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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 기자의 부동산 이야기] '돈'보다 '삶'을 생각하는 아파트라면?

  • 송고 2016.08.11 06:00 | 수정 2016.08.11 14:54
  • 신상호 기자 (ssheyes@ebn.co.kr)

입지가 우선인 아파트, 아파트 설계는 사실상 뒷전

삶의 패턴 좌우하는 아파트 설계, 전문가 참여하는 큐레이션 아파트 주목

EBN 생활경제부 신상호 기자

EBN 생활경제부 신상호 기자

아파트 살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입지입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술 더 떠 첫 번째도 입지, 두 번째도 입지, 세 번째도 입지라고 말합니다. 당연한 말입니다. 아무리 좋은 설계를 적용하고, 고급 자재를 들여 시공한 아파트라도 입지가 황량한 벌판이라면 100년을 기다려도 찾는 사람이 없을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아파트라는 상품이 '부의 증식'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우리나라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지금 주택을 구매하는 30~50대 계층에게 입지 좋은 아파트는 든든한 노후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파트를 분양하는 회사들도 분양하면 가장 먼저 입지부터 따지기 마련입니다. 수요자도 마찬가지죠. 상대적으로 아파트 내부 설계나 동선 등 실제 생활하는 요소들은 결정적인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기자는 최근 건설사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수천번 지어봤을 텐데, 생활을 고려한 인상적인 설계나 디자인을 갖춘 아파트는 없는 것 같다"고 하자 "설계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하고, 열심히 해도 잘 알아주지 않는 게 국내 여건"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아파트 내부구조와 설계는 입주민들의 대략적인 동선과 생활 패턴을 결정합니다. 입지는 부의 가치를 결정하지만, 삶의 질은 '설계'가 중요한 잣대가 됩니다. 입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분양시장의 모습은, 달리 보면 '부'를 위해 '삶의 질'을 희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요즘엔 이런 부분에서 조금씩 변화가 감지됩니다. 삶의 동선까지 세심하게 신경쓰려고 노력하는 아파트들도 나옵니다.

한양이 청라에 분양하는 청라 한양 수자인레이크블루가 '큐레이션 아파트'고 해서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보통 아파트 설계는 건설사 설계팀이 참여합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설계는 설계팀은 물론 각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했다고 합니다.

참여한 전문가들도 해당 분야에선 이른바 '네임드'들입니다. 수납공간 설계에는 한국정리수납협회 정경자 협회장, 조경은 아침고요수목원 한상경 대표, 피트니스엔 방송에서도 익히 알려진 숀리 씨가 참여했습니다. 스마트홈 서비스를 위해선 SK텔레콤이 함께했다고 합니다.

과거에도 일부 설계에 전문가들이 참여한 아파트들은 있었지만, 이렇게 대대적으로 각 분야 전문가가 설계에 참여한 건 업계에선 최초가 아닐까 합니다.

청라 한양 수자인레이크블루의 신발 수납장. 신발장의 하단은 물에 젖은 신발을 말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한양

청라 한양 수자인레이크블루의 신발 수납장. 신발장의 하단은 물에 젖은 신발을 말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한양

수납장에 적용된 설계를 보면, 현관 신발장엔 건조형 신발 수납장을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비에 맞아 젖은 신발이나 땀에 젖은 등산화를 말릴 수 있도록 별도의 수납장을 만든 겁니다.

주방에도 퀵선반을 설치해, 주부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설거지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신발장과 드레스룸도 같은 공간인데 더 많은 옷과 신발을 보관할 수 있도록 공간을 조율했다고 합니다.

조경도 단순히 공원 의자 몇 개 만들고, 나무 몇 그루 달랑 심어놓는 것이 아니라, 아침고요수목원의 디자인 컨셉을 적용한 조경 시설을 만든다고 합니다. 숀리 씨가 설계하는 피트니스 센터는 어린 자녀는 물론 어르신까지 모든 가족들이 편리하게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기구 배치와 이동 동선을 짠다고 합니다. 사소한 것이지만 실생활에는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띕니다.

물론 아파트 설계에 각 분야의 전문가를 참여시켰다고 하더라도 아파트 분양 성적에는 큰 영향 없을 겁니다. 이 아파트의 성적도 냉정하게 입지로 갈릴 겁니다. 달리 생각해보면, 건설사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거칠게 말하면 돈 안 되는 것이죠)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배려한다는 점은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지어진 아파트는 수요자의 삶에 맞추기보단, 수요자가 아파트 설계에 맞게 삶의 패턴을 바꾸도록 강제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맞춤형 정장보단 기성복을 구입해 억지로 다이어트를 하는 우리네 삶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렇게 수요자를 생각하는 아파트 설계가 늘어난다면, 퍽퍽한 도시의 삶도 조금이나마 인간다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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