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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까톡] 어느 보험사 매각 음모론에 대한 단상(斷想)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등록 : 2016-12-04 09:56

▲ ⓒ픽사베이

지금은 손해보험업계에서 사라진 그린손해보험. 그린손해보험(이하 그린손보)이란 손해보험사의 전신은 국제해상화재보험입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창립자주는 사채시장 큰 손으로 불리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크고 작은 위기를 겪으며 끝내 부실화돼 모두 파산하면서 지금의 MG손해보험으로 탈바꿈 된 상태입니다. 역사속에 묻혀진 그린손보의 '비애(悲哀)'에 대해 잠깐 언급해 볼까 합니다.

무역·해상·적하보험이 주특기였던 그린손보는 1970~1980년대 경제성장기 우리나라 생산품을 타국에 실어 나르는 데 기여한 손해보험사였습니다. 재무부 출신 원로 공무원은 70년대 그린손보(당시 국제화재)을 "기업 무역업이 활성화되고 우리 경제가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보험사"라고 회고했습니다.

그러던 2000년대 초반 어느날 그린손보는 이단아적인 대주주이자 경영자를 만납니다. 증권으로 금융업을 시작한 그는 경쟁사와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투자이익을 통해 순익을 달성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영업이익을 중요시하는 여타 보험회사와는 완전 다른 행보를 걷습니다.

임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보험영업(보험수지)의 흑자 파티가 끝났다"면서 "영업으로 자산을 축적하고 이를 운용해 수익을 창출한 워런 버핏의 비즈니스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값비싸기로 유명한 워런버핏의 강연비에 아낌없이 지출하며 정기적으로 그의 명 강연을 듣기 위해 미국으로 날라갔다고도 합니다.

그는 성장동력이 부족했던 꼴찌 보험사는 영업만으로는 승부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투자이익을 통해 전체적인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었고, 주식 투자를 통해 재무 상황을 개선시켰고, 실제로 업계에서도 주목받는 보험사가 됐습니다.

금융당국 역시 그의 경영 행보가 눈에 거슬리고, 못 마땅했지만 당기순익을 수백억원 내는 그의 저력과 경영 노하우에 이렇다할 규제를 하지 못했습니다.

약 10년 전 그의 경영기법과 판단이 저 성장기 지금 시도됐더라면 어땠을까요. 나름대로 설득력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회적 통념을 깬 남다른 그의 도전은 기존 세력의 저항을 받기 쉽습니다. 대부분의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보험업은 근간은 보험영업인데, 보험도 모르는 사람이 주식만 믿고 설친다"면서 그의 경영철학을 폄훼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기회를 만나 짧은 시간 힘을 발휘합니다. 투자이익 극대화를 통해 그린손보 자기자본은 2004년 3월 276억원에서 2007년 말 967억원으로, 자산은 같은 기간 4562억원에서 9505억원으로 급증합니다.

악화된 증시로 인해 그의 성공은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적극적인 자산운용을 통한 이익 확보는 실패했습니다.

문제는 이후의 상황 전개가 매우 석연치 않다는 것입니다. 2012년 5월 그린손보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경영개선명령을 받게 됩니다.

실사를 맡은 금융감독원은 부채가 자산을 1382억원 초과한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빚이 자산보다 더 많으니 어서 해결라고 재촉했습니다. 아니 독촉에 가까웠습니다.

앞서 그린손보가 제출한 경영개선계획도 일부만 받아들였습니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말까지 경영개선명령을 이행하지 못하면 공개매각이 진행된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여기까지만 개입돼 있다고 선을 긋습니다.

수년간 누적된 빚 청산은 그린손보가 한 달만에 해결할 수 없는 미션이었고, 이후 그린손보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받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불과 110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 받고 매각처리됩니다.

당시 금융당국은 그린손보는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부실금융기관'으로 몰아세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같은 금융당국의 처신이 합당했는지 의구심이 생깁니다.

당시 공적자금이 △은행권 24조5000억원 △증권 8조4000억원 △서울보증보험 1조7000억원 △종금사 1조4000억원 △저축은행 2000억원이 투입된 데에 반해 생명·손해보험사에는 불과 665억원만 지원됐을 뿐이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적자금 단순 액수 규모는 중요하지 않고, 각사별 실상을 따져 부실기관으로 지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청산되는 여타 보험사의 부실계약까지 떠안은 보험사들이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같은 역경속에서도 버텨 냈다는 점을 금융당국은 전혀 참작하지 않았던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게임과 경기에서도 패자부활전이 있음에도 재기할 기회조차 박탈하고 무엇이 그했는지 일사천리 매각처리되면서 그린손보의 70년 기업운명이 너무 빨리 결정됐다는 견해도 적지않았습니다.

특히 이 부분이 재미있습니다. 매각방침으로 정리된 그린손보는 공개매물로 나온 이후 2013년 2월 사모펀드(PEF)인 자베즈파트너스에게 인수됩니다. 당시 자베즈는 사모펀드업계에서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던 '은둔의 PEF'였고, 특정집단과 연대한다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즉 새마을금고와 대유그룹이라는 지원군을 등에 업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계열사로 보험사를 필요로 했던 부산은행과 SK 그리고 롯데그룹 등 굵직한 대기업들이 나서서 그린손보를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혔으나, 돌연 인수의향을 접어 상당한 의구심을 자아냈습니다. 다른 중소형 그룹도 그린손보 인수에 관심을 갖고 인수전에 가세했으나, 소리소문 없이 추진하던 딜 작업을 전면 취소합니다.

자베즈파트너스는 컨소시엄을 통해 인수대금 1800억원을 마련합니다. LP로 참여한 법인과 개인투자자 등 4곳이 각각 25%씩 나눠 출자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새마을금고중앙회 컨소시엄과 교원나라, 개인투자자, 하나은행 익명의 법인 등입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새마을금고 측은 하나은행에 연간 6%의 수익률을 반영한 가격에 지분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합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 같은 그린손보 매각과정이 최근 논란이 됐던 '포레카 강탈시도'와 유사한 시나리오로 전개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포레카 강탈시도'란 '비선실세'로 일컫는 최순실(60·구속기소)씨와 차은택(47·구속기소)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고 KT 인사를 막후에서 조종하면서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을 빼앗으려고 시도한 케이스입니다.

이 과정에서 안종범 전 수석(57·구속기소)이 김영수 포레카 대표에게 "모스코스가 포레카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린손보 매각과정에 관여한 인물들의 관계도는 꽤나 흥미롭습니다. 자베즈파트너스 박신철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친척 관계에 있는 대유그룹 박영우 회장의 형인 박영호씨의 아들입니다.

당시 매각을 진행한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박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씨와 고교 동창이기도 하죠. 금융당국자는 “금융권에서 알 만한 사람은 김주현 전 사장이 박지만 회장과 가까운 사이인 것을 파악했다"고 말했습니다.

마을금고에 불과했던 새마을금고는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이 실시한 새마을운동을 기점으로 크게 성장한 금융기관입니다. 특정한 오너가 없다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김성삼 새마을금고 신용공제사업 대표이사는 보험감독원(현 금융감독원의 보험업무부문) 출신입니다. 그리고 그린손보 매각과정을 감독한 성인석 금감원 손해보험서비스 국장(당시 법정관리인 및 현 현대해상 감사)은 예금보험공사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습니다.

'무사히' 보험사를 인수하는 데 성공한 자베즈파트너스(혹은 새마을금고) 측은 지금쯤 손해보험사 경영이 만만찮다는 것을 느낄 지도 모릅니다.

소문으로는 무리하게 시도한 그린손보 인수를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금융업 라이선스는 당국으로부터 인가받기도 쉽지 않지만, 규제산업인 만큼 경영을 유지해나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보험업은 당국이 제시한 RBC비율 적정요건을 유지해합니다. 때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수준의 증자를 감당해야 하기도 합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린손보(현 MG손보)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보험영업 부문의 적자폭은 오히려 커졌다고 합니다. 영업력 개선 없이 증자만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어쩌면 자산을 남다르게 운용해 이익을 내는 차별화가 필요한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