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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음모론

  • 송고 2016.12.30 08:13 | 수정 2016.12.30 08:14
  •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달 착륙 조작설'은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숱하게 회자되고 있는 대표적인 음모론(陰謀論) 중 하나다. 조작을 주장하는 이들은 달은 진공 상태인데 어떻게 깃발이 펄럭일 수 있냐며 달 착륙이 TV쇼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물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 같은 주장이 허구라고 일축하며 지금까지 증거사진들을 공개해 왔다.

음모론은 힘이 세다. 음모의 단초에 힘을 더하는 몇 가지의 정황(그것이 거짓이든 진실이든)이 더해지면 합리적 추론이 되고, 그것이 다수의 동조를 받으면 공고한 의혹이 된다.

이를 가장 잘 나타낸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미국 대선판을 뒤흔든 '가짜 뉴스' 사건이다. 일례로 클린턴이 아동 성 착취 조직에 연루돼 있고 워싱턴DC의 피자집 '카밋 핑퐁'의 지하실이 근거지라는 음모론을 담은 가짜 뉴스를 믿은 한 남성은 해당 점포에 총격을 가하는 괴이한 사건까지 일어났다.

가짜 뉴스가 현실의 사람들을 가격하는 사회 병리적 현상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탓에 가짜 뉴스는 MIT 공대가 발행하는 'MIT 테크놀러지 리뷰'가 선정한 '올해 최악의 기술', 뉴욕타임즈가 발표한 '올해 최대의 IT 실수'로 꼽혔다.

'음모론은 나쁘다'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눈 가치판단적인 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다. 말도 안 돼 보이던 음모론이 사실로 밝혀진 경우도 상당 부분 존재하고,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인지하지 못했던 중요한 맥락과 사실을 폭로하기도 한다.

사건의 배후에 흑막이나 갈등관계가 있다는 음모론이 발생하는 핵심 지점은 그 사건의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을 때다.

이에 따라 달리 보면 음모론은 이 사회가 가진 불안정·불확실성의 바로미터와도 같다. 지도층, 위정자, 학자, 미디어 등 사회의 규범과 가치, 지식을 전달하고 생산하는 책임자들은 그런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기여에 얼만큼의 몫을 했는가.

한국의 2016년은 사공 없이 바다를 항해하는 돛단배와 같았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관계자들, 다시 말하면 사회를 이끌어 나간다는 '고관대작'들의 거짓말 퍼레이드는 국민들을 낙담의 수렁에 빠지게 했다.

핵심적인 사실을 감추고 정상적인 정보가 유통되지 않다보니 청문회에 직접 네티즌들이 동영상을 찾아 증거로 제시하고, 네티즌 수사대가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진실 규명에 나섰다. 이런 상황이 과연 정상적일까.

음모론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그런 상황을 두고 '인지편향'과 관련한 얘기도 꺼낼 수 있겠으나 더 중요한 건 이 같은 사회적 풍조를 만든 '윗선'에게도 상당 부분 지분이 있지 않냐는 얘기다.

거짓 정보가 판을 치는 시대다. 이런 시기에 권력을 유지하거나 점하기 위해, 사람들의 눈을 가리기 위한 악의적 목적에서 나온 찌꺼기와 같은 가짜 뉴스들이 사람들의 눈을 더 가리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팩트체킹과 같은 기술적 노력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보다 더 나아가 무엇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윤리의식과 투명성이다. 그것이 음모론을 근절하는 본질적인 수단이다.

2016년 병신년이 지나고, 곧 정유년 새해를 맞이한다. 부디 내년에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회로 한 발짝 더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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