황은 좋지 않았다. 2012년 부동산시장 침체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미분양과 공기 지연 등의 여파로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되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그 해 매출액이 4조2169억원으로 전년 대비 26.5% 회복하기는 했으나, 147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2004년부터 이어진 현대산업개발의 흑자 기조가 10년 만에 무너진 것이다.

최악의 경영 성적표를 받아든 2014년은 그룹의 최대 위기 상황에 놓였다. 실적 악화로 채권단의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했고,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무보수 경영을 선언하기도 했다. 재무구조개선 약정은 대기업의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해당 기업은 채권은행 주도로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다행히 바닥을 치던 부동산 시장은 호황으로 돌아섰고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며 아파트가 ‘효자’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아파트 분양흥행이 이어지자 현대산업개발은 이를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차입금 감소에 나서 대폭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이끌어냈다.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현대산업개발은 당시 회사 살림을 맡은 CFO 겸 경영기획본부장이었던 김 사장의 공로를 인정, 박창민 사장(현 대우건설 사장)의 뒤를 이어 최고 수장 자리를 맡겼다.

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있는 용산 아이파크몰 전경 ⓒ현대산업개발

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있는 용산 아이파크몰 전경 ⓒ현대산업개발

◆'자린고비식' 경영 통했다, 2차 도약 위한 디딤돌
부동산 경기가 다시 호황을 맞으며 대형 건설사들은 대부분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하는 듯 했다. 단꿈을 꾼 것도 잠시 해외 부실 현장의 미청구공사가 이슈로 떠오르며 지난해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은 수천억원대 적자를 내놓기도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517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주목해야할 점은 단순히 아파트를 많이 팔아 수익을 불리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4년 225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반등에 성공한 현대산업개발은 2015년 3895억원, 지난해 5172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기기까지 고속성장을 해왔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 역시 5.03%→8.46%→10.89%로 급상승하며 대형건설사 중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김 사장 체제하에서 현대산업개발은 괄목할 만한 재무구조개선을 이끌어냈다. 2013년에 적자를 기록하며 채권은행들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 현대산업개발은 1년 만에 흑자전환을 기록한 데 이어, 2015년에는 최단 기간 약정을 종료하며 김 사장은 위기관리능력은 물론 탄탄한 재무건전성까지 인정받았다.

지난해 4월에는 재무건전성 향상으로 금융감독원의 2016년 주채무계열 선정에서 제외된 바 있다. 김 사장의 연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08.16%, 순차입금비율은 ·5.6%로 매우 안정적인 단계에 진입했다. 지난해 1분기 순현금 상태로 전환한 이후 실질적인 무차입 경영상태를 지속 중이다. 실질적인 무차입 경영상태란 총 차입금보다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등이 많은 상태로 기업의 건전한 재무건전성을 나타낸다. 현재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조3400억원으로, 2015년말 7410억원에 비해 80.8%나 증가했다.

김 사장은 대외 활동이 많았던 이 전 사장들과 비교되고는 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각종 협회 대표직으로 지내며 바쁘게 외부 활동을 한 이 전 사장들과는 다르게 묵묵하게 회사 경영에만 집중하며 내실을 다지는 스타일"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다시 악화되는 요즘 '종합부동산·인프라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새 목표 역시 달성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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