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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기자의 유통이야기] 호텔 패키지에서 '불나방 떼'가 연상되는 까닭은?

  • 송고 2016.10.18 10:18 | 수정 2016.10.18 10:42
  • 이동우 기자 (dwlee99@ebn.co.kr)

독특함 앞세우는 호텔업계, 패키지 상품은 천편일률적

인테리어·부대시설 차별화 앞서 패키지 구성부터 점검해야

어린시절 기억에 남는 국산 영화 한 장면이 있다. 배우 신성일이 음울한 표정으로 열차에 앉아 차창 밖을 응시하고, 곧장 차창 밖에선 불나방 떼가 불길속으로 거침없이 달려드는 상상속의 모습이 오버랩된 바로 그 장면이다.

생각해 보면 당시 화려한 불나방들이 불길 속으로 자신을 몰아넣는 장면에서 전체적인 것의 어떤 부정성을 느꼈던 것 같다. 군복무 시절에서야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원작으로 한 김수용 감독의 영화 '안개'라는 것을 알았다.

호텔업계를 출입하면서 느낀 점은 두 가지다. 화려함과 독특함. 그들은 화려함을 바탕으로 저마다 자신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을 어필한다. 예컨대 몇몇 최고급 호텔은 정책적으로 향기 마케팅을 고수한다. 로비에 들어서면 특정한 향이 고객들의 후각을 자극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향으로도 호텔의 시그니처를 각인 시키려는 세심한 노력이다.

어떤 호텔들은 지리적 요건을 강조한다. 시내 한 복판에 위치한 편리함과 산으로 에워싸인 주변 경관을 자랑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호텔 부대시설로 고급 바와 세계적 명성의 셰프들을 영입하며 자신들의 호텔을 어필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전체성. 어감이 좋지 않다면 공통성이라고 하겠다. 호텔업계의 아이러니한 지점이 여기에 있다. 그들이 내놓는 패키지 상품을 보면 한결같이 똑같다. 속된 말로 '복붙'(복사해 붙여넣기)한듯 패키지 구성이나 콘셉트 등이 모두 비슷하다.

단적인 예로 지난 8일 여의도 불꽃 축제가 있기 일주일 전, 호텔들은 같은 패키지 상품을 일제히 쏟아냈다. 콘래드 호텔을 시작으로 호텔신라는 지난달 23일 신라스테이 마포에 '불꽃축제 패키지'를 선보였다.

이에 뒤질세라 호텔롯데가 28일 시티호텔 마포에 'Fireworks in the night' 패키지를 내놨다. 굳이 번역하면 '밤의 불꽃놀이'쯤 될 것이다. 같은날 서울가든호텔도 불꽃축제 패키지를 선보였고, 글래드 호텔·이랜드 켄싱턴 여의도에서도 비슷한 구성의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하나의 유령이 호텔업계를 거닐고 있다. 패키지라는 유령이.' 아니면 '한국의 호텔들이여 단결하라'라고 해야 할 것만 같다. 불꽃 축제 패키지는 단적인 예다. 설·추석·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등 명절과 기념일만 되면 어김없이 똑같은 패키지들이 호텔들을 점령한다. 일련의 패키지 상품을 보면 호텔 로비 인테리어 하나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제품이 무안할 정도다.

한 발 물러나서 생각해 보자. 호텔업계 특성상 주요 기념일을 중심으로 고객들의 몰리는 수요를 위해 패키지 일정이 겹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내용과 비슷한 구성, 제목마저 똑같은 천편일률적인 패키지는 지양해야 한다.

세심하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어필하는 호텔들이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기만 하면 불속으로 뛰어드는 화려한 불나방이 된다. 호텔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그들 사이에는 끈끈한 무엇이 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래서 일까. 호텔 패키지 구성도 끈끈하게 연결돼 있는 것만 같다. 호텔들의 패키지 상품을 볼때 마다 배우 신성일이 타오르는 붗꽃으로 향하는 불나방 떼를 바라보던 표정이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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