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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기자의 유통이야기] 호텔發 '그들만의 리그'가 씁쓸한 까닭은?

  • 송고 2016.10.11 07:37 | 수정 2016.10.11 08:31
  • 이동우 기자 (dwlee99@ebn.co.kr)

하얏트호텔 신규 골목길 레스토랑 가격정책 공감 어려워

호텔 정체성 유지와 대중들 공감 느낄 수 있는 지점 찾아야

인간은 살아온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문화를 습득하며 살아간다. 매일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자란 사람은 그것이 일반 가요처럼 들리게 마련이다. 세계 고급 커피들의 미묘한 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믹스커피로도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아비투스’라는 개념을 통해 개인의 문화적 취향과 소비 성향은 후천적인 사회적 위치와 자라온 환경 등을 근간으로 길러진다고 말했다.

며칠 전 서울 용산구 남산자락 꼭대기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호텔 기자 간담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하 1층에 4개의 레스토랑을 하나의 골목길 콘셉트로 만들었다며 기자들을 초대한 자리였다. 관계자는 “우리의 대결 상대는 호텔 내 다른 레스토랑이 아니라 이태원 인근에 경리단길”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가격 경쟁력을 강조했다. 호텔에서 보기 드문 저렴한 가격으로 새로운 소비자들의 니즈를 사로잡겠다는 의도였다.

이를 증명하기위해 각 레스토랑 셰프들은 저마다 가격을 공개함 자신있게 말했다. “푸아그라가 포함된 세트 요리를 1인당 10만원 중반대로 구성했습니다. 최소 다른 곳에서는 2인 기준 50만원 이상인 것을 감안한다면...” “ㅇㅇ와인을 대부분 호텔에서 180만원에 판매 중인데 우리는 미리 공급계약을 체결해 100만원대에 맛보실 수 있습니다” 관계자는 설명을 하며 진정 혁신적인 가격에 살짝 고무된 것 같았다. 그는 진심이었다. 몇몇 기자들의 눈이 커졌다. 놀라운 가격이긴 한가 보다 생각했다.

김영란법에 맞춰 조촐하게 시식코너를 가졌다. 예쁘게 놓인 작은 접시를 바라보며 ‘저 한 조각은 얼마일까’ 생각했다. 맛은 있었다. 짭조름한 소스와 함께 버무려진 새우가 입맛을 돋구었다. ‘애매한 시간에 점심도 굶어야 될 판인데 배를 좀 채워보자’ 싶었다. 대형 마트 시식코너에서 익히 갈고 닦은 실력이었다. 숙성된 쇠고기를 국내 하나밖에 없는 오븐에서 특제 소스로 마무리한 스테이크, 신선한 최고급 재료와 자체 개발한 토핑이 자랑인 초밥 등 셰프들의 정성이 깃든 요리를 감상하며 맛봤다. 몇 개는 입맛에 맞았고 몇 개는 그렇지 않았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했던가. 1년 365일 중 몇 끼나 이런 요리를 먹어 봤던가. 공감할 수 있는 요리보다 공감할 없는 요리가 많았다. 특히 방울토마토 반 토막에 소스를 버무린 요리는 공감 할 수가 없었다. 애피타이저로 보이긴 한데 맛이 너무 강했고 요리라고 하기에는 요깃거리가 못됐다. 몇몇 입맛에 맞지 않는 요리를 연거푸 맛보니 연신 자랑해 마지않는 저렴한 가격의 최고급 요리들로부터 고운 시선을 거뒀다.

하얏트가 자랑하는 가격 경쟁력이란 사실 ‘그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경쟁력이다. 여기서 그들이란 실제 호텔을 꽤나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저렴한 가격에 매일 오는 단골이 생길 정도’로 최고급 요리를 반값인 10만원 중반대에 즐길 수 있는 사람들 말이다. 하얏트는 호텔 레스토랑을 소개하며 경리단길이 자신들의 경쟁상대라고 말했다. 사실 이 말은 모순이다. 호텔은 대중성과 차별화된 고급문화를 지향한다.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호텔로 발걸음을 하게 만드는 이유다.

때문에 하얏트가 말하는 ‘저렴한 가격’과 ‘경쟁상대 경리단길’이라는 말이 내게 묘한 폭력으로 들린 것이 사실이다. 물론 상대적이다. 하지만 몇 번 가봤던 경리단길 음식점들도 내게는 그리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얏트는 세계 최고급 호텔 브랜드 중 하나다. 그들이 이번 골목길 콘셉트의 레스토랑을 어떤 의미로 말하려고 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그들만의 세계를 눈이 동그랗게 떠질 만큼 공감할 수 없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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