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 03 | 29
4.8℃
코스피 2,745.82 9.29(-0.34%)
코스닥 910.05 1.2(-0.13%)
USD$ 1351.0 0.0
EUR€ 1457.5 -5.3
JPY¥ 892.4 -0.3
CNY¥ 186.0 -0.2
BTC 100,853,000 1,092,000(1.09%)
ETH 5,083,000 13,000(0.26%)
XRP 894.9 9.3(1.05%)
BCH 825,400 39,300(5%)
EOS 1,585 44(2.86%)
  • 공유

  • 인쇄

  • 텍스트 축소
  • 확대
  • url
    복사

[이소라 기자의 인사이트] 한미약품에 '실패 낙인' 대신...

  • 송고 2016.10.07 00:32 | 수정 2016.10.07 06:45
  • 이소라 기자 (sora6095@ebn.co.kr)

최근 5년간 R&D 6300억원 투자, 국내 제약산업 인식 바꿔

도덕성 흡집에 수십년 신약개발 노력 물거품 되서는 안돼

ⓒ

#60년대 후반 지친 기색이 역력한 여인 한 명이 약국 문을 열고 들어선다. 여인은 민망한 듯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자신의 애처로운 상황을 약사에게 설명한다. 그녀는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이가 들어서지 않아 시댁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이 약국은 불임 여성들에게 입소문이 나있었다. 임신에 효과가 좋은 약을 팔았기 때문이다. 여인은 약 덕분인지 고민을 풀어놓으며 마음의 병을 치유해서인지 그 해 아이를 가졌다. 수십년이 흘러 장성한 아이는 이제 어엿한 두 자녀의 아버지가 됐다.

위 내용은 과거 종로에서 성병과 불임에 효과가 좋은 약으로 유명했던 한 약국을 둘러싼 일화를 재구성한 것이다. 후진국 환경에서 남들보다 앞선 발걸음을 보여주던 이 약국은 훗날 한해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서는 대형 제약사 '한미약품'으로 성장하게 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총 6건, 8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글로벌 업체들은 앞다퉈 한미약품의 기술을 사들였다. 토종제약사가 전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기대감에 국내 제약산업은 유례없는 新부흥기를 맞고 있다.

동네약국에서부터 시작해 덩치를 키우는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던 한미약품이다. 약을 만드는 기술이 없어 남의 제품, 이른바 제네릭(복제약) 상품만 열심히 팔았다. 번 돈은 그대로 신약을 개발하는데 쏟아부었다. 부도설까지 나돌 정도로 유동자산 비율은 형편없이 떨어졌다.

그렇게 최근 5년간 투자한 R&D 비용만 무려 6300억원. 중견제약사 한 해 매출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R&D 1등' 한미약품의 행보는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연구개발 욕구를 자극했다. 평균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R&D 투자 비율도 올해 두 자릿수로 껑충 뛰어올랐다.

'성공신화의 아이콘' 한미약품은 최근 일주일 창립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기대를 모았던 폐암신약 '올리타정'은 부작용 논란에 휩싸였고,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은 8500억원짜리 대형계약이 깨졌다. 고의적으로 악재공시를 늦춰 주주들의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으로 '도덕성'마저 흠집이 났다.

한미약품은 "대한민국을 신약 강국으로 만드는데 앞장서 온 당사를 부디 다시 한번 믿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모럴해저드 공시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도 모든 배경을 해명하며, 금융당국과 검찰의 조사에도 적극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한미의 '8조 대박' 이후 벌써 다수의 제약사가 미국 및 유럽 유명 제약사 기술수출 논의를 진행하며 '포스트 한미'를 꿈꾸고 있다. 한미약품이 'R&D'의 중요성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신약개발은 언제까지고 글로벌 업체들의 공으로 남아있었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잘못을 하면 부모는 회초리를 든다. 훈계를 통해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준다. 신약강국을 향해 이제 걸음마를 떼고 있는 한미약품에게 실패자라는 가혹한 낙인을 찍기보다는 다시 한 번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해 보인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황

코스피

코스닥

환율

KOSPI 2,745.82 9.29(-0.34)

코인시세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비트코인캐시

이오스

시세제공

업비트

03.29 06:23

100,853,000

▲ 1,092,000 (1.09%)

빗썸

03.29 06:23

100,798,000

▲ 1,289,000 (1.3%)

코빗

03.29 06:23

100,730,000

▲ 1,115,000 (1.12%)

등락률 : 24시간 기준 (단위: 원)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