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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배가 무작정 좋았습니다”

  • 송고 2016.07.25 06:00 | 수정 2016.07.25 07:22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BN

ⓒEBN

“어릴 때부터 배가 무작정 좋았어요.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그냥 자동차가 좋다고 말하듯이 그렇게 배를 좋아했습니다.”

한 중소조선소에 근무하는 A 과장에게 조선소에 들어온 계기를 물으니 돌아온 대답이다. A 과장은 배가 좋아서 한 대학교의 조선공학과에 진학했고 이후 조선소에 취업하는데 성공했다. 어릴 때부터의 꿈을 이룬 것이다.

그런 이유에선지 A 과장을 따르는 후배들도 많다고 한다. 배가 좋아서 일에 매달리다보니 업무적인 성과나 일에 대한 열정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A 과장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B 대리의 설명이다.

올해 들어 A 과장은 고민이 많아졌다. 자신보다 뒤늦게 입사해 조선소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 어린 후배들을 바라보면 착잡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A 과장이 근무하고 있는 조선소도 올해 수주소식이 감감무소식이다. 2010년대 들어 비슷한 규모의 다른 중소조선소들이 힘없이 쓰러지기 시작했을 때도 주력선종에서 글로벌 선사들의 인정을 받으며 지속적인 선박 수주와 건조가 이뤄졌으나 올해는 힘겨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최근 들어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전 직원의 임금이 삭감됐다. 이전까지 임원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던 임금삭감이 이번에는 막내까지 적용됐다.

한 임원은 “솔직히 나의 경우는 아이들도 다 키웠으니 미안하지만 이제부터는 알아서 먹고살아야 한다고 아이들한테 말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얼마 되지도 않는 급여를 더 줄여야 하는 젊은 직원들이다. 미안한 마음 가눌 길이 없지만 현재 글로벌 경기 자체가 그런 상황이니 뭐라 위로해 줄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월급날 대리급 직원의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200만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조선소에서 몇 년간 근무하다 결혼할 사람이 생겼다는 B 대리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한때 대학생들 사이에 ‘대공생’이란 단어가 유행처럼 번졌다. 대기업 공장 생산직을 뜻하는 이 단어는 대기업 생산직에 취업하면 어지간한 사무직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으며 정년퇴직까지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대기업 생산직 취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생겨났다.

하지만 IMF 당시에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던 현대중공업이 2년 연속 희망퇴직을 단행한데 이어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글로벌 조선시장을 이끌고 있는 ‘조선빅3’가 모두 사무직에 이어 생산직 직원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 조선소가 이런 상황인데 중소조선소들이 위기를 겪지 않을 리가 없다.

한국 조선업계의 위기는 1970년대 오일쇼크 때도 있었고 2000년대 말 미국 금융위기, 이후 불거진 유럽 금융위기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는 이전 위기들과 다르다는 것이 B 대리의 걱정이다.

“이전까지는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젊은 친구들이 걱정을 했다고 하면 요즘은 업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어요. A 과장처럼 배가 좋아서 조선소 들어온 친구들도 있는데 조선업이라는 직업을 택한 것이 잘못된 결정이었나 하는 불안감이 생기고 있다는 겁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글로벌 수주잔량은 1억CGT 수준이며 이중 한국 조선업계가 보유하고 있는 일감은 25%에 달한다. 또한 수주잔량 기준 글로벌 상위 10개 조선소 중 한국이 1~3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5개 조선소가 ‘탑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해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로 인해 중소조선소 뿐 아니라 대형조선소들까지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무작정 배가 좋아서 조선소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 젊은 인재들에게 “조선업을 선택한 당신이 한국 산업의 미래를 위한 희망이다”라고 격려해주고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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