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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사드 분풀이 된 韓 배터리…통상은 뭐하나?

전기버스 장착금지·4차인증 탈락 등, 공장가동률 크게 하락
이유는 '사드배치' 때문, 통상 역할 못하는 산업부 거센 비판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등록 : 2016-12-03 00:01

▲ 중국의 LG화학 남경 배터리공장(위)과 삼성SDI 시안 배터리공장
한국 배터리업계가 중국에 수조 원을 투자하고도 철저히 찬밥 신세를 받고 있다. 우리 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중국 정부로부터 보복조치를 받고 있다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땜질식 수습만 나서고 있는 통상 당국에도 잘못이 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 배터리기업의 중국 공장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연초 중국 정부가 전기버스에 삼원계(NCM) 배터리 탑재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LG화학과 삼성SDI는 큰 타격을 받았다. 삼원계 배터리는 국내업체의 주 생산방식이다.

일반 전기차에는 10~30KWh 규모의 배터리가 탑재되지만, 전기버스에는 이보다 최대 20배 많은 60~200KWh의 큰 배터리가 탑재된다.

지난 6월에는 4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심사에서 한국업체가 모두 탈락했다. '본격 가동 1년 이상' 기준에 미달됐다는게 주 원인으로 밝혀졌다.

인증을 받지 못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향후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지 전기차업체와 국내 배터리업체와의 공급계약이 파기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중국 남경과 시안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작년 6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순수 전기차 기준으로 LG화학은 연산 5만대, 삼성SDI는 4만대 규모다.

국내업체는 5차 심사 통과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자신감까지 내비쳤지만,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중국 정부가 이번에는 심사기준을 대폭 강화한 수정안을 내년 1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수정안에 제시된 기준은 국내업체로서는 도저히 맞출 수 없는 수준이다.

변동 내용은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연간생산능력을 기존 0.2GWh에서 향후 8GWh로 상향 △2년간 중대 안전사고 없을 것 등이다.

LG화학과 삼성SDI가 이 기준을 충족시키려면 최소 2배 이상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연내 중국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던 SK이노베이션도 투자를 보류했다.

이와 같은 중국 정부의 몽니는 우리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 때문이라는게 대체적인 업계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기버스 배터리 조치 시기는 우리 정부가 사드배치를 논의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지난 7월 우리 정부가 사드배치 결정을 발표한 이후로 국내 배터리업체에 대한 배척 강도는 더욱 심해졌다.

문제는 앞으로 사드가 실제로 배치될 경우 중국 정부의 국내업체에 대한 사업방해가 극에 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아예 사업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문화계에 한한령(한류금지)을 내린데 이어 중국에 진출한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적인 세무조사, 소방안전 및 위생점검을 실시한 점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롯데는 사드 배치를 위해 성주 골프장부지를 제공한 것이 타깃이 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갈수록 중국 상황이 악화되자 통상을 맡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연초 전기버스 조치가 내려졌을 때만해도 설마 사드 때문이겠냐 생각했는데, 지금은 사드가 주 이유라는 것이 명확해졌다”며 “첫 징조가 보였을 때 산업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산업부는 배터리 이슈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 10월 17일과 11월 28일 중국 공신부장과 상무부장 앞으로 서한을 보냈고, 11월 25일 차관과 주한중국대사가 면담을 통해 문제제기를 했다고 해명성 자료를 내놨다.

하지만 내년 1월 업계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수정안이 실제로 적용된다면, 산업부는 통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