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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의 산산조각 産山造閣] 낙하산 인사와 금융산업의 성패

  • 송고 2016.09.25 13:02 | 수정 2016.09.26 08:40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연합뉴스

ⓒ연합뉴스

수년 전의 일이다. 한 공공기관의 수장을 만났을 때다. 당시에는 낙하산 인사가 한 기관의 수장으로 자리 잡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아니 공식화된 상황이었다.

그는 상당기간 공직에 몸 담아온 관료 출신으로, 권력과의 친밀도를 높이려는 일부 민간기관으로부터 높은 환영을 받는 존재였다.

동종업계 내 다수 기관과 경쟁해 온 그 기관은 자신들의 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관(官) 출신 낙하산 인사에게 조직의 명운(命運)을 걸었다.

형식적인 대화를 이어가던 기관장은 술이 몇 순배 돌자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나는 이 조직 기관장으로 적합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내가 내정됐을 때는 노조도 반대하지 않았다. 내가 관에 있을 때 이곳 업무와 관련해서 20년 넘게 하지 않았나"며 인사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임기 동안 그를 지켜본 필자는 조직 발전을 위해 그만큼 열심히 뛴 기관장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A부터 Z까지 구석구석까지 업무의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고, 문제 발생 시 이를 해결할 방안을 결정하는 전문가였다. 아울러 적재적소에 인물을 배치하는 용인술도 훌륭했고 조직력도 탁월하게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관을 설득하는 능력과 힘은 놀라울 정도였다. 실력으로 검증된 인물이니 풍부한 근거와 논리로 갖고 당국과 마주했다. 판단력도 뛰어나 고도의 수 싸움에서도 지지 않았다.

특히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방면에 걸쳐 형성된 그의 인맥은 '인간관계의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 높은 금융권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게다가 사람의 마음을 끌어 들이는 매력도 있었다. 대화할 때마다 지루하지 않고 웃음을 선물했다. 풍류도 아는 멋쟁이였다. 그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출입기자와 업계, 당국 관계자들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즉 인생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어찌 보면 관가에서도 그만한 적임자가 없다며 그의 낙하산 인사 자리를 챙겨준 것도 당연했을 것이라 유추해 본다.

그러나 필자는 술자리 말미에 무엇인가 마뜩찮았다. 존재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스스로를 조직에 적합한 수장이라며 '셀프 PR'하는 그의 모습은 불편하게 다가왔다.

그날 그의 모습은 필자에게 '인정욕구를 만들어낸 상벌제에 의존해온 당국자→당국에서 상으로 마련해준 낙하산 수장직→그가 달고 있는 낙하산 기관장 꼬리표→"왜 내가 선택받았는지"를 알려주기 위한 셀프 마케팅'으로 정리됐다.

낙하산 인사는 '전관예우' 차원의 공직자 사회에서 선후배간 서로의 자리를 챙겨주자는 '친절'에서 비롯된 잘못된 관가 문화다. 폐해다.

처음에는 고맙던 그 '친절'이 감지덕지 하다. 그 이후에는 ‘친절’과 '특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점차적으로 그 특혜는 마땅히 누려야 할 정당한 권리처럼 느끼게 된다.

달리 말하면 금융 선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수많은 금융권내 인재들이 정권 교체기 때마다 야인이 돼 흩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낙하산 인사로서 한 기관장의 수장이 될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택받은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다. 그 들만의 리그가 있다.

정치권과 매우 밀접한 지인은 "낙하산 아무나 못합니다. 대부분 출신 성분이 좋고, 기본 인품과 역량도 갖춘 데다 인간관계가 상상을 뛰어넘죠. 그렇다보니 낙하산은 (낙하산으로라도) 요직에 간 것을 자기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자부심이 강합니다"면서 "그러니 아무리 여론의 강한 질타가 있어도 그 자리를 꿰차고 들어가 임기동안 꿋꿋이 버틸 수 있는 거죠"라고 말했다.

정부에 충성을 맹세했던 낙하산 인사가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최근 서별관 회의에서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의 자금 투입과 관련해서) 2015년 10월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당시 최경환 부총리, 안종범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으로부터 정부의 결정 내용을 전달받았고, 당시 산업은행은 들러리였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는 이너서클에 속하지 못한 자신의 소외감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으로, 정치논리에 경제논리가 놀아나는 실정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또한 대외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무려 4조3000억원이 들어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투자위험관리 부총재직(CRO)도 허공에 날아갔다. 정부 입맛에만 맞춘 인사가 가져온 비극이자 참사란 평가가 많다.

낙하산 출신과 내부 출신 기관장 모두를 직접 모신 적 있는 한 관계자는 두 리더의 차이점을 '조직을 내 사람, 내 일처럼 생각하는 가'라고 했다.

그는 "낙하산 출신의 수장은 임기 3년간 정부와의 더욱 끈끈한 관계와 인맥 형성에만 몰두했다면, 내부 출신의 기관장은 조직의 살림살이와 직원교육, 주요 현안을 자신의 사업처럼 챙기는 등 조직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고 술회했다.

한국 금융 산업은 정치금융이라는 구조적인 환경에서 비롯됐다. 정부의 낙하산 인사는 정부와의 관계에서는 기여할지 모른다. 하지만 과도한 지배욕을 드러내며 금융선진화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오곤 했다.

특히 외환위기, 신용카드 사태와 부동산 버블, 저축은행 영업정지, 신용카드 개인정보 사태 등 그 동안의 금융 참사의 중심에는 언제나 정치금융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정치는 자발적인 금융개혁을 표방하면서도 정작 불행의 씨앗을 뿌린다. 과거와의 단절도 약속하지 않는다.

특히 금융업은 자본과 경험, 인재가 자산이 되는 지식 기반의 산업이다. 낙하산 인사를 포함한 정치권력은 금융업을 마치 전리품처럼 여기고, 그 들끼리 이곳저곳의 자리를 배분해 나눠가지는 구태를 반복했다. 낙하산 출신의 인사가 조직의 주군임과 동시에 ‘기생수’로서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일도 많았다. 또 정권이 교체되면 은행장이 바뀌고, 이들 역시 새로운 낙하산에 의해 쫓기듯 떠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 때만 금융기관에 취업한 공직 출신자가 204명에 이른다고 한다. 현재 학자 출신인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한국거래소의 후임 이사장에 내정됐다는 설이 파다하다. 이를 시작으로 신용보증기금,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보험개발원 등 ‘낙하산 공습’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게 금융 산업에 대한 이해와 노하우다. 개별 국가와 금융기관 스스로가 실정에 맞추고, 쌓아온 경험을 통해 창출해야만 하는 첨단 지식산업이다.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투명하고 치열한 검증을 통해 전문성과 통찰력으로 ‘금융 백년대계’를 이끌 수장을 발굴해야 한다.

정부는 낙하산 인사 역시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용단을 내리고, 해결해야 한다. 금융업계 내 수장직이 더 이상 낙하산들이 마땅히 누릴 권리인 것 처럼 제공돼선 안 된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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