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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빅 자이언트와 스몰 자이언트

  • 송고 2016.09.01 08:34 | 수정 2016.09.01 09:07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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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장 쉽게 회사를 만들 수 있는 창업 천국이다. 젊은이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이 창업으로 연결되도록 나라가 팔을 걷어 붙이고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책 면에서는 '요즈마 펀드'의 기여도가 크다. 이스라엘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조성한 요즈마 펀드는 1990년대 초 2억달러로 출범해 현재 30억달러(한화 3조3540억원) 규모로 성장한 대표적인 창업 펀드다. 수백 개의 신생기업을 지원하면서 성장을 북돋았고 이스라엘 경제가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영국과 아일랜드, 홍콩 등은 기존 금융 산업도 발달한 가운데 핀테크 산업 육성에도 가장 적극적인 나라다. 기존 금융업 종사자뿐만 아니라 정보통신(IT) 인력까지 흡수할 수 있는 신사업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타국의 핀테크 업체가 자국으로 건너오도록 세금 혜택 등 여러 가지 당근책을 제시하며 해당 산업이 자국에서 꽃피우도록 유인한 것이 주효했다. 다른 나라가 스몰자이언트(Small Giant)를 키워내는 방식이다.

반대로 한국은 이들 나라와 달리 빅 자이언트(Big Giant)의 천국이요, 재벌 공화국이다. 성장 시대를 거친 수십 년 간 나라의 성장전략과 자원이 오로지 대기업에 집중된 탓이다. 그 결과 대형 증권사의 과실 독점과 중소사와의 양극화 확대, 다양성 부재, 창의·도전정신 결여라는 심각한 후유증을 낳았다. 그렇다고 빅 자이언트가 활발히 배출되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미래에셋대우를 인수해 창업 19년 만에 국내 1위 증권사가 된 미래에셋증권이 기대해볼 만하다. 이같은 성공도 양질의 정책 토양보다 창업자의 남다른 도전 정신과 강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중소 증권사가 시장 지배력이 공고한 대형사가 경쟁해 독자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구조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초대형 IB 육성안도 덩치 큰 '빅 자이언트' 증권사 몇개를 키우는 데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준은 3조원, 4조원, 8조원으로 나눠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허용되는 업무를 조금씩 가져가는 것인데 증권업계에서는 '내용은 그럴싸하지만 큰 도움은 안 된다'는 시큰둥한 반응을 내놓는다. 스몰 자이언트보다 빅 자이언트에 집중된 방안인데다 시장에서 언급됐던 법인지급결제 허용이나 예금자보호상품 허용 등의 규제 완화는 제외돼 기대치에 영 못 미친다는 불만도 내놓는다.

자기자본 3조, 4조원을 향해 대규모 증자를 할 만큼의 메리트 있는 규제 완화방안인지도 모르겠다는 지적이다. 다자간 비상장주식 매매, 중개업무나 부동산 담보 신탁 등 신규 업무의 경우 추가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지만 대규모 자본을 확충할만큼의 인센티브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시장 현실을 모르는 책상머리 정책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자기 자본만 많다고 좋은 증권사일까. 중소형 증권사가 스몰 자이언트나 중견그룹으로 크지 못하는 이유는 대형사의 승자독식 구조가 강고한 데다 한 번 실패하면 패자부활전이 불가능할 정도로 사업 기반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NCR이 높다고 좋은 증권사인 것도 아니다. 능동적인 투자처 발굴없이 자본만 쌓아두고 이익을 못내는 증권사도 여럿이다.

당국은 외국의 '스몰 자이언트' 증권사의 성공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 기반의 위탁매매업 중심에서 자산관리업으로 수익구조를 전환한 미국 찰스슈왑(Charles Schwab), 자문 수익이 전체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린힐(Greenhill)은 단일업무 특화해 성공한 작은 증권사다. 찰스 슈왑은 독립 투자자문 업자(IFA)를 활용해 포트폴리오 자문 서비스를 확대, 자산관리 수익 비중이 1991년 9.5%에서 2013년 42.6%로 급성장했다. 그린힐은 IB업무만을 영위하며 그 중에서도 자문서비스만 제공해 성장한 증권사다. 경쟁력 있는 특정 영역에 집중할 경우 중소형 증권사들에게도 성공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자본력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투자처 발굴에 뛰어드는 '능동성'과 '변화 의지'에도 주목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투자 상품에 투자할 기회가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콘텐츠를 개발, 발굴하는 증권사의 도전정신도 필요하다.

이같은 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도록 금융당국은 덩치를 키우고, 투자를 늘리라고 증권사를 닦달할 게 아니라, 스몰 자이언트가 나올 수 있도록 증권업 환경부터 바꿔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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