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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남은 숙제는?

은산분리 골자 '은행법 개정안', 국회 문턱 못 넘어
중금리 대출 상품, 시장 차별화 필요…증자 계획 '깜깜'

백아란 기자 (alive0203@ebn.co.kr)

등록 : 2016-12-14 16:03

점포 없이 온라인으로 이용 가능한 우리나라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했다. 은행 신설인가는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4년만이다.

하지만 은산(銀産)분리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며 결국 ‘반쪽짜리’ 출범이 되고 말았다.
▲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사진 오른쪽)이 인터넷전문은행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백아란 기자

◆ 케이뱅크, 인터넷전문은행 1호 본인가…"내년 1월 영업 개시"
14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케이뱅크 은행의 은행업 영위를 본인가 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K뱅크 컨소시엄(KT·우리은행·GS리테일)과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카카오·한국투자금융지주·KB국민은행 등)에 예비인가를 내줬다.

이후 케이뱅크는 지난 9월 말 금융위에 본인가를 신청했으며 자본금과 주주구성, 사업계획 등 인가 요인 심사를 거쳐 본인가를 받았다.

이번 본인가로 케이뱅크는 금융결제원 지급결제망 최종 연계 등을 거쳐 빠르면 내년 1월말에서 2월초 본격 영업개시할 계획이다.

새롭게 탄생하는 케이뱅크는 100%비대면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중금리·간편 소액대출, 수수료 0%대의 직불결제 등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ICT 융합을 기반으로 금융생활의 새로운기준을 제시한다는 전략이다.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은 "대한민국 최초로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게 돼 가슴이 벅차다"면서 "ICT를 통한 혁신과 차별화로 10년 후 자산 15조원 규모의 넘버원 모바일 은행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만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가 높다.

산업자본의 지분한도를 4%에서 50%로 늘려주는 등 은산(銀産)분리 규제 완화 규정이 담긴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연착륙 역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케이뱅크

실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은 은행법 개정안 표류 등으로 그간 안개 속에 갇혀 있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02년과 2008년 두차례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한 '은산분리'와 은행에 가지 않고도 예금 계좌를 만드는 '비대면 실명확인' 문제가 발목을 잡은 탓이다.

현재 국회에는 2개 은행법 개정안(새누리당 강석진·김용태의원)과 3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더불어민주당 정재호의원, 국민의당 김관영의원, 새누리당 유의동의원)이 계류 중이다.

◆ 은행법 개정안·시장 차별화·차은택 연루설 '논란'
특례법은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3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오는 2019년까지 은산분리 완화를 한시적으로 적용하거나 5년마다 인가 요건을 재심사하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등 국정 혼란이 장기화되며 추진 동력을 잃은 상태다.

결국 기존 시중은행의 모바일 뱅킹과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금융과 IT기술(플랫폼 등) 융합이 필요하지만, 법적 뒷받침이 없어 경재력을 갖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주식 4% 이상을 보유할 수 없어 KT(케이뱅크)와 카카오(카카오뱅크)가 주도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경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금리 대출을 중심으로 하는 수익모델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대다수 은행들이 모바일은행을 앞다퉈 출시한데다 중금리 대출 역시 활성화돼 있어서다.

이에 대해 심 행장은 "보증보험중심의 기존 중금리 대출과 달리 차별적인 CSS를 통한 리스크관리로 핵심사업화할 예정"이라며 "KT가 가진 통신 가입자DB 등 자체 빅데이터를 활용한 예측모델을 통해 대출을 시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점이 없기 때문에 인건비나 부동산 임대에 대한 비용이 대폭 감소했다"며 "외환 등 서비스 다각화는 내년말 정도로 선보일 방침"이라고 부연했다.

BIS비율 준수를 위한 자본금 마련안도 불투명하다. 향후 증자를 감당하고 이를 책임질 대주주를 확보해야 하지만 법개정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심 행장은 "BIS 비율 준수를 위해 초기 3년간 약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증자가 필요하다"며 "내년도 사업계획은 4000억원 정도의 여신규모를 가져갈 계획이지만, 사업의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은행법 개정안 통과 연기에 대해선 "KT가 일대 주주인 상황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구체적인 플랜B는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내년 하반기에는 증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케이뱅크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과정에서 차은택 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9월 말 케이뱅크를 맡게 됐고, 밤낮 없이 은행출범 준비 작업만 해왔지 차은택 연루에 대해선 들은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훈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예비인가 과정 당시 굉장한 관심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차은택 연루)이 있을 수 없다"며 "예비인가를 하는 과정에서도 외부개입을 단절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