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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기자의 流통발]문 닫은 치킨가맹점, 문 여는 편의점

  • 송고 2016.08.01 06:00 | 수정 2016.08.22 15:40
  • 김지성 기자 (lazyhand@ebn.co.kr)

김지성 생활경제부 유통팀장ⓒEBN

김지성 생활경제부 유통팀장ⓒEBN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은 전형적인 베드타운이자 주택가이다. 두어 달 전 단독·연립주택들이 밀집해있는 길가 모퉁이에 L사의 S브랜드 편의점이 새로 문을 열었다.

평일 자정이 넘은 시각의 늦은 퇴근길, 가로등을 제외한 주변의 불빛들이 대부분 사라져도 편의점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어 반갑기는 했다. 이 자리는 이전까지 P브랜드의 치킨집 프랜차이즈가 5년 이상 영업을 했던 곳이다.

한 때 대한민국 자영업의 대명사였던 양념통닭집 자리에 새로운 대명사로 급부상한 편의점이 들어섰다. 일반적인 업태 변화가 고양시 한 주택가에서도 재현됐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릿세에 기대어 생활을 꾸려나가려는 또 한명의 영세자영업자의 출현이다.

이 편의점을 기준으로 반경 200m 이내에 다른 브랜드 편의점 두 곳이 자리를 잡고 있다. 나들가게 형식의 독립형 편의점 또는 수퍼마켓 수까지 더하면 모두 7곳의 생활잡화형 가게들이 500여 가구를 대상으로 경쟁을 하고 있다.

몇년 사이 대한민국 전역에서 문 닫는 가게가 속출하는 가운데 편의점 창업만은 늘고 있다. 편의점 3만개 시대이다. 업계 넘버 1, 2위인 CU와 GS25가 지난 6월 각각 1만점을 넘어섰고, 세븐일레븐도 9000여개로 1만점이 코 앞이다. 미니스톱과 위드미까지 더하면 전국의 편의점 수 4만개 돌파도 멀지 않았다.

"퇴직하면 통닭집이나 하나 차려야지"라는 말로 표현되는 창업아이템의 대표주자였던 치킨가맹점 수의 정점이 4만여개였다. 100여개의 브랜드가 난립하며 급성장했던 치킨가맹점은 4만여개까지 확장된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폐점 소식이 줄을 이었다.

반면 편의점은 지난 6월 한달 동안만 해도 1200여개가 늘었다. 전년에 비해 30% 가까운 급증세다. 편의점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다. 음식점이나 치킨집 유지가 어렵다는 건 상식이 됐다. 편의점은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특별한 기술이나 노하우가 없어도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임차비용을 제외하고 5000만원 정도면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의 장점은 경기를 덜 탄다는 점이다. 1~2인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편의점의 장점은 더 부각됐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편의점의 3년간 생존율은 85%에 달했다. 카페나 PC방의 폐점율이 70%에 육박하는 것과 비교하면 "해 볼만한 소자본 창업"이다. 그래서 남녀노소 모두 편의점 창업에 뛰어 든다. 올해 상반기 CU 편의점의 경우 오픈한 연령별로는 40대 점주(34%)가 가장 많았고, 30대(25%)와 50대(24%)가 뒤를 이었다. 점포의 10%를 60대 이상 고령층이, 7%를 20대 청년층이 경영하고 있었다. 또 현재 점주 가운데 절반 이상(54%)은 여성이었다.

편의점은 계속 성장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업계는 "그렇다"고 답한다. 원두커피·도시락·디저트 식품 등 새로운 카테고리의 성장이 계속 이뤄지고 있어서다. 편의점 본사 차원에서는 이 같은 진단이 맞다. 4대 편의점 본사기준 매출은 지난해 11조원에 달했다. 전년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새로 출점하는 편의점의 급증으로 개별 점주들이 '인건비 벌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편의점 본사 매출이 20% 이상 늘던 시기에 개별 점주들의 매출은 제자리 걸음을 했다. 출점이 더해지면 매출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치킨집이 4만개를 넘어서면서부터 폐점업체가 늘어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주교동 주택가에 문을 연 S브랜드 편의점은 50대 중반의 부부가 오전과 오후로 맞교대를 하며 운영한다. 아르바이트 학생 한명을 써서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는 일을 맡긴다. 장사가 좀 되느냐는 물음에 사장님은 "저녁에 맥주 한잔 하기 좋은 계절에 문을 열어서인지 '파라솔 효과'를 좀 봤다"며 "단골을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큰 아이 대학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5년 정도는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고 한 마디를 더 보탰다.

편의점 창업이 아직은 정점이 아니기를 바란다. 출퇴근길 불을 밝혀주는 이곳 편의점이, 사장님의 바람처럼 5년 이상은 견뎠으면 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단골이 될 자신은 없다.

앞서 그 자리를 지켰던 P브랜드 치킨집에도 1년에 한 두번 정도밖에 주문을 하고 말았더랬다. 언제든 배달 가능한, 브랜드가 많아서였다.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500㎖ 수입맥주 4캔을 골라 1만원을 결제할 때 사장님은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괜스레 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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