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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특검’ 잠 못 이루는 재계, “언제 압수수색 들어올지…”

내년 경영환경도 불확실한데… 조속한 사업재편 및 인사 ‘발목’
삼성·SK·롯데는 총수 출국금지… 오너 의존도 높은 대기업 치명타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등록 : 2016-12-20 12:59

▲ 지난 6일 국회 국정조사특위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앞줄 왼쪽 다섯 번째)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국회의원들의 질의를 받는 모습.ⓒ데일리안DB
탄핵정국의 단초를 제공한 ‘최순실게이트’에 대한 특별검사팀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재계가 좌불안석이다.

통상 기업들은 연말이 되면 한 해 정산은 물론 다음연도 사업계획 마련과 인사단행 등 미래 대비 작업으로 눈코 뜰 새 없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다르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재계 또한 국정농단의 주요인물인 최순실씨에 대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언제 특검팀의 압수수색 등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기껏 짜놓은 사업계획이나 새 인사로 바뀐 인물들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만큼 최순실게이트가 어느 정도 잠잠해질 때까지는 ‘대기상태’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박영수 특검팀은 오는 21일 선릉역 인근 대치빌딩에서 현판식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국정농단 사태 연루 인물과 사건 등을 본격 수사한다. 수사는 이르면 오는 3월 초나 말까지 마무리될 전망이다.

문제는 최순실씨가 일반인 신분으로 정치권 외에도 사회 각 분야에 입김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기업들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미래전략실 주도로 최씨와 정유라씨 모녀에 수백억원을 지원한 대가로 합병 등을 통한 원활한 지배구조 개편을 약속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SK그룹이나 롯데그룹도 최씨가 주도하는 재단에 정식출연금이나 기부금 등의 대가로 면세점 추가 입찰 등의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형국이다.

실제로 특검팀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오너의 입지와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대기업들에게는 ‘당분간 경영하지 말라’와 같은 의미다.

이로 인해 해당기업들은 사업계획 마련에 적신호가 켜졌다.

삼성그룹은 추후 사업방향과 판매전략을 수립키 위해 매년 6개월마다 글로벌전략회의를 연다. 올해의 경우 ‘갤럭시노트7’ 단종이라는 큰 사건을 겪었기에 그 여파에 대한 대응이나 탈출전략 차원에서 그룹 핵심사업인 스마트폰사업 로드맵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막상 이재용 부회장의 불참으로 글로벌전략회의의 의미가 크게 축소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 오너가 수장임은 물론 갤럭시노트7의 주도자인 만큼 책임이 크다. 더욱이 올해 처음으로 그룹의 주요사인 삼성전자의 등기이사가 된 만큼 더더욱 빠져서는 안 되는 자리였다.

재계 관계자는 “그럼에도 삼성이 전략회의를 그대로 진행한 것은 정말로 사업계획을 구상한다기보다는 회사 안팎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성격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오는 2017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 박람회인 ‘CES 2017’ 참가도 불투명해졌다.

SK나 롯데도 사정은 다를 바 없다.

최태원 회장은 내년 초 다보스포럼 및 중국출장 계획이 불투명해졌다. 현재 중국은 SK가 전기자동차 배터리 부문 등 신사업 영위와 관련해 크게 공을 들이고 있는 시장이다.

신동빈 회장의 경우 내년 초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열리는 결산 이사회에 불참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롯데그룹은 매년 연말에 실시하던 정기인사도 내년 이후도 미룬 바 있다.

이 가운데 A기업 관계자는 “압수수색 우려는 말할 것도 없고 주요 경영진의 경우 참고인 자격으로만 조사받아도 실무진이 준비해야 할 사안이 많기 때문에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재 내부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한 행동지침은 물론 아예 대(對)특검 TF까지 구성하자는 논의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도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신흥시장 수요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공격적으로 나가야할지, 내실 위주로 가야 할지 방향을 설정하고 스타트를 끊는 것이 중요할 때”라며 “이런 의미에서 연말연시 2~3개월이 중요하지만 그냥 허송세월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한진그룹이나 포스코는 최순실게이트 연루 의혹만 무성할 뿐 직접적인 타격은 받지 않았으나 시국이 시국인 만큼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진그룹은 이르면 이달 말에는 정기인사를 실시해야 하고, 내년 사업계획 구상도 마무리 해야 한다.

이 가운데 한진그룹은 굳이 최순실게이트가 아니더라도 최근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 및 조양호 회장 모친상 등으로 숨 돌릴 겨를이 없다.

다만 조양호 회장이 최씨로부터 ‘미운털’이 박혀 평창동계올림픽준비위원장 사임 등 여러 불이익을 당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는 만큼 또 언제 참고조사를 받을지 모르는 상태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박근혜 정권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포스코의 경우 현재까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난 정황이 없어 크게 발목을 잡히지는 않고 있다. 권오준 회장도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단 한 번 받았을 뿐이다.

다만 특검 사무실이 지리적으로 대치동 본사와 엎드리면 코 닿을 거리인 만큼 언제 압수수색이 들어올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