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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기자의 流통발] 권장소비자 가격을 권장 한다

  • 송고 2016.08.15 06:00 | 수정 2016.08.22 15:40
  • 김지성 기자 (lazyhand@ebn.co.kr)

김지성 생활경제부 유통팀장ⓒEBN

김지성 생활경제부 유통팀장ⓒEBN

동네 슈퍼마켓에서 '반값 아이스바'가 사라지고 있다. 롯데제과·빙그레·해태제과·롯데푸드 등 빙과 4개사(빙과 시장의 7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가 아이스바 제품에 권장소비자가격을 표기한 제품의 납품을 이달 초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빙과업계는 "가격 결정권을 가진 일선 소매점이 빙과제품을 미끼상품으로 내세워 수시로 할인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시장구조가 왜곡되고 실적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빙과업계는 2012년 오픈프라이스(권장소비자가격 표시 금지 제도)의 대상이 됐다가 이듬해 다시 '권장가' 표기가 허락되는 등 혼란이 있었다. 권장가 표기가 부활됐지만 이전처럼 강제성은 없었다. 결국 빙과류의 상시 할인체제가 고착되면서 실적은 악화되는 양상이다. 빙과 4개사의 지난달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7%대 하락했다.

가뜩이나 인구구조 변화로 빙과류의 주요 소비계층인 아이들은 줄고, 대체 상품은 늘어나 절대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게 빙과업계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손해를 보면서 팔수는 없으니 욕을 먹더라도 '제 값을 받아야 겠다'는 주장에는 절박감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의문이 일었다. '시장구조의 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빙과업계의 주장과 행보를 인정한다고 해도 "왜, 대형마트 등이 아닌 동네 슈퍼마켓만이 납품가 인상 대상인가"라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빙과 4개사는 권장가 표기 제품 납품과 함께 아이스바 제품의 납품가도 200원대에서 400원대로 2배 인상하기로 했다. 납품가 인상은 개인 수퍼마켓에 대해서만 적용됐다.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와 같은 기업형슈퍼마켓(SSM), 편의점 체인에 대해서는 종전 납품가를 유지했다.

대형마트와 SSM은 '70% 이상 할인, 묶음할인' 등 빙과류의 '미끼상품화'에 앞장을 서고 있는 유통채널이다. 과도한 상시할인으로 시장 왜곡이 일어났다는 진단에 근거한다면 납품가 인상의 대상에서 대형마트 등이 빠진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대형마트 등의 바잉파워가 동네 슈퍼마켓에 비해 월등하니 제조사 입장에서 이들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다는 것은 이 같은 의문에 대한 손쉬운 대답이 된다.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생각하면 제조사는 '가격 할인'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오히려 주목해야 한다. '가격과 할인의 본질'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면 그렇다.

권장가 표기는 대형마트에 비해서 상대적 약자인 동네 슈퍼마켓의 빙과제품의 할인 폭을 결과적으로 제한해 '가격 차별화'를 극대화시킨다. 같은 아이스바를 동네 슈퍼마켓에서 살 때와 대형마트에서 살 때, 그리고 편의점에서 사는 경우의 가격이 달라진다. 기업이 이익을 높일 수 있는 '가격 차별화'의 확대다.

기업이 가격 차별화를 꾀하는 근본적인 배경은 '돈이 많거나 또는 적은, 그러니까 거의 모든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서'다. 기업은 다양한 가격대를 제시해 같은 상품이라도 많은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이들에게는 비싸게 팔고, 적은 돈을 지불할 의사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싸게 파는 방법을 촘촘하게 그물로 엮어 놓고 소비자를 기다린다.

또 가격 차별화는 소비자들이 제품의 가격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할인이 상시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상품 가격이 고정적이라면 가격에 둔감한 소비자들조차도 어디에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대형마트 등은 상품 가격을 일률적으로 높거나 낮게 고정시키기보다 들쭉날쭉하게 책정하는 편을 선택한다.

가격 할인의 무작위적인 패턴은 가격 인상의 무작위적인 패턴으로 이어지기 쉽다. 경제학자들은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가격을 조금 올리는 것보다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가격을 크게 인상하는 것이 수익성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저항'을 할 수도 있지만, 예측 불가능한 가격 인상에는 별다른 '저항'이 어렵다. 가격 차별화의 마법이다.

결국 기업이 펼쳐놓은 가격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소비관(消費觀)'을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해진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불편한 소비'를 주문한다. 간단히 말해 물건을 '제 값을 주고 사자'는 것이다. 그는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거나 정도 이상으로 저렴하게 사려하지 말고, 적정량을 적정가에 사는 것이 당장 내게 손해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이익"이라고 주장한다. 가격 할인 등에 현혹되지 말자는 의미다.

물론 제조사에 의해서 표기되는 '권장가'가 정말 '제 값'인가를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표기된 '권장가'는 최소한 소비자들에게 가격을 인식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또 할인의 기준치가 분명해지면 합리적인 구매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판단 근거는 제시된 셈이다. 무엇보다 '가격 차별화'가 노리는 '가격의 함정'에 빠질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시장 구조 왜곡을 걱정하는 빙과업계가 대형마트 등에도 권장소비자 가격을 적극 '권장'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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