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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의 산산조각] 서별관회의와 금융위원회

  • 송고 2016.07.22 08:19 | 수정 2016.07.22 09:41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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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핏대를 세워서 세상이 바뀐다면 얼마나 좋을까. 진짜 개혁은 격렬한 구호로 실행되지 않는다. 외려 진정한 변화는 매우 느린 속도로, 거대한 흐름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고 나서도 사람들의 생각이 진짜 '공산주의'로 바뀌는 데에는 약 2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는 공산당 지도자들의 자술을 들여다봐도, 인간의 습성과 체제의 속성을 바꾸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가 있다.

서별관회의가 한때 토픽이 됐었다. 홍기택 전 AIIB 부총재가 산은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나는 허수아비였던 회의'라며 고발해 화제가 된 미팅이다. 참석자는 지금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최경환 전 부총리,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이다. 요지는 이 모임에서 산은 회장을 불러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4일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지원방안’이라는 제목의 서별관회의 문건으로 추정된 내용을 공개하면서 대중에 알려졌다.

밀실회의라고 비난 받고는 있지만 사실 서별관 회의는 각 부처 선발 투수들 간 소통의 방식 중 하나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청와대 경제수석과 금융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금융감독원장을 불러 주요 경제·금융 현안에 대한 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한다. 굵직한 커리어의 수장들이 지혜와 업력의 에센스를 교류한다.

서별관회의의 큰 장점은 '효율성'이다. 경제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정을 논할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서별관회의는 꽤 효과적인 소통의 장으로 활용돼 왔다. 서별관 회의가 1997년 김영삼 정부 때부터 자리잡아온 가장 큰 이유다.

과거 개발 시대에는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을 중심으로 경제정책이 일사불란하게 실행됐다. 지금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이 다른 입장과 현안으로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다. 중지를 모아 짜임새 있는 정책 질서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나라의 민낯, 정책의 현실을 한 곳에 모아 마주해야 한다.

밀실회의 폐단을 들어 서별관 회의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폐지가 답은 아니다”는 주장에 무게가 더 실리는 이유는 서별관 회의의 효율성과 실용성 때문이다.

어쩌면 역대 경제 수장들은 서별관회의를 통해 ‘가장 일다운 일’을 소화하고 지혜와 역량을 모았을 지도 모른다. 19년 역사의 서별관회의에서는 대북자금 지원논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검토, 테러상임위원회가 이뤄졌고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방안, 저축은행 구조조정, 가계부채 해결방안을 결정했다. 무엇보다 청와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결과를 보고하고 빠른 시간 내에 정책을 실행에 옮기는 데에도 탁월한 미팅이다. 대통령 혼자 다 결정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이 회의가 갖는 경제적 가치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후대를 위해 서별관회의록은 남겨야 뒀어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한 곳이 아주 투명하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는 일부 학자의 주장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조직이 투명하다는 것을 다르게 해석해 보면 한 나라의 통제력이 극대화되어 그 조직 전체를 A부터 Z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뜻이 담겼단다. 곧 그 조직만의 바운더리, 그들만의 최소한의 영역이 없다는 말이다.

한때 박근혜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명박 정부의 ‘밀실 금융행정’의 대표 사례로 지목돼온 청와대 서별관회의를 폐지하는 방안을 고민한 적도 있다. 경제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경제부총리에 넘기겠다고 한 만큼 청와대가 현재의 서별관회의 같은 회의체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청와대 서별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이 청와대 경제수석과 금융위원장, 한은 총재, 금감원장을 불러 주요 경제·금융 현안에 대한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문제제기인데, 결과적으로 서별관회의는 경제 부처들 간의 '플랫폼’ 역할을 한 셈이다. 여기서 산업 간, 기업 간, 노동자 간 첨예한 이해관계를 고려한 의견 교환과 협상이 이뤄졌을 것이고, 각 수장들이 개별적으로 처리할 경우 드는 비용을 줄여줬을 것이다.

공직계에서 자주 쓰는 말 중에 “전임자가 똥을 많이 싸 놓으면, 똥 치우는데 시간 다 보낸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임기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느냐는 공직자 본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전임자가 어떤 과제를 남겼느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전임자가 어려운 숙제만 잔뜩 넘겨줬다면 후임은 그 과제를 정리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직자에 대한 평가는 예상보다 항상 인색할 수밖에 없다.

조선·해운 구조조정, 대우조선 분식과 부실경영 등 오래 누적된 비리와 사고수습을 하느라 금융위원회는 정작 자신이 시작해야할 일에 온 힘을 쏟지 못하고 있다. 주어진 숙제를 외면할 수는 없겠지만 '금융개혁' '문호개방' ‘돈이 도는 경제’라는 금융권 기대에 금융위원회가 어서 빨리 응답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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