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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신동빈의 '품격실험' 성공할까

신 회장, 기존 롯데의 성과주의 폐해 극복 위한 방안
LG경제硏 "구조조정기 일터의 품격"...'오픈경영' 답

김지성 기자 (lazyhand@ebn.co.kr)

등록 : 2017-01-09 14:17

▲ 출근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연합

"질적 경영을 통하여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올해 정책본부가 축소 재편됨에 따라, 각 계열사에서는 현장 중심의 책임경영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첫번째로 강조한 말이다. 질적 성장은 이미 지난해 10월 신 회장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국민사과를 할 때 대내외적으로 공언한 바 있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앞두고 있는 롯데는 올해 상반기 중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정책본부의 축소는 물갈이를 의미한다. 오래된 임직원은 자리를 비우고, 신규 채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9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그룹에 남아있는 실적만능주의 악습과 결별을 선언했다. 지금까지 롯데는 과도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강하게 밀어붙여 "까라면 까야한다"는 문화가 팽배했다.

협력업체를 상대로 한 갑질도 이에 기반한다. 그룹 관계자는 "경영평가 방식을 전면 개편 할 것"이라며 "실적 등 계량적 평가와 함께 평판이나 소통, 봉사활동 등 정성적 평가를 대폭 반영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조직개편도 '잰걸음'을 걷고 있다. 빠르면 이 달 중 나올 수도 있다. 조직개편의 골자는 정책본부의 축소와 성격이 비슷한 계열사를 묶은 사업부문 체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 '화학', '호텔·서비스', '식품' 사업부문 등 4개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현재 7개실 300여명으로 구성돼 있는 그룹 정책본부는 인원이 40% 가량 줄어든다. 비서실·대외협력단·운영실·개선실·지원실·인사실·비전전략실 등 7개실로 돼 있던 구조는 인사팀·재무팀·커뮤니케이션팀·가치혁신팀 등 4개 팀으로 축소된다.

아울러 지난해 못했던 인사도 있을 것을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번 롯데 인사가 기업 이미지 쇄신과 더불어 과거를 "다 털고" 가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수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조직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혁신안을 발표하지 않았냐"면서 "내부적으로도 조직 재정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소위 제2롯데월드 안전성 문제 등이 터지기 전에 신 회장이 황각규 사장을 중심으로 해, 이른바 신격호 총괄회장 사람들을 나이 문제 등을 들어서 용퇴시키려고 했던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시에는 롯데월드 이슈가 너무 커져서 이를 수습하기 위해 그냥 지나갔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룹내 주요 계열사 임원진에 아직 신격호 총괄회장의 가신들이 남아 있고,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연결돼 있는 인사들도 있을 수 있어서, 이를 조정하기 위한 액션이 이번 인사에 반영될 것으로 관측하는 셈이다.

새출발이지만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조직은 없다. 다만 구성원의 헌신과 몰입, 그리고 든든한 고객 기반이 있다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강승훈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어렵다는 이유로 품격을 버린 조직은 위기 극복을 위한 힘을 잃기 쉽다"며 "품격이 사라진 일터에서는 구성원의 자율성과 협력 의지가 약해진다. 품격을 쉽게 포기한 조직은 위기 극복의 동력을 잃어 더 큰 위기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품격의 포기는 때로 어려움에 처한 조직에게 견디기 힘든 비용을 부과한다"며 "그 비용은 조직 외부로부터 온다"고 설명한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자유롭게 SNS에 접속하는 세상에서는 구성원 간의 사소한 막말도 인터넷을 타고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속도와 범위로 퍼져 나갈 수 있다. 임직원 한 명의 작은 실수가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거대한 폭발의 뇌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강 연구원의 조언은 간단하다. 미국 미시건에 기반을 둔 음식점 체인인 징거맨스(Zingerman's)를 사례로 꼽는다. 강 연구원은 "이 회사를 더욱 유명 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오픈 북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독특한 정보 공유"라고 말한다.

강 연구원은 이어 "회사의 모든 회의에는 전 구성원의 참석이 보장돼 있다. 회사의 투자 의사 결정을 논하는 자리에서 단기 계약직 직원이 의견을 내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라고 전제한다. 그러면서 "남은 생존자들의 힘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오히려 떠나는 구조조정 대상자에 대한 배려가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