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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까톡] 브렉시트에 이어 트럼프 당선까지…불확실성의 일상화?

브렉시트·트럼프 당선, 모두의 예상 깬 반전
샤이 트럼프 등 숨은 지지자가 트럼프 당선 이끌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결과 나오기 전까지는 신중해야

이경은 기자 (veritas@ebn.co.kr)

등록 : 2016-11-13 06:35

▲ ⓒ도널드 트럼프 페이스북

지난 9일 오전 11시 반쯤이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나가볼까 하는데 속보가 옵니다. 한창 개표가 이뤄지고 있는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트 트럼프 후보가 이변을 일으키며 격전지에서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 중이라는 소식이었습니다.

본능적으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창을 들여다봅니다. 코스피지수가 4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고 있고 코스닥지수는 장중 9개월 만에 600선이 무너졌습니다. 황급히 장중 시황을 써서 전송하고 얼마간 머리가 멍해집니다. 전혀 예상치 못 한 반전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수많은 관련 리포트가 쏟아졌습니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컸다는 것이었겠죠. 가장 많았던 내용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공약을 바탕으로 한 한국 경제와 증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수혜주 찾기였습니다.

대부분 증권사의 리포트가 힐러리 후보의 당선을 점쳤습니다. 개표를 하루 앞둔 8일 아침에도 마찬가지였죠. 글로벌 금융시장도 힐러리 당선에 베팅하는 모습이었습니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3대 지수는 모두 상승했고 유럽증시도 일제히 올랐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시작한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증시도 호조를 보이며 일제히 상승 마감했습니다.

그러나 힐러리와 트럼프의 싸움을 '99% vs 1%'라며 힐러리의 우위를 점쳤던 세계 여론들에게는 믿지 못 할 결과가 나왔습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죠.

지난 6월 말 진행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결 이후로 가장 큰 충격이었습니다. 브렉시트 투표를 앞두고 유수의 언론사들과 증권사들, 심지어 도박사이트까지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영국인들이 그렇게 무모하지 않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 경제는 충격에 빠질 것이다' 등등 브렉시트에 대한 모든 부정적인 전망을 뒤로 하고 영국인들은 기꺼이 브렉시트를 택했습니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우려보다는 '다시 위대한 영국'을 꿈꾸는 영국 소시민들의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이번 미국 대선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번 선거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샤이 트럼프(shy Trump)', 즉 투표 전까지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지 않았던 숨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선거의 판세를 뒤집은 것이죠. 백인 저학력 계층과 흑인, 라틴계 지지자들이 조용히 트럼프에 표를 던짐으로써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와 불만, '위대한 미국'에 대한 바람을 표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브렉시트에 이어 미국 대선까지도 전혀 예상치 못 한 결과가 나오면서 '불확실성의 일상화'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도 통계도 믿을 수 없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언제나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 경제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증시에는 이러한 모습이 정말 잘 드러났습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트럼프 당선이 유력해진 9일 코스피지수는 2.25% 빠졌고 코스닥지수는 3.92% 급락했습니다. 그렇지만 바로 다음 날인 10일에는 두 지수 모두 낙폭을 만회했습니다. 불확실성에 흔들렸지만 대선 결과가 나오고는 진정된 모습을 보인거죠.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싫어합니다.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증권사 리서치센터, 각종 연구소와 통계기관 등도 불확실성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예측하기가 힘들고 리스크도 크기 때문이죠.

그러나 브렉시트에 이어 이번 미국 대선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하나가 있습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던 브렉시트 지지자들과 샤이 트럼프가 세상을 바꿨습니다.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지 모르지만 수면 아래에는 엄청난 크기의 빙산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속단하지 말고 작은 변화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신중함이 앞으로는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