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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기자의 인사이트] 제약업계 잇따른 임상중단 사태를 바라보며

  • 송고 2016.11.04 00:27 | 수정 2016.11.04 06:17
  • 이소라 기자 (sora6095@ebn.co.kr)

ⓒ

#17세기 전반 네덜란드는 '튤립재배' 열기가 뜨거웠다. 튤립 뿌리 하나에 말 한 마리, 절정에 달했을 땐 집 한 채 값도 맞먹을 정도였다. 나라가 혼란에 빠지자 결국 정부가 제재에 나서면서 튤립 투기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전재산을 잃은 뒤였다. 귀족들은 물론 서민들에 이르기까지 '돈 되는' 튤립 가꾸기에 뛰어들었던 이 비정상적인 투기 행위는 훗날 '거품경제'의 시초가 된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한낱 꽃(?)에 열광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튤립은 당시 유럽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종류의 꽃이었다. 귀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부와 교양의 상징이 됐다. 희소성 때문에 단연 그 가치는 날이 갈수록 치솟았다.

최근 우리나라도 튤립 가꾸기에 몰두하고 있다. '돈되는' 약 하나만 개발하면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제약·바이오 분야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유례없는 관심에 기쁨보다는 오히려 부담감을 나타낸다. 신약 개발의 특수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FDA(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 성공 분석에 따르면 신약 개발에 성공활 확률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언뜻보면 나쁘지 않은 수치지만 수조원의 비용과 십수년이 걸리는 연구시간에 비해 성공 확률은 터무니없이 희박하다.

조그마한 약국에서 시작해 어엿한 제약기업이 되기까지 오래는 100년 가까이 시장을 뒷받침 해온 이들은 신약개발의 높은 장벽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한미약품이 장기간의 연구개발 끝에 6개의 혁신신약을 글로벌 제약사에 수출하며 제약 '거품'이 일기 시작했다.

제약사들은 앞다투어 연구개발비를 증폭시켰다. 언론도 마치 한순간에 한국이 신약강국이 된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했다. 뿌연 거품 아래에는 수십년간 수없는 실패를 거듭하며 개발을 이어온 한미약품의 인내심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척 한 셈이다.

연일 주가가 폭등하면 '돈되는' 사업으로 포장된 제약사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가슴을 졸였을 것이다.

얼마 후 한미약품의 폐암신약 '올리타정' 계약 파기, 유한양행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녹십자 'A형 혈우병 치료제' 등 국내 톱제약사들은 릴레이 임상중단 사태를 맞이했다.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도 수백개의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실패하는 일이 허다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쏟아지는 관심에 부흥기를 맞이했던 이들 제약사는 이제 희박한 확률 속에서 수많은 경쟁자들과 싸워야 한다는 압박감과 더불어 사람들이 거는 과도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죄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신약 개발은 '돈되는' 사업이 아니라 '돈드는' 사업이다. 비록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이지만 설립이념과 비전만큼은 생명존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거품만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이면에 가려진 땀과 노력을 볼 수 있는 혜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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