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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까톡] 낙하산 인사를 거절했을 때 돌아오는 '보복'

  • 송고 2016.11.06 12:58 | 수정 2016.11.06 17:16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연합뉴스

ⓒ연합뉴스

"당국에서 추천하는 낙하산 인사를 거절했을 때 돌아올 '보복(?)'이 두려웠습니다."

금융사 관계자 A씨와 오랜만에 조우했습니다. 당국 출신 인사를 받기 한 달 전 그는 기자에게 "당국 출신자를 앉히지 않고, 앞서 꾸려진 위원회에서 해당 업무를 소화할 예정"이라고 단언했습니다.

하지만 그 회사는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당국 출신자를 어느 직에 선임해 논란이 됐죠. 낙하산 인사의 연봉은 수억원 대입니다. 한창 치열하게 실적을 쏟아내는 과장 4~5명 몸값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던 A씨는 "회사 최고 임원께서도 당국이 추천한 낙하산 인사를 수용할지 말지를 두고 많이 고민하셨다"면서 "조직 큰 틀에서 봤을 때 소를 희생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굽히신 걸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낙하산 인사를 거절했을 때는 어떤 식의 보복(?)이 들어오는지 물어봤습니다. 추천하는 낙하산 인사를 대부분 수용해온 이 회사는 당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은 적은 아직 없다고 합니다. 그는 “타사의 경우 당국이 갑작스럽게 때 아닌 특별검사를 들어오거나, 과거 과실을 다시 문제 삼아 오너나 최고경영자와의 면담을 요청할 때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회사를 경영했다면 제 아무리 금융당국이라도 트집 잡을 일은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더니, A씨는 “아무리 떳떳해도 만에 하나 손해 볼 일은 절대 안 하는 것이 기업 생리”라면서 “당국으로부터 책잡힐 일은 무조건 피하는 게 일반적이며 낙하산 인사가 당국으로부터 바람막이 역할을 해둘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보험 성격과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금융사들은 사실 여건대로 경영하기를 바라는 데 당국의 눈치를 언제까지 봐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더군요.

내친 김에 A씨는 당국에 대한 원망을 드러냈습니다. “기대이하의 한국 금융사 경쟁력이 국가 위신을 떨어트린다고 하는 데 따져보면 꼭 맞는 얘기냐. 금융사들이 뭘 한 게 있냐고? 법상 하지 말라는 게 많고 운신의 폭이 좁다보니 일을 적극적으로 벌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할 만큼은 했다. 해외 진출력이 약하다고 뭐라 하는데 당국 출신자 안 받고, 해외 전문가, 노하우 축적했다면 우리나라 금융사 발전은 훨씬 앞섰을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은행장 바뀌고 금융유관기관장 싹 바뀐다. 3년이 멀다하고 죄다 교체되지 않았나. 그러니 긴 안목 갖고 경영계획, 해외진출 플랜을 세울 수 있었을까. 해외진출이 금융사 혼자 각개전투한다고 해결될 일인가. 관치금융은 다 옛날 얘기라고? 정도만 덜했지 똑같다. 힘없는 CEO, 기업 실익을 생각한 오너들은 어지간한 정부청탁을 다 들어줄 수밖에 없다. 한국 금융 산업의 민낯은 바로 이렇다.”

낙하산 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자산관리공사(캠코) 신임 사장에 문창용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내정된 가운데, 윤석남 금감원 전 국장이 하이투자증권 감사총괄 전무로 선임됐습니다. 지난 1일 서경환 금융감독원 국장이 손해보험협회 전무직을 맡았으며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 출신인 홍재문 전 한국자금중개 부사장이 지난달 20일 은행연합회 전무에 앉았습니다. 박근혜 후보 캠프 출신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도 한국거래소 이사장직을 꿰찼습니다.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새 기관장을 임명해야 하는 기관은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수출입은행, 기술보증기금, 한국예탁결제원입니다. 사실상 현 정권의 마지막 인선 이벤트인 만큼 대선캠프 출신과 측근들은 최종 기회를 얻기 위해 치열한 물밑작업을 벌이는 형국입니다.

대표적인 ‘낙하산 집결지’는 한국증권금융으로 꼽힙니다. 사장, 부사장, 감사 3명 모두 ‘낙하산’ 출신이기 때문인데요. 한국증권금융은 지난달 21일 정효경 부사장 후임으로 양현근 현 금감원 부원장보를 선임했습니다. 앞서 지난 8월엔 금융 커리어가 없는 조인근 청와대 전 연설기록비서관이 감사로 선임됐으며 지난해 12월 선임됐던 정지원 대표이사 사장은 금융위 상임위원과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경력이 있습니다. 주인 개념이 모호한 금융사를 중심으로 관료 출신들이 고위직 인사를 장악한 양상이죠.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한국증권금융은 낙하산 인사 논란의 화룡점정”이라며 “사장, 상근감사, 부사장까지 모두 한국증권금융 외부인물로 자리하게 되는 것인데 이는 정상적인 일이 아니”라며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기업이 대가를 바라지 않는 자선 사업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손해 볼 일은 절대 안 하는 것이 기업의 생리이고 기대하는 이득을 나름 계산했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를 기꺼이 받았을 것입니다. 큰 것을 얻기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금융사 관계자의 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기업의 먹거리 확보는 정부 정책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가와 승인을 받아야 하는 금융사인만큼 낙하산 인사 수용을 통해 대형 '기업보험'에 가입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만일에 대비한 예방적 성격으로 낙하산 인사 연봉 몇 억원쯤 대는 것은 나중에 당국으로부터 받게 될 '보복'에 비해 싸게 먹힌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의 힘든 고민을 해결해주겠다는 것처럼 달콤한 유혹은 없기 때문이죠.

낙하산 인사는 당국으로부터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주겠다는 관료와 이 같은 ‘기생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기업 간의 거래방식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권력층과의 교분으로 자신의 지위를 업그레이드하려는 기업은 충분히 ‘낙하산’의 매력을 느낄 법 합니다.

이렇게 힘 있는 자에만 의존하다보면 기업 자체 경쟁력은 어떻게 될까요. 역량을 키우기는커녕 영원히 닫히게 된 성장판을 발견할 수 있겠죠.

우리 금융사들이 금융당국 지배에 의존한다는 것은 그만큼 역량 갖춘 인사가 없고, 전문화된 사업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니까요. 이쯤에서 기자는 당신의 기업과 금융사는 자신의 힘을 믿지 못해 정경유착을 통해 근근히 버티고 있지는 않으신지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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