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 03 | 29
7.8℃
코스피 2,745.82 9.29(-0.34%)
코스닥 910.05 1.2(-0.13%)
USD$ 1349.5 -1.5
EUR€ 1458.5 -4.3
JPY¥ 891.8 -0.9
CNY¥ 185.8 -0.4
BTC 101,025,000 1,624,000(1.63%)
ETH 5,083,000 35,000(0.69%)
XRP 885.1 3.4(0.39%)
BCH 824,200 52,300(6.78%)
EOS 1,515 20(-1.3%)
  • 공유

  • 인쇄

  • 텍스트 축소
  • 확대
  • url
    복사

[김지성 기자의 流통발] 이인원 롯데부회장 자살 '음모론에 부쳐'

  • 송고 2016.08.29 06:00 | 수정 2016.08.29 08:12
  • 김지성 기자 (lazyhand@ebn.co.kr)

김지성 생활경제부 유통팀장ⓒ

김지성 생활경제부 유통팀장ⓒ

"천천히 올라가는 계단을 어느새 65층까지 올라왔다/엘리베이터가 드물었던 시절부터 한걸음 두걸음 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오를수록 시야는 차츰 넓어져서 내가 살던 곳과 달려온 길이 까마득히 발아래 내려다 보인다"(김광규의 '시간의 부드러운 손' 중에서)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정책본부장)은 1947년생이다. 김광규 시인의 표현대로라면 인생의 계단을 69층까지 올랐다. 그만큼 시야가 넓어졌을 테고, 그가 달려온 길도 까마득히 발아래 내려다 보였을 것이다. 이 부회장은 롯데라는 계단만해도 43개 층을 올라왔다. 그리고 최근 삶을 스스로 끝냈다. 롯데맨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이 부회장의 선택을 두고 음모론이 횡행하고 있다. 음모론의 뼈대는 "정말 자살이냐"는 것이다. 롯데그룹이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은 상황이고, 본인도 검찰 수사 직전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죽기 하루 전날까지도 여느 때처럼 사무실로 출근해 검찰 수사를 대비했고, 퇴근 길에서는 동료들에게 "내일 보자"고 말했던 것이 알려지면서 음모론에 힘이 실렸다.

더군다나 이 부회장은 교회 장로로 활동할 정도의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기독교에서는 자살을 금기시한다는 점까지 더해서 죽음의 배경에 대한 지레짐작의 말들이 전동기를 둘러싼 코일처럼 롯데그룹을 휘감았다. 부검까지 한 경찰이 "전형적인 자살 사건"으로 결론을 냈지만 말들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사람들은 "왜"라는 질문에 답을 찾고 싶어 한다. "왜 자살을 했을까".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2인자이자 국내 최장수 전문 경영인으로, 소위 성공한 사람이었다. 부러움의 대상이다.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압박이 됐다고 하더라도 그는 오너일가도 아니다. 부분적인 책임은 있을지라도 직접적인 혐의의 당사자도 아니었다. "왜"라는 질문에 똑 떨어지는 답을 찾지 못하면서 말들이 시작됐다.

하지만 자살한 이를 두고 "왜"라는 것은 애초에 답을 구할 수 없는 질문이다. '자살의 문화사'에서 게르트 에슐러는 "충분히 숙고한 뒤에 그야말로 자유의지로 자살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가족, 친척이나 동료들은 '왜 자살을 해야만 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썼다. "슬픔과 고통을 느끼기는 하지만 동정과 이해는 불가능하다. 사람들이 자살하려는 이유는 대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게 수천년간 다양한 문화권에서의 자살을 연구한 게르트 에슐러의 결론이다.

물론, 안톤J.L.판호프의 지적처럼 "상류층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낭패를 봤을 때 그것을 자기탓으로 돌리고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열패감에 빠져 자살하는 경향이 있다"거나, 에밀 뒤르켐의 분석처럼 "사회는 강하게 결속되어 있으면 구성원을 의존하게 만들고 그들 각자에게 임무를 부여하는데, 결국 그들은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음으로 저항한다"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타인의 자살을 앞에 두고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아, 그랬겠구나"라고 이해를 해 보려는 것은 산 자의 몫이기는 하다. 다만 자신이 만족할만한 답을 구하지 못했다고 해서 고인의 선택 자체에 대해 확인할 수 없는 추측들을 사실인양 떠벌리는 것이 타인의 죽음을 대하는 자세는 아닐 것이다.

게르트 에슐러는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자살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결정에 괴로워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 뿐이다"라고 적었다. 모든 죽음은 뜻밖의 일이다. '괴롭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 부회장의 선택을 인정하고, 고인의 명복을 비는 것이 지금은 산 자가 할 수 있는 거의 전부일 것이다. 한 사람의 죽음을 대하는 사람 노릇의 출발이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황

코스피

코스닥

환율

KOSPI 2,745.82 9.29(-0.34)

코인시세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비트코인캐시

이오스

시세제공

업비트

03.29 01:38

101,025,000

▲ 1,624,000 (1.63%)

빗썸

03.29 01:38

100,936,000

▲ 1,747,000 (1.76%)

코빗

03.29 01:38

100,985,000

▲ 1,838,000 (1.85%)

등락률 : 24시간 기준 (단위: 원)

서울미디어홀딩스

패밀리미디어 실시간 뉴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