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제약사에 '기술·의약품' 수출 '잭팟'처럼 포장되지만
기술반환·공급취소시 전체 계약금 10분의1 불과한 수익에 그쳐
한미약품의 총 8조원대 기술수출 이후 한동안 기대를 모았던 국내 제약업계가 최근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수척억 규모의 기술 계약이 파기되는가 하면, 몇년간 준비해온 의약품 공급이 취소되는 등 글로벌 진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 이들은 특히 전체 계약금의 극히 일부만 건지며 당초 기대치를 밑도는 수익을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변수가 많은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설명이지만 과도한 시장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화제성 계약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단계별 성과나 절차에 따라 해지 리스크를 안고있음에도 전체 계약금 규모만으로 '대박'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대화제약은 지난 2014년 대만 제약사 로터스(LOTUS)와 맺은 423억원 규모의 '리도카인 패치 5%'에 대한 공급계약을 해지했다. 로터스사는 미국, 유럽, 중국에 대한 제품 허가를 진행해 왔으나 실패했다.
리도카인패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대상포진 후 신경통 완화를 적응증으로 인정받은 유일한 국소 진통패치제로 대화제약은 로터스사의 허가 절차가 마무리되면 5년간 제품 공급에 나설 계획이었다. 대화제약은 결국 보상금 3억5000여만원만 받고 계약을 취소했다.
당초 대화제약은 로터스사와의 계약을 통해 동남아 중심의 수출 구조에서 의약품 빅마켓인 미국, 유럽, 중국에 진출해 수출영역을 넓히려는 전략이었으나 당분간 궤도를 수정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대화제약 관계자는 "로터스사 최근 글로벌 제약사 알보젠에 인수합병 되는 등 부침을 겪으면서 계약에 변수가 많았다"며 "타 업체와 리도카인 패치 해외 진출을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선 대화제약은 세계 최초 '먹는 항암제' 파클리탁셀 경구용항암제 'DHP107'의 기술수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국내에서 '위암' 적응증으로 시판 허가를 받았다. 대화제약은 미국 및 유럽시장뿐 아니라 동남아 각국별 기술수출을 염두에 두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의 폐암신약 '올무티닙' 기술수출 계약이 취소됐다. 총 계약금만 8500억원, 향후 판매 수익금까지 따라오는 블록버스터급 계약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던 베링거인겔하임이 돌연 시장성과 안전성을 문제로 계약 1년여만에 기술을 반환하면서 한미약품이 벌어들인 실제 수익은 718억원 가량에 그쳤다. 단계별 성과에 따라 계약금을 지급하는 제약업계 '마일스톤' 계약의 정상적 수익 산정 방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의 '마일스톤' 계약방식이 기타 산업과는 차이가 있다. 각국의 임상 및 허가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언제나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수익 산정방식이 독특하다보니 종종 시장 기대가 과도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의 입장에서 최종 기대치가 반영된 성과를 공개하는 것은 산업적이 측면에서 당연한 것"이라며 "글로벌 제약시장은 워낙 속도가 빠르고 수익에 민감해 시장성 평가에 따라 계약에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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