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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철규 유성기업 아산공장 상무 "한국 제조업 이대로는 안된다"

  • 송고 2016.07.12 14:48 | 수정 2016.07.12 15:54
  • 관리자 (rhea5sun@ebn.co.kr)

최철규 유성기업 아산공장장(상무)

최철규 유성기업 아산공장장(상무)

나는 어찌 보면 직장인으로 특이하게 한 직장에 적을 두고 전혀 다른 세번의 직장생활을 경험한 특이한 경력을 가졌다.

1983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초년병으로서, 당시만 해도 자동차 부품 회사로는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우리나라 기업으로서는 유일무이하게 자동차 부품을 외국에 수출하던 유성기업에 입사했다. 이후 2005년부터 2015년 4월까지 중국 현지 별도법인에서 만 10년 2개월 동안 근무하다 다시 유성기업 아산공장에 공장장으로 부임해 현재까지 근무중이다.

1983년부터 2005년까지 유성기업에서 쇳물을 녹이는 일명 '주조쟁이'로 근무하면서 생산직, 사무직 가릴 것 없이 직원들이 하나가 되어 형 동생하면서 누구 집에 숟가락이 몇개 있는지 알 정도였다.

서로 끈끈한 정으로 뭉쳐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퇴근했다가도 다시 회사에 출근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같이 밤을 새웠고, 후배는 선배를 깍듯하게 대우하고 선배는 후배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던 그런 회사였다. 중소업체이지만 창립기념일이 되면 연예인과 직원, 가족까지 초대해 함께 축하를 하고 본인이 성실히 일했다고 스스로 신고만 하면 임금의 10%를 더 주던 정 많던 회사와 직원이었다.

2005년 중국 베이징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랑팡이라는 소도시에서 근무하면서 처음에는 유성기업 직원들과 너무 다른 중국 근로자들을 보면서 어떻게 일을 하나 걱정됐다.

제품 불량율이 90%가 넘고 관리자만 없으면 근무시간 중 '땡땡이'를 치고 작업이 끝나면 정리 정돈은 커녕 회사 비품이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상전벽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중국 근로자들의 일하는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30분 전에 출근해 작업시작 5분 전에 작업준비를 완료하고 점심시간, 퇴근시간을 칼처럼 지키고 작업이 끝나면 작업도구와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는 것이 습관처럼 몸에 배었다.

그리고 중국은 어디서나 담배를 피우는 것이 너그럽게 허용되는 분위기지만 누구 하나 작업장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은 물론 근무시간 중 흡연을 하기 위해 나가는 직원도 없다. 뿐만 아니라 물량이 줄어 일거리가 없으면 무급으로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자유롭고 직원들도 일하는 시간이 줄면 임금도 줄어드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지금 중국 현지법인의 생산성과 품질력은 결코 한국 기업에 뒤지지 않을 만큼 크게 개선되었다. 이런 변화의 원천은 가족을 부양하고 자녀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생각으로 월급만 준다면 일은 얼마든지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기술 한가지라도 더 배우겠다고 다른 직원이 기계 작동하는 것을 훔쳐보다 싸움이 날 정도로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뿐인가, 물량이 줄어 근무시간이 단축되면 혹시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해 더 일찍 출근하고 불량품을 내지 않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일을 하는 모습을 보다가 2015년 6월 한국에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10년만에 고국에서 근무하는 것이라 걱정과 설렘이 교차했다. 그러다 회사 직원들의 임금수준과 생산성을 확인해보고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근속 10년차 기준 퇴직금, 4대보험 포함 인건비가 인당 7000만원인데, 이는 중국의 8배 이상 높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생산성은 오히려 같거나 낮다는 것이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하고 작업현장에 가보니 기계설비는 중국 현지 공장에 비해 새로운 설비로 자동화되어 있고 직원들 또한 편하게 일하고 있어 생산성이 낮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작업하는 모습을 보니 생산성이 낮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출근시간이 다 되어서야 겨우 출근 체크기에 체크를 하고 탈의실에 들어가 작업복 갈아입고 담배 한대 피우고 결국 작업은 작업시간 벨 울린지 20~30분 뒤에 시작된다. 근무시간 중 흡연한다고, 전화받는다고 자리 비우고 작업종료 벨이 울림과 동시에 작업현장은 정리하지도 않고 샤워하고 사복으로 갈아입고 나오는 것을 보면서 마치 10년 전 중국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 뿐인가? 자동화 설비로 한명이 서너대의 기계를 동시에 작동할 수 있음에도 자신의 기계만 돌리고 있고, 노조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소속 조합원이 자신의 기계를 돌리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불상사까지 발생한다는 말을 듣고 기가 찼다.

지금 중국은 자동차 업계가 불황이라 하루가 멀다 하고 자동차 부품사들이 도산하고 있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회사는 물론 근로자들까지 발벗고 나서는 판에 이래서야 유성기업이 살아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현장 분위기도 내가 알고 있던 과거의 유성기업이 아니었다.

과거에는 선배를 연장자로서 그리고 기술 전수해 주는 선생으로서 예우해 주었는데 지금은 노동조합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로 10년 이상 연장자에게도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65세가 넘은 부사장에게까지 삿대질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수십년 모셔왔던 부사장에게 저렇게 할 수 있나, 어떻게 선배도 직급도 다 무시하고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나 팀장 업무지시를 무시하고 근무시간 등 기본적인 질서를 지키지 말라고 노동조합이 지침을 내렸다는 말을 듣고 “노동조합도 회사가 없으면 다 실업자인데, 설마…”하면서도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진정 조합원들을 위한 노동조합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흐트러진 조직기강을 바로 세워야 회사와 직원들이 모두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3정 5S’와 근무시간 준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모·안전화 착용 및 음주 후 작업금지, 화재예방을 위한 작업장내 흡연금지 등의 기초질서 준수활동을 한지 1년이 지난 지금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고 말들은 하지만 내가 보기엔 아직도 중국에 비하면 멀었다고 생각한다.

재미난 것은 당연히 지켜져야 할 것을 지키자고 하는데도 이를 노동 탄압이라고 주장하면서 고용노동부에 고발하고 인권위에 진정을 낸다는 것이다.

그 뿐인가? 파업을 하면 파업기간 만큼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것이 당연한데도 이를 차별대우라고 주장하고, 이런 주장을 일부 언론에 알려 그대로 보도되어 회사 이미지를 스스로 실추시키기까지 한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과거와 달리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 하고 한가지 기술이라도 더 배우겠다는 것보다 편안함을 찾고 적게 일하고 임금은 많이 받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용자는 무조건 나쁜 사람이고 노동조합은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면서 한국에서 제조업은 이제 끝났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몹시 답답했다.

제조업은 더 높은 생산성과 품질력 그리고 기술력으로 승부해야 하는데 적게 일하고 더 많은 보수를 원한다면 그 제조업은 생명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 제조업이 사는 길은 과거의 초심으로 돌아가 중국 제조업을 이기는 길 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 모두가 변하고 있는데 왜 우리만 고정된 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가? 세상 모두가 앞으로 달려가는데 왜 우리만 뒤로 가고 있는가? 이제 우리도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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