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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올해 임단협은 길어질 겁니다”

  • 송고 2016.08.19 06:00 | 수정 2016.08.19 06:33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BN

ⓒEBN

“우리의 요구는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고용을 보장해달라는 것입니다. 회사의 실적이 악화된 이유가 열심히 일한 근로자한테 있는 것은 아닌데도 사측은 무조건 직원을 줄여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요.”

올해 임단협 협상 전망을 묻는 기자에게 돌아온 노조 관계자의 대답이다.

극심한 경기침체와 실적악화로 인해 수주잔량 기준 글로벌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빅3’도 사상 최대의 시련을 맞고 있다.

호황기 당시 400척을 바라보던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수주잔량은 80여척으로 급감했고 상선시장 불경기를 극복하고자 의욕적으로 도전했던 해양플랜트 시장은 수조원대의 손실로 돌아왔다.

2600억원의 위로금이 정든 조선소를 떠나야만 하는 근로자들에게 지급됐다. 초등학생부터 1년에 1000만원 가까운 학비가 들어가는 대학생을 자녀로 둔 40~50대 아버지들이 불경기와 회사의 경영위기를 이유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적게는 10여년, 많게는 20년 이상을 조선소에서만 일하던 아버지들이 다른 조선소에 들어가는 것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빅3에서 근무했다는 경력을 앞세워 어렵지 않게 중소조선소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이미 옛날 얘기가 됐다.

“직장이 전쟁터면 밖은 지옥이다.” 드라마로도 제작돼 화제를 일으켰던 만화 ‘미생’에 나오는 대사다.

인력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전쟁터에 남게 된 근로자들은 지옥으로 떠나보낸 근로자가 하던 몫의 일까지 떠안아야만 한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남은 자는 남은 자대로, 떠난 자들은 떠난 자대로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의문부호가 더욱 강하게 새겨지고 있다.

“밤샘근무와 주말근무를 마다하지 않으며 열심히 달려온 저는 잘못된 길을 선택했던 걸까요? 아파트 경비를 지원하려 해도 50대는 나이가 젊어서 안받아준다더군요.”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각 조선소 노동조합은 다른 것을 모두 포기하더라도 회사가 지옥으로 떠나보내려는 동료들의 발길을 전쟁터로 되돌려야만 한다. “열심히 일만 해온 근로자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확고한 명분도 있다.

사측은 사측대로 부족한 운영자금을 대출받기 위해 은행의 요구사항을 들어줘야만 한다. 모든 은행들은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대출 뿐 아니라 선수금환급보증을 받아야 하는 조선소에게 은행은 ‘슈퍼갑’이다.

“임금협상은 노조와 사측이 제시한 인상률을 두고 줄다리기하다 현실적인 수준에서 타협을 하면 되는 거잖아요. 하지만 3000명의 조합원을 내보내야 한다는 채권단의 요구가 2000명으로 줄어든다고 한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노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올해 노사협상은 해를 넘기더라도 절충안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에요.”

현재 조선업계는 지난 1997년 수많은 아버지들을 지옥으로 내몰았던 IMF 구제금융 당시를 방불케 하는 잔인한 시절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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