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도박…죄악株의 달콤한 유혹

송고 2016.09.23 17:35 | 수정 2016.09.23 17:35
이경은 기자 (veritas@ebn.co.kr)

과점적 지위 기반 안정적 성장·고배당 성향으로 투자매력 부각

강원랜드(카지노), KT&G(담배) 등 죄악주, 수익률·배당성향 높아

'1900년 미국 담배 회사를 1달러에 매수하고 배당금까지 재투자했다면 115년이 지난 후 그 가치는 628만 달러(약 69억원)에 이른다'고 지난해 2월 파이낸셜 타임즈는 보도했다.

영국 비즈니스 스쿨의 금융 고고학 연구진이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딧 스위스의 의뢰를 받고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술과 담배 등 '죄악주(Sin Stock)'가 1900년에서 현재까지 가장 뛰어난 투자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카지노 업장ⓒ연합뉴스

술, 담배, 도박은 대표적인 죄악산업이다. 중독성을 갖고 있고 만약 중독된다면 개인의 건강을 해치고 평범한 일상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윤리적 흠결을 제외하고 투자가치로만 판단하면 죄악산업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성, 높은 배당성향으로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카지노 전문업체 강원랜드는 전날보다 0.51%(200원) 올라 3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주만 3.51% 올라 주간 코스피 상승률(2.73%)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강원랜드, GKL(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 운영), KT&G(담배), 창해에탄올(주정사업) 등은 대표적인 죄악주로 과점적 위치와 배당수익률로 투자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김윤오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과점적인 지위를 잘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죄악산업에서의 과점은 이익창출능력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두텁게 형성된 진입장벽, 출혈을 지양하는 동종업체간 경쟁은 안정적이고 꾸준한 이익의 원천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업계의 특성상 성장성이 높지는 않아도 성장여력을 갖추고 있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이는 구속성 있는 수요에 기반한 것이며, 죄악산업이 제공하는 재화와 서비스에 부과되는 세금의 인상이나 품질 제고를 통해 수익성이 올라갈 수 있다"며 "따라서, 해당 기업의 이익도 이에 비례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죄악산업의 또 다른 장점은 주주친화적이라는 점이다. 업계 선두 기업이 과거에는 국영기업으로 공공성을 인지하고 있고, 따라서 민영화 취지에 부합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을 꾸준히 실행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을 갖고 있는 죄악주의 실제 수익률을 보면 KT&G의 경우 지난 1999년 10월 상장 후 배당금을 합산한 수익률은 연간 9.5%로 집계됐다. 2001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해 2003년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간 강원랜드도 2003년 이후 배당금을 합친 수익률은 276%로 연평균 10.7%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7.9%)을 웃돌았다.

높은 배당 성향 또한 투자매력으로 꼽히고 있다. 강원랜드는 2010년 이후 40~50%에 이르는 배당성향을 꾸준히 보였고 KT&G도 2013년 70.6%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김 연구원은 "죄악산업의 안정적인 성장과 주주 우호적인 정책은 저성장이 고착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투자 매력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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